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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응? 뭔가 말했어?"
"아니"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이 사람에게 나란 사람의 비중이 처음과 같지 않다는 것 정도는...



모처럼만에 마주보며 서류정리를 하고 있는 도중에도 이처럼 온통 그녀를 생각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기 멋대로라고 해도 좋으니까, 응?"
"응, 너무 내게 가혹하다. 그렇지?"



여자의 감은 거의 적중한다.
그리고 나 또한 여자였으며, 나름 감은 좋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점점 멀어지려는 그녀의 뒷모습만을 쫒기에 너무 벅찼고, 힘겨웠다.
하지만 더 힘든것은



"그런 표정, 반칙이야."



그녀 스스로도 너무 혼란스러워한다는 것.
그저 스쳐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하기에 너무 거세다는 것이 제3자인 내 눈에도 보이는데 어째서 그녀는 바로 코앞까지 온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계속 뒷걸음만 치고 있는 것 인지.



"뭐, 더 좋아하는 사람이 항상 손해라는 거니까"
"나노하..."
"페이트짱이 현실을 받아 들일 때까지 옆에 있어줄게"
"..."
"친구, 라는 관계로ㅡ"



그러니까, 그런 표정은 반칙이라고.



활짝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마 뱉지 못한 말을 삼켜낸다.
아직은 이렇게 옆에 있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