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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간만의 망상풀이시간~

저걸로 유코는 조용히 받았다는 설정. 입니다.
JJ님께 드리기 조금 부족한 감이 있지만,
지구력 딸리는 저는 저글 이상이 나오지 않아 걍....이렇게 대책없이 올립니다.









"미이짱 치사해!"



이 것이 잠과 사투를 벌이고 이는 나를 깨워주는 소리였다. 그건 갑자기 대기실 문이 벌컥 열리며 들려온 큰 소리이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그 것보다도 난 남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지저분한 짓을 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내 물음따위, 기분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로지 자신만의 기분만을 해소하려드는 그녀를 향해 최대한 불쾌하다는 얼굴을 내비친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나도 한가한데!!"



아아, 나왔다. 타카미나식 분풀이.



"요즘 계속 둘만 붙어다니고!"



플러스 보기드문 질투.
하긴 저건 하루나 한정 반응이지만, 가끔 그 정도가 지나쳐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그건, 우연히-"
"우연히 8시간정도? 게다가 유코도 보고!"
"그야.....음...."



이럴 때만 쓸데없이 예리한 타카미나를 향해 마땅하게 할 변명이 떠오르지 않아 어렵사리 입을 떼낸다.



"그건 일종의....계약?"



물론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최대한 타카미나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빙빙 돌려서 말할 것.



"왠 계약? 누구랑?"
"계약 내용은 발설할 수 없어. 어디선가 보고...있을지도 모릇....뭐해?"



벌써 흥미가 떨어졌을리 만무한데, 이상하게 주위가 산만한 모습에 되려 당황한 채 그녀를 불러세운다.



"이것도 돗키리?"
"아.....맞아! (일종의...오오시마 유코 프로듀스 & 작가지만...)"



저런 엉뚱함이 있어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그녀이기에 미안한 마음에 잠시 두 눈을 감고 둔감한 그녀를 애도한다.



"무슨 비밀프로젝트이길래 그 두 사람이 타겟이야?"
"아.....그게"
"아! 미안미안. 그 것도 발설금지지? 이제 신경쓰지 않을 테니까.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그럼-"



어울리지 않게 상큼한 미소를 남기며 사라지는 모습에 잠시 벙진채 멍하니 문 만을 응시한다.




-




"그러니까! 이제는 알아서 해.........주면.....안되겠지? 앞으로도 미네기시 미나미 노력하겠습니다!"



이 어울리지 않는 맹세는.
타카미나의 불만을 그렇게 잠재우고....물론 나를 볼 때마다 의미심장하게 웃곤 있지만 아무튼 이런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찰라 갑작스런 호출에 난 또 목줄 걸린 강아지처럼 끌려나가게 됐고, 보자마자 한소리 해줘야지! 를 가슴속에 되새기며 식당의 문을 열고 먼저 기다리고 있는 인영에게로 다가가면 인기척을 느꼈음에도 여전히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허투루 인사를 해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불씨가 지펴진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물론 나의 발악은 눈 앞의 그녀가 날린 날카로운 음성 플러스 얼굴을 찍어댈 듯 쏘아붙이는 눈빛에 금새 사그라들었지만.



"힘내겠다고.."
"응, 좋은 대답이야."



테이블의 소바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젓가락질을 하다 문득 오늘 호출한 용건을 듣지 못해 잠시 입가를 닦은 후 그녀를 부른다.



"근데 하루나, 오늘은 무슨일이야?"
"아아, 이거"



진짜로 잊고 있었던 것인지 잠시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녀는 곧 자신의 옆자리에 고이 모셔두었던 쇼핑백을 내 앞으로 내민다.



"내일 유짱 만난다며 자꾸 늦어지는 거 같아서"
"뭔......아아, 발렌타인초코?"



건내받은 시점부터 코를 자극할 정도로 강한 농도의 초코향이 폐부 깊숙히 파고 들어간다. 단내가 진동하는, 물론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당도에 코가 마비되는 것만 같았다.



"직접 전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이거, 꽤 너희 둘사이에 특별한거잖아?"
"바쁘니까...이런식으로가 아니면 내 생일날에나 주게 될거 같아. 뭐, 지금 봐서는 생일날 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살풋 웃어보이는 미소가 어쩐지 씁쓸하게만 느껴진다. 입안이 까슬거리는 것은 분명 메밀소바만의 독특한 식감일텐데 더이상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못한 채 입안에 맴돈다.



"여전해?"
"뭐, 이제는 그러려니?"
"그래도 둘이 동것-"
"미이짱!"
"아...미안미안. 하긴 조금 전부터 8시방향에서 힐끔이긴 하더라고. 것보다 둘다 심했어. 좀 자중하지."
"그 점에 대해선 깊게 반성중이니까."



조금 주눅이 드는 것 같다가도 마치 미이짱에게까지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라는 듯 따갑게 쏘아대는 모습에 가슴 한구석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풀어지는 기분이다. 가뜩이나 강한척하느라 힘들었을 그녀가 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도록 며칠전 타카미나와 있었던 일을 풀어낸다.



웃는다.
유코와 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활짝 웃어보이는 모습에 내 입가도 간질거린다.



"아, 이거 유짱만 알고 있어야 된다고...그러니까 사진같은거 올리지 말라고도 전해줘. 절대 안된다고!"
"응, 알겠어."



그렇게 조금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남은 음식을 즐겁게 먹는다.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그...집은 어떻게 하고 있어?"
"확실히 청소는 부탁해뒀고, 만날 수 있음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고 각자 오프일때는 그 곳에서 보내고 있어서 사람의 온기는 있는 정도?"
"하루나는 믿지만, 아무래도 그....믿을 수 없으니, 적당히 해줘. 그....표시라더가, 마크라던가..."



실로 몇번 옷깃사이로 보였던, 한 눈에 봐도 피부에 지속적인 자극을 줌으로써 혈관이 터져 생긴 자국을 목격했기에 주의를 주고자 입을 열면, 맞은편의 그녀는 평소답지 않게 붉게 상기된 얼굴로 애꿎은 소바만 뒤적인다.



분명히 주제넘은 참견임에도 어떠한 반응없이 그저 평범한 대화처럼 대꾸하는 모습에, 다시 한 번 그 둘에게 나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감히 어느 누구와도 할 수 없을 주제에 대해서도 일상의 한 조각처럼 나눌 수 있는 그대들이 있어 즐겁다.



"근데 정말 조심해달라고! 나한테까지 미행이 붙는건 사양이니깐"
"응? 미이짱 방금 내가 굉장히 건방진 소릴 들은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어쩜 이렇게 두팔 걷고 돕고 있는 내게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이 빚은 반드시-



"뭐, 유짱에게 복수하겠다느니 그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미이짱 머리 좋.으.니.까. 그렇지?"
"그, 그럼!"



귀신같은 여자.
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그녀가 준 쇼핑백을 가슴에 품은 채 - 행여나 줄이 끊어져 모양이 흐트러지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