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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트 짱..?"
"어? 무슨 이야기했어?"



어깨를 흔들며 내 이름을 불러오는 탓에 번뜩이며 그제야 입술을 부퉁거리고 있을 상대에게 시선을 보낸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렇게 어색하게 입가를 당겨낸다. 다행스럽게도 옆에 앉아서 내게 불만의 눈빛을 반짝이던 연보라빛 눈동자가 나를 스쳐지나간다.



"부쩍, 심해졌어. 알고 있어?"



뜬금없이 뱉어진 물음에 내용의 핵심도 파악하지 못한 난 눈만을 굴리며 가렵지도 않을 왼쪽뺨을 긁적인다. 그리고 그녀는 내 이런 행동에 알았다는 듯 다시 한 번 내게 시선을 마주하며 넋 놓고 있는 거. 딴청부리는 거. 그리고ㅡ 그녀의 입에서 한문장씩 뱉어낼 때마다 그녀의 눈길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자, 한참을 입술만을 달싹인다.



"저...나노하?"
"응"
"그리고 뭔데?"
"이름, 불러주지 않았어. 한 동안.....알아?"
"그, 미안.."



무슨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그저 사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내 태도가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페이트짱"
"응?"
"내가 듣고 싶은 건 사과가 아니라 이유야.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혼란스러워서 그래.
ㅡ라고 말할 수 있을리가 없다. 이런 불안한 상태로 그녀를 맞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대로한 행동이 그녀에게 또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던 것이다.



"모르, 겠어. 왜 이러는지."



속으로 상상하고만 있던 것을 방심한 사이 입밖으로 끄집어내고 말았다.
끊임없이 내 머릿속에만 맴돌고 있던 것.



모르겠다.
이 느낌을 모르겠다.
이 감정을 모르겠다.



아니, 안다.
하지만 인정할 수 없다.
그래, 인정하기 싫어 난 그저 결론 내려진 답안을 바라보지 않은 채 뒤집어 놓고만 있을 뿐이었다.



"내가 말했지?"
"응?"
"페이트짱 거짓말이 서툴다고..."



그리고 이런 불확실한 행동으로 그녀는 상처를 받고 있었다.
내가 이런 어중간한 행동을 탓에.



"그런 표정 보자고 그런 말한 거 아니야. 그리고ㅡ"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길래 그녀는 억지로 웃어보이는 걸까.
난 지금 어떤 얼굴로 그녀를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ㅡ정작 울고 싶은 건 내 쪽이라고?"



운다고? 내가?
그러고보니 곧 볼을 타고 날카로운 감각이 훑고 지나간다. 그녀의 얼굴이 멀어진다. 흩뿌린 듯 몽글몽글 그녀의 잔상만이 남는다. 하지만 곧 두 번째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에 그녀 또한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것이 두 눈에 박힌다.



"이걸로, 확실...한거네..."



차마 바라보지 못한 채 돌려진 얼굴을 그녀의 손길에 되돌려진다.



"얼굴, 보여줘."
"나, 난ㅡ"
"으응, 알아. 그렇지만 더 이상은, 싫어. 나 비참하잖아..."



끝까지 난 그녀에게 상처만 남기고 있었다.
이기적인 내 마음으로.



"그래도, 우리...친구,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