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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이거 슬슬 마무리해야하는게 낌새가...
것보다 너무 갑자기 감정전개!
그야말로 막장입니다...ㅠ










마음따위 어찌되든 좋아.
어차피 처음부터 잘못든 길이었던 거야.
내게도,
너에게도...



"나 독립할게, 요"



어색한 듯 덧붙인 존댓말만큼이나 어색한 기류가 일순 우리가 앉아있는 식탁위에 흐른다.
불편한 기색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행동이 지금 내 발언의 발목을 붙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는지는, 말해줘야한다.?."



안절부절하지 못한 채 나와 엄마의 눈치만을 살피던 아저씨가 놀라 엄마를 바라본다. 하지마 이렇다할 말은, 어떠한 행동도 하진 않는다. 아마 자신이 이 대화에 끼어선 안된다. 생각하는 것 같다. 그쪽이 내게 편하지만 말이다.



"주소 적어놓을게요."



「그래.」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대화를 마무리한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끝이났기때문에 내려뒀던 숟가락을 다시 움직인다. 그건 맞은편에 앉아있던 아저씨와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어쩔 줄 모른 채 나를 힐끔 바라볼 뿐인 아저씨지만 일일이 반응하기에 난 조금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냥 다 모른 척 그렇게 넘기고 싶을 뿐이었다.



"누구랑, 사는데?"



물론 그 물음이 있기 전. 까지
제일 껄끄러웠던 질문을 넘겼다 생각한 순간 잊고 있던 존재에 의해 붉어져 나온다. 자신의 존재와 함께.



그렇다.
그녀를 간과하고 있던 내 탓일지도 모르겠다.



"아는 사람이 권해줘서.."
"어떻게 만난 사람인데?"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아마 믿고 있기에 딱히 질문을 하진 않은 것 같다.
사실 이 질문을 엄마에게 받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 학교에서 친했던 선배를 우연히 만났는데 마침 룸메이트가 집을 나갔다며 권해줬다.」ㅡ라는 식의 모범답안을 연습했었는데 이도저도 묻지 않은 채 「그래.」 짧게 끝맞춰준 엄마때문에 긴장이 풀려 기억에서 날아간 상태라 흔해빠진 답변이 나오고 말았지만, 아니척 하면서도 내심 궁금했던 것인지 밥만을 입으로 가져가고 있는 엄마였다.



"전 학교에서 알던 선배"
"흐응~"



감사해야하는 것인지 그 후로는 그저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귓가에 들려올 뿐이었다.
그 쪽이 오히려 지금의 내겐 좋다. 어색한 공기속에 뜨끈 미지근하게 움직이던 손에서 젖가락을 내려놓는다.



"이번 주말에 가기로 했어."
"그렇게 빨리? 한 번 데리고 와. 엄마가 얼굴 좀 보고 싶어서 그래."
"응, 물어볼게. 그럼 학교 다녀올게요"



아직도 어색하기만 한 존댓말과 함께 고개만을 까닥이며 인사를 한 후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선다. 그리고.



"난, 네가 싫어."
"이거 왜이래, 아침부터?"



뒤따라 나온 아츠코를 붙잡아 골목으로 간다. 어리둥절하다는 듯 서있는 모습이, 자신은 전혀 모르겠다는 이 상황을 본다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답지않게 기분을 그대로 돌출하고 만다.



"늦을 거 같다고 했어, 어제 내가. "
"그래서 대문을 열어 뒀잖아? 그게 아침부터 일방적으로 욕먹을 행동이야"
"그 아이, 유코는 왜 그 시간에 우리 집앞에 있었던 건데!"



왠만하면 이름을 담고 싶지 않았다.
입에 올리는 것 만으로 반응해오는 온몸의 신경이 마음에 안들었다.
한 사람에게 이렇게 반응하는 내 모습이 낯선탓일지도 모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것은 이런 내 반응에 조차 「무슨 소리야」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검은 눈동자였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이렇듯 감출 필요가 있을까 싶어 조금 더 눈 앞의 그녀를 몰아세운다.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미 잘 지내고 있잖아? 이젠 그 아인 날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유코가ㅡ, 어? 여보세요?"



연기를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몰랐던 건지 흥분한 행동에 전화 통화가 끝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뭐, 친구사이에 집을 방문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늦은 시간에 왜 대문 앞에 쭈구리고 앉아 있었느냐는 말이다. 물론 내가 그녀보다 먼저 발견한 탓에 한블록전에 차를 세웠지만 말이다. 그리고 보란듯이...



"네가 본 게 유코, 맞아?"



전화를 끊은 후 아츠코는 깊은 숨을 뱉은 후 아까보다는 진정이 된 목소리로 조근조근 조금전 통화의 이야기를 해준다.



밤에 갑자기 어딜 다녀와서는 한참을 울기만 하다가 아침에 방에 들어가보니 열이 펄펄 끓어서 학교는 쉬어야할 것 같다는 것



그러니까 우린 더, 안돼.
굳이 확인할 필욘 없었잖아.
모르고 지낸 지난 날처럼 없는 셈 지내면 됐잖아.
어차피 후회하게 될 것에 발을 들이지 말았으면 좋았잖아.





그리고 삼일을 쉰 그녀는 헬쓱해진 얼굴로 내 앞에 나타났다.
팔자눈썹을 한 채 힘겹게 웃어보이는 모습에 그만 시선을 돌리며 폰을 귀에 가져간다.



"앞으로 학교로 데릴러 와줘."



발치까지 다가오는 그녀의 귀에도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힘을 실어 밷어낸다.
내게 뻗어졌던 손길이 허공에 수놓는다. 스치듯 나를 지나쳐 가는 그녀의 작기만 한 뒷모습을 바라보다 창밖을 바라본다.



청명하기만 하늘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