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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 오랜만, 근데 뭐해?"



스텝에게 받은 매직으로 내 이름이 적혀 있을 푯말 밑에 한글자 한글자 정성을 쏟아낸다.



그간 못 본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한 공간에 같은 목적으로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흥분이 되는 바람에 몇 번 실수할 뻔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나니 멋들어지진 않지만 나름 만족스런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냥냥 어디있는지 알아요?"
"글쎄 대기실에서 쉬고 있지 않을......어이, 유코!"



"냥냥?"



그렇게 한달음에 달려간 대기실에는 북적이는 인파가 자리하곤 있었지만 어딜봐도 그녀의 그림자는 찾을 수 없었다.



"아, 하루나라면 쉰다고 어디 빈방에 있을 껄?"



내가 온다는 거 알고 있었을 거면서 찾아오지는 못할망정 연락도 하지 않는 너무도 평소와 다를바없는 모습에 조금 심통이 나서 그만둘까. 싶었지만, 역시 더 좋아하는 사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난 9년간 겪어봤기에 내 발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몇차례 문을 여닫던 결과 아무 푯말도 붙어있지 않은 방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내 예상대로 그 곳에는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녀가 작은 소파에 불편한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하루나..."



한발한발 조심히 움직여 다다른 곳은 지금껏 내가 내딛고 있던 공간과는 단절되기라도 한 듯 어떠한 소응없이 오로지 그녀의 규칙적인 숨소리와 미친듯 뛰어대는 내 심장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왜 이러고 있어...불편하게..."



조심스레 그녀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가만히 숙여진 얼굴을 바라본다. 분명 며칠전에도 봤을 얼굴인데 오랜만에 보기라도 한 듯 낯설고, 며칠새 까칠해진 얼굴을 보니 안쓰러웠다.



"바쁘다고, 대충 먹고 그러지 말라니깐..."



흐트러져 내린 머리칼을 정리하며 불편하게 떨어진 고개를 들어 내 어깨에 올린다. 자연스레 품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면 손 끝에 느껴지는 도드라진 어깨뼈에 속상함을 더한다. 앞머리에 가려진 이마에 살짝 입술을 내린 후 온전히 우리들만의 시간을 잠시만 만끽한다. 물론 그 사치스러움은 오래 허용되지 못해지만..



"유짱....?"



요란스레 울려대는 진동소리에 화들짝 놀라 그녀가 깨지않게 바지춤에 있을 폰을 꺼내려던 내 계획이 깨지고, 내게서 떨어져 나가는 그녀의 온기만큼 뜨겁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는 폰을 꺼내든다.



"타카미나..."
"급한거 같은데 받아봐..."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탓인지, 아니면 아직 온전히 떨어지지 않은 감기탓인지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가 거슬려 그녀를 한번 바라보면 눈을 비비고 있던 그녀가 두 눈을 꿈벅이며 나를 바라본다.



"진짜....유짱이네...."
"말, 하지마. 목 더 안 좋아지겠어."
"근데 여긴..."
"그, 대기실 갔더니 없어서...미이짱이 빈방에서 쉬고 있을 거라고...그래서..."
"찾아, 다닌거야?"
"응..."



잠잠해진 진동이 다시금 내 몸을 타고 인다. 차갑게 식고 있던 체온이 다시금 올라간다. 그녀의 손길이 스쳐간 얼굴이 화상을 입은 듯 화끈거린다. 살짝 닿았던 입술에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열기에 바싹바싹 마르는 기분이 든다.



"갈까...?"



몸을 세워 눈 앞에 손을 뻗어 오는 그녀의 길다란 손가락을 멍하니 바라보다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는 반지를 바라보곤 얼굴에 미소가 걸린다.



"하다가 힘들면 나한테 와야 해?"



그녀가 내민 손을 잡으며 입을 열면, 이번에는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모습에 연결된 손에 힘을 주어 잡는다.



"아! 보여줄 거 있어!"



의아하다는 듯 두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녀의 손을 빠르게 잡아끈다. 이리로. 발을 느린 그녀의 속도에 맞춰 도착한 곳에서 짜잔~ 장난스레 포즈를 취하면 언제나처럼 내게 보여주는 따스한 미소를 띄고 있는 그녀였다.







이건....망상해야함
좋은 코지유우였습니다!!!

판쵸상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