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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좋아하는 글입니다.
다시 한번 달려야죠~











드르륵ㅡ.



신경을 거슬리는 소리에 살며시 손을 뻗어 소리의 근원지를 확인하면 익숙한 인영의 웃는 얼굴이 나를 반기고 있다.



"여보세요?"
[내가, 깨웠어?]
"으응..? 나...준비해?"
[나도 슬슬 준비할테니까, 준비하고 있을래?]
"알겠어, 몇 시쯤 올 것 같은데?"
[두시간 정도?]
"응, 이따봐."



전화를 끊고 조금 더 따뜻한 이불속에 몸을 파묻는다.
아침을 안먹고, 씻고, 준비만 해도 된다 치면 30분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드르륵ㅡ.



하지만 곧 도착한 문자에 몸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늘 내려주던 곳으로 1시간 있다가 나오면 될 것 같아.]



급하게 시간을 수정하는 그녀의 문자에 그대로 이불속을 빠져나와 샤워룸으로 향한다. 추운 날씨 탓에 잔득 웅크렸던 몸이 나름 감싸안는 따스한 기운에 곧 긴장이 풀린다.





"어디가?"
"응"



익숙하게 옆자리를 차리하고 앉으려다 곧 힐끔거리며 그녀의 눈치를 살핀다. 조심스러운 내 행동을 눈치챈건지 신호를 대기하는 틈을 타 내게 시선을 돌린다. 무슨일이냐는 듯, 부드럽게 나를 감싸안는 따스한 눈빛에 곧 희미하게 웃어보이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러면 곧 갸우뚱거리며 다시 정면으로 향하는 붉은 눈동자였다. 그정도는 그냥 넘어가줬으면 하는데 그녀에겐 그게 더 힘든일 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ㅡ그래서 말이지"



어느새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내목소리였고, 언제나처럼 그녀는 간간히 내게 시선을 보내며 호응해주는 정도였다.
언제나처럼...



"정말, 나노하는 대단해"



부드럽게 호를 그리며 미소를 보내는 그녀의 눈빛을 그대로 받아낼 자신이 없어 표시나지 않도록 빗겨내며 울리지 않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ㅡ요즘...잘, 지내지..?"
"그럼!"
"하야테...랑도 여전하, 고?"
"하하하, 사실은 말이지ㅡ"



머쓱하게 웃어보이던 그녀는 나를 힐끔 바라보며 내 눈치를 보다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며칠전에 밤에 걸려온 전화에 깼는데, 그게 회사 동료였다는 사실.
꽤나 술에 취해서 걸려온 전화이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에 급히 옷을 갈아입으며 준비하는데 그날 마침 묵으러 왔던 하야테가 그건을 저지했다는 것.
하지만 여성을 홀로 술집에 둘 수 없다는 생각에 하야테의 만류에도 집을 나섰다는 것.
그리고 그 직원을 데려다 준 후 집에 돌아왔을 땐 하야테가 없었다는 것.
그로부터 벌써 삼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



"심했네."
"그렇지? 뭐, 그런일로ㅡ"
"폐이트짱 말이야."
"응?"



당혹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눈동자를 무시한 채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여전히 힐끔이며 나를 바라보는 적안이 창문을 통해 닿는다.



"하야테의 기분도 생각해야지."



부럽지만, 이렇게 그녀와 투닥거릴 수 있다는 것도 어찌보면 그정도로 서로에 대한 애정이 뒷받침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관심이 없다면 그런식으로 감정이 상해 돌아가는 일도, 고작 3일 연락이 안된다고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에 술취한 낯선여자에게서 전화가 왔어. 그런데 내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그녀가 걱정된다며 그 밤에 자신을 홀로 두고 나갔어. 어때? 뭔가 반성해야하지 않겠어?"



내말을 듣기만 하던 그녀는 곧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정면만을 바라본 채 운전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신호를 기다리려 정차한 후 핸들에 머리를 박으며 확실히..나지막히 속삭인다.



"왠만하면 혼자 눈치채줘..."
"아하하...미안."
"친, 구사이에 무슨...."



무거워진 공기에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던 부자연스러운 시선은 곧 뒷차에서 울리는 클랙슨소리에 놀라 마주한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때보다 한층 가라앉은 미소만이 번질뿐이었다.



"ㅡ그래서, 어디가는 건데?"



결국 그런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다시 그녀에게 손을 뻗는 나.
그렇게 분위기를 개선되길 기다리고 있던 그녀였는지, 급속도로 밝아지는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됐다.



아직은 이런식으로라도 그녀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까.



"사실은ㅡ"



부끄러운듯 주저하며 입을 열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그 어느때보다 행복해보였다. 난 어떻게 해도 만들 수 없는 미소를 하야테는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에, 이런 황홀할 정도로 순수한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을 하야테가 부러웠다.



"ㅡ부럽다."
"응? 좋아해주겠지? 나노하가 부러울 정도면?"



천진난만하게 내의견을 물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조금 잔인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가 자신의 의견을 내게 이렇듯 상의한다는 것은, 하야테보다 먼저 알았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자 그렇게 기분 나쁠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난,
언제나 그 둘을 응원하는 쪽이었으니까.
오늘도 이렇든 기운을 북돋아주는 내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뿐이다.




2013/05/18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