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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일있어? 왜 죽상을 하고 있어"
"아, 하야테ㅡ"



곧 쓰러질 것 같이 불안하기만 하던 그녀가 힘겹게 웃어보인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다 줄아래로 떨어지는 듯 한 섬뜩한 기분에 휩싸인다. 내가 왜 이런 느낌을 받는지, 왜 이렇게 그녀를 그냥 둘 수 없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나노, 하짱이랑 싸우기라도 한거야?"
"아니.."



다시 한 번 얼굴에 드리우는 근심을 모른 척 바라보지 않으면 된다.
아니, 그 정돈 알고 있다. 두 사람사이에 무슨 일이 있든 내가 끼어들 명분도 없을 뿐더러 둘은 내게도 소중한 사람이니까.



"정말...괜찮, 아?"



그렇지만 그녀의 그 표정은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어째서? 얼마전에 스쳤던 나노하짱의 얼굴에 드리운 근심따위 무시했던 내가 왜 유독 그녀에게만 이토록 나약한가.



"안되겠다, 좀 쉬야겠다. 니"



그 증거로 급하면 나오는 사투리.
평소의 대화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지만 어째서인지 긴장하거나 급박한 경우는 그 습관이란게 무서운지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도대체가 제대로 먹ㅡ"
"하야테 나 괜찮아"
"잘도 그런 상판때기로"



가까이 다가간 그녀의 얼굴은 더 가관이었다.



"괜찮아, 요즘 조사중인 로스트로기아에 대해 실마리가 안풀려....서...하야데?"
"거짓말도 사람 봐가며 해. 그건 너를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니면 다 알아차리겠다. 것보다 열도 있는데? 정말 괜찮아?"
"하, 역시 하야테는 못 당하ㅡ"
"나노하짱도 알았을텐데, 보나마나 억지 부렸겠지"



어째서 알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에 작은 빈틈이라도 찾고 싶은 걸까.
나 왜 이렇게 그녀에게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난 지금 여기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두 친구사이에 억지로 발을 집어 넜으려고 하는 것일까.



최악이다, 나란 사람
그녀가 나약해진 틈을 타서 벌어진 상처를 벌리고, 그 벌어진 상처를 봐주며 옆을 지키려하고 있다.



"나노하짱, 아직 사무실일테니...부르면 와줄ㅡ"
"하야테는?"



지금껏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보이던 그녀가 갑자기 내 팔을 끌어당기는 바람에 엉거주춤 그녀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되어버렸다.
잡힌 팔에 주어졌던 힘은 점점 사라진다. 하지만 그와 함께 목을 감싸는 그녀의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귓가를 간질이는 그녀의 고동소리에 지금껏 안절부절 못하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내가, 나노하랑 있었...으면 좋겠, 어...?"



무슨 소리야.
지금 하는 말 뭐야, 페이트짱



"내가 이렇게"



나를 감싸안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그녀의 가슴에 묻은 귓가에 조금 전보다 거세진 박동이 느껴진다.



"ㅡ이렇게, 나노하랑 안고 있는게...좋아? 정말 하야테는 그걸, 그걸 원하는거야...?"
"페이트짱...무슨ㅡ"
"ㅡ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