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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곧 입니다!
정말로!










스스로 몰아 세웠다는 것은 알고 있다.
무슨 생각에서 그런 행동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자초한 일이니만큼 이만 발을 빼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렇게 잘 알고, 이해한 머리가 마음까지 그 통제에 들진 않았지만 말이다.



There's no saying 28
written by skip



처음부터 너무 달랐다.



- 너무 건방져, 너. 보기 불편할 정도로



당당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내게 표현하던 너와 그 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상에 갖혀있던 나.



- 유코한테서 떨어져

- 유코는 넘겨주지 않을거야.



언제나 그녀의 곁을 지켜줄 너이기에, 아니 지금까지처럼 그녀의 옆엔 네 자리만이 마련되어 있는 것만 같아서 이제와서 뺏을 생각조차 없다.
그간 잊고 있던 추억을 너는 모두 간직하고 있을테니까.
넌 내가 알지 못하는 그녀의 소학교, 중등부 시절의 모습을 알고 있으니까.



아무리 막되먹은 성격이라고 해도 그정도는 알고 있는데...



뭐가 저렇게 신나는 걸까.
뭐가 저렇게 저 둘을 흥분시키고 있는 걸까.



"그랬어? 다치진 않았고?"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눈빛탓인지 살짝 상기된 두뺨이 내 가슴을 멍들인다.
고장난 그네처럼 삐걱거리며 제대로 흔들리진 않지만, 굳게 연결된 고리의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귀찮게만 붙어대던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내게서 등을 돌렸다.
이유는 모른다. 묻지도 않았다. 그저 걸리적거리며 귀찮게 구는 상대가 사라진 것일뿐 내겐 아무것도 아닐터였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지가 않다.
이상하다.
가슴에 구멍이 난 듯 괜스레 공허하고, 쓸쓸하다.





"ㅡ같이, 하교할까?"
"어? 아....그, 선배는...?"
"오지 말랬으니까...것보다 너랑 가고 싶기도 하고"



무슨용기가 생겼을까.
한 번 거절당한 후 다시 한 번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끌기가 두려웠었는데,
내가 이렇게 용기 낼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금요일이라는 가슴설레이는 요일이 작용했던걸까,
아니면 갑자기 쏟기 시작하는 겨울비때문에 감성적으로 됐기 때문일까.



아마 등굣길의 다정했던 두 사람의 모습때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