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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 미안."

"아니, 야....근데?"

"아아, 서로 인사들 나눠. 여기는 크로노 군의 소개로 만난 키타야마 렌씨. 그리고 이쪽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그의 팔짱을 끼며, 정말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는 듯 웃음을 꺼내들며 입을 연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 눈을 하는 거야.

어째서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어째서 그렇게 상처 받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거야.

 

 

 

"알고 있어요, 크로노의 여동생이죠? 페이트 하라오운 양"

"테스타로사"

"네?"

 

 

 

이 위압감은 알고 있다.

성격좋게 웃기만 하던 그녀가 유일하게 얼굴의 모든 근육을 마비시켰던 그 때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니까.

그저 옆에 앉아 있던 나노하만이 안절부절 못한 채 어색하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아하하, 일단 앉을까? 마침 배도 고프고 말이지. 하야테가 쏘는거지?"

"아, 응."

 

 

 

억지로 잡아끄는 나노하의 손길에 차마 눈은 마주하지 못한 채 자리에 앉는 그녀의 모습에 심장을 웅켜지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저 시기상조일까. 싶을 정도로 불편한 자리였다. 하지만 언젠가 겪어야 할 자리였다. 내일이 됐든, 일주일 후가 됐든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오히려 불편하게 엮이는 감정이 없는 지금. 이 순간 인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시선을 정면에 둔다. 그 곳에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그녀가 앉아 있었다.

그저 자신의 몫으로 나온 음식만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 외에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모습이 괘씸해보이기도 하고,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불만이 쌓이기도 했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힐끔거리며 바라본 그녀는 눈을 반쯤 내리 깔고 그 누구와의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고집하고 있었고, 이따금 나노하가 주는 주의도 가볍게 무시하고 있었다.

 

 

 

뭐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일까.

왜 그녀는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어차피 '우리' 라는 단어를 쓸 수 조차 없는 관계였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 온 그녀이고, 어떠한 모습도 서로 봐왔었던 사이였다. 그랬던 관계가 갑자기 이토록 진전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괜찮은 영화가 있던데, 제가 안내해도 괜찮을까요"

 

 

 

나에게도 자상한 그였지만, 내 친구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 노력하는 모습에 괜스레 미안함이 들어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그녀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지금 그를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떻게 받아줘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데이트 하셔야 하는데, 시간 뺐는건 아닌가요?"

"아뇨, 친구들의 점수를 따 놓는 것도 나중을 위해 좋을 것 같아서요. 투자입니다, 투자. 하하하"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려도 애쓰는 모습조차, 그런 노고를 알고 분위기를 맞춰주는 나노하에게도 감사한 마음이지만, 어째서인지 불편한 마음은 가실 줄 모르고 있었다.

나 만큼이나 그녀조차 그런 기분인지 처음에는 배신감에 분노가 가득찬 표정만을 짓고 있던 그녀가 이제는 허망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