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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29화입니다.
생각보다 길어져서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지난 1년간 제글을 읽어주셨던 유코카라님께 감사를 드리는 마음으로 의욕만 앞섰던 글입니다.
그런데 그 감사의 글 마저 만약에의 절반분량 정도가 되었네요.

아무튼 급작스럽지만, 다음화가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이사한 곳에 까지 오셔서 친히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좀 더 나아졌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29화 시작합니다.










다가왔다.
이야기한다.
봄날의 꽃잎이 흩날리듯 귀가에 조용히 파고드는 그녀의 목소리가 은은한 꽃향기가 되어 온몸에 퍼져나간다.



- 같이 갈까.



그녀가 먼저 내게 청하는 경우가 있었던가.
이미 마음을 접기로 했던 나였다. 하지만 그녀쪽에서 먼저 내밀어 온 손길을 두 번이나 거절할 정도로 난 강인한 사람은 아니었다.



- ㅡ너랑 가고 싶기도 하고.



이미 내 귓가에 맴도는 소리도 그러하고 말이다.
그저 내게는 「너와 단둘이 가고 싶어.」 란 문장만이 재정렬되어 쉼없이 머릿속을 헤집고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하루종일 무슨 정신으로 보낸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선생님의 목소린 이미 그녀의 속삭임으로 바뀌어 귓가에 울릴 뿐이다.
선생님의 얼굴도 수줍은 듯 볼을 붉히던 그녀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이제 그녀하곤 상관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내가 그녀를 바라던 마음으로, 아니 그보다 더 큰 마음으로 나를 바라고 있는 아츠코에게로 발을 움직이고 있던 나였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녀의 낭랑하던 목소리로 읊조리던 한 문장에 현실로 돌아오고 말았다.



"머리론, 안되는 거야..."
"뭐가 이렇게 심각해"?
"아..."



기약없이 발을 움직일 뿐인 내 등을 살며시 치며 옆에 서서 발을 맞춰주는.



"아츠코 오늘 하교는ㅡ"
"응?"



그렇게 순진하다는 듯 부딪혀오는 눈빛을 받아낼 수 없어 살며시 시선을 정면으로 옮긴다.
「못갈거 같아, 약속이ㅡ」 차마 끝맺지 못한 문장에 힐끔 눈동자만을 움직여 옆에서 나란히 움직이고 있을 그녀를 살핀다.
이게 오히려 더 수상하다는 것쯤은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불편하기만 이 분위기에 내 몸은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응, 나도 마침 들를 곳이 있어서 어쩌나 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아, 응...대신 내일 아침에는!"
"응, 기다릴께."



오히려 미안하다며 내게 사과하는 모습에 어색하게 양옆으로 흔들리고 있을 손을 맞잡는다.
거짓말은 오늘로 끝.
너와 이제야 동등해진 걸로.



억지스런 변명까지 갖다붙히며 자기합리화 중인 스스로의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아츠코는 진실을 알지 못하니까.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모르고 있는 이상은 거짓말은, 아니니까...










"미안, 이런 곳에서 보자고 해서.".
"아니야, 나도 눈에 띄고 싶지 않고"



그대로 나를 스쳐 먼저 앞서 걷는 그녀의 뒤를 따라 발을 움직인다. 그녀가 지나가 자리에 그사이 은은한 향이 흩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