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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얼굴을 흐르는 강한 빗줄기에 멍하니 울고 있는 하늘을 올려본다. 하늘이 슬프면 비가 온다. 던 노래가사가 머리속을 스침과 동시에 내 얼굴을 가로지르는 것을 소매자락으로 스윽 닦아낸다. 여전히 그칠 생각없이 이제는 쏟아진다. 고 생각될 정도로 퍼붓고 있었다.
머리에 스며들어 얼굴선을 타고 흐르던 그 것이 눈에서 흐르는 듯 착각이 일정도로 떨어져 내린다.

 

 

 

지금은 그저 비가 오고 있을 뿐인데.





사랑이란ㅡ.
written by skip



좋아해서, 고백을 했고, 무심한 태도를 일관하던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고 7년을 우린 함께 했다.



표현이 서툰 그녀이기에 내가 더 표현하고, 내가 더 다가갔다. 그래도 그녀와 내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만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아주고 있었으니까 참을 수 있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기에, 오히려 부족한 표현이 낫지 않을까. 넘치는 애정에 쉽사리 질리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그렇게 나 자신을 달랬다.



"냥냥."
"아, 왔어? 근데 말야.."



주저함.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한 채 눈동자를 굴리던 그녀가 곧 내게 그, 냥냥이라고 하는거..그만두는 게 어때? 애도 아니고ㅡ 뒷말을 얼버부리고 있었다.



혹시 그녀는 나와 있는 것이 부끄러운 걸까. 아니면 그녀는 내가 아닌 시간을 함께 즐길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저 항상 곁에 맴도는 내게 익숙해져 가는 것이 아닐까.

 

 

그저 습관처럼.



내 마음이 어찌되든 그녀를 대함에 있어서는 그런 불안감을 표하지는 않는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지금 그녀의 시선이 내게 향하지 않고 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갈까?"



익숙하게 뻗어진 손에 느껴지는 차가운 손끝에, 나를 향한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그만 힘이 들어간다. 이렇게 잡는다고 다시 따뜻해질리 없는데, 아둔한 나는 그저 그 식어버린 열기를 되돌리려 애꿎은 손에 무리하게 힘을 쏟고 있었다.



인력으로 될 것이 아니란 것을 머리로 알고 있지만.



"유코, 손..ㅡ"
"아, 미안 손이 차길래.."



손을 빼거나 놓진 않았지만 이미 난 그녀의 차가운 손만큼이나 식어버린 눈빛에 굳어버린 걸지도 모른겠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나를 부르는 호칭조차 바뀌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을까.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좋다.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에서 뱉어지는 내 이름에 마음이 설레이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은 부르지 않는 그녀만이 부르는 애칭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특별한 관계임을 알 수 있었으니까. 항상 불안속에 사는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것이 사라진 지금 그녀와 나 사이의 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어색하게 흔들리는 리듬이 곧 깨어지며, 곧 허공에 멈추어선다.



"언제까지ㅡ"
"응?"



갑자기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그저 뒤에 서 있을 그녀의 목소리에만 반응한다.



그래.
그녀는 오늘 마음을 먹고 나온 것이다.



"안, 볼거야?"
"왜 그러는데"
"나 좀ㅡ"



하나로 연결되어 있던 유일한 손마저 떨어져 내린다.
이제 그녀와 나를 연결할 수 있는 그 어떤 연결고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여코 나를 돌려 세우는 그녀였다.



"ㅡ더 이상 애들이 아니잖아."



내 얼굴이 보이는 것일까.
내 표정이, 내 마음의 소리가.
그녀에게는 더 이상 닿지 않는 것일까.



"이렇게 만나서 할 것도 없고, 시간 허비할 필요 없잖아."



담담한 어조로.
한글자한글자 비수가 되어 내게 돌아올 말을
얼굴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내뱉는다.



"응, 혼자 애쓴다고 되는 게...아니었네."



이런 내 말조차 귀찮은 걸까.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시작을 고했을 때의 마음으로



"갈께."



이별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