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짠ㅡ
완결날 듯 나지 않는 희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자, 잠ㅡ"



싫어.
함께 있지마.



알고 있다, 이제 그녀와 내가 나란히 설 수 없다는 것 쯤은
이제 난 그녀를 잡아 세울 수 조차 없다는 것 쯤은
하지만.



"뭐가 널..".



참을 수 없다.
내가 함께 할 수 없는 그녀 옆에 다른 사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ㅡ이렇게 몰아 세운 걸...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내 머릿속에 맴도는 거라곤 아츠코와 사이 좋다는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녀의 모습 뿐이었으니다.



"그아이, 지?



일순 몸안의 모든 세포가 반응한다. 그리고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내 눈 앞에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마리짱이 보인다.



"얼마나 대단한 아이길래 이렇게 머리끝까지 화가 나신 걸까"



차마 대답하지 못한 채 몸을 세운다.
그러니까, 그 이유를 안다면 이러고 있지 않는다고. 차마 뱉질 못할말만 입안에 곱씹는다. 그럴수록 더욱 나를 몰아세울 뿐이다.



"엄마가 한 번 오래."
"인사?"
"뭐, 일종의ㅡ"



진지하던 표정에 장난기가 가득 담긴다.
뭘 입고 가지? 라던가, 뭘 좋아하셔? 라던가 답지 않게 꽤 당황한 듯 침대에서 몸을 세워 옷가지를 가져다 대며 야단이다.



"아무거나ㅡ"



마리짱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적당히 대꾸하는 나였고, 평소의 그녀였다면 조금 진지해지면 안돼? 따위의 태클이 있을 법하지만 일이 일이니만큼 나의 대꾸보다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버린 그녀였다.



그렇기에 난 이 곳에선 나로 있을 수 있다.
눈치보지 않고, 신경쓰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행동할 수 있다.



"그거, 괜찮네ㅡ"



하지만 이렇게 한 번 맞장구를 쳐주면 곧.



"역시 얌전한 게 낫겠지?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이정도면 허락하시겠지? 반대한다거나, 설마 쫒겨나는 거 아니야? 너같이 되먹지 못한 애에게 우리 하루나는 못준다. 따위의, 나 물벼락이라던가 소금세레를 받진 않겠ㅡ"
"잠깐잠깐, 마리짱 무슨 생각하는거야? 그냥 내가 같이 살 사람이 궁금하신....아, 못살아. 아니, 그건 아니고."



폭주해버리고 마는 사람.



그 사람 옆이기에 난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다.





"여기는 마리, 코 선배."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까지 마리짱은 여전히 폭주상태였고, 어쩔 수 없이 그 다음날 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ㅡ



"이 쪽으로 앉아요.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편히 있어요."
"더 일찍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루나가 말하기 전에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모습에 살짝 놀랐지만, 그 것과는 별개로 너무 불안정한 나였다.
그러니까, 어째서.



"이 쪽이, 아츠코 씨? 그럼..."
"오오시마 유코, 이 두사람과 같은 클래스 친구입니다."



알고 있다.
슬쩍 나를 곁눈질로 살펴보던 마리코의 안면근육이 꿈틀 거리는 듯 싶었지만,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색하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리짱에게 너무 큰짐을 짊어지게 한 듯 하여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꽤, 친했나봐요? 같이 지내기로 한 걸 보면ㅡ"



엄마가 주방으로 사라지자마자 질문세레가 시작되었지만, 꽤나 침착하게 대답하는 마리코였다. 가끔 옆길로 빠지는 것만 감안하면.



"뭐, 제가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다시피ㅡ, 아하하. 아끼는 후배였죠. 이렇게 만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자연스레 대화가 진행되는 듯 하지만, 이건 일종의 청문회였다. 질문의 강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보아...
그냥 선후배가 아닌것 같다. 라던가, 어디서 재회를 했냐. 라던가 적당히 끊어주지 않으면 모든 거짓말이 탈로 날 것 같아 그대로 일어서 마리코의 팔을 잡아끈다.



"방, 구경시켜 줄게"



그대로 계단을 올라 내 방으로 안내한다. 끝끼지 내 등뒤를 쫒던 눈길이 사라지자 날이 선 채 꼿꼿하던 자세가 무너져내린다.



"ㅡ본능적으로 이끌렸다는, 그 아이지?"
"마리짱"
"응?"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근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분리되어 갇혀버린 우리였고, 그 소리와 함께 그 동안 참고 있던 이성이 끊어진 나였다.
멀뚱히 서서 방을 둘러보던 그녀는 조금 낮게 깔리는 내 음성에 살풋 웃으며 침대에 걸터앉는다.



"ㅡ이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