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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1 00:36
간만에 부지런히.
아아....선암여고...사람들이 말하길래봤는데...망상이....
저는 코지유우 망상하기도 바쁜데...

암튼 뒤숭숭한 마음을 만약에로 풀어봅니다.




-





"잠깐, 괜찮아?"



이제는 대놓고 남의 반을 들락거리는 모습에 새삼 놀랍지도 않다.
그게 학년 마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다.



"괜찮아?"
"뭐가?"
"요즘 무리하는 거 아냐?"
"그런거 아냐."
"너...왜 이렇게 필사적인데..."
"글쎄, 그런거 아니라니까!"
"지금도! 조급해 하고 있잖아!"



피하려 고개를 돌리면 자신을 바라보라는 듯 얼굴을 감싸안아 억지로 돌리는 행동에 그 팔을 뿌리치려 휘둘러보지만 내겐 무리였다. 마주할 자신이 없어, 그저 눈동자만이 아슬하게 그녀의 짙은 눈동자를 피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리짱이 뭘 걱정하는지 모르겠어, 이러는 이유도."



진심이었다. 내 행동을 항상 주시하고는 있어도 언제나 지켜봐 줄 뿐이었다. 한번도 내 선택에 있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조금 그 시선을 마주하는 것이 껄끄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냥...넌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계속...하지만 넌 세상을 알았어. 밖으로 나와 버렸고 더 이상은...내 도움 따위 원하지 않을 정도로 자라 버렸어."
"마리짱..."
"───그게 난 두려운 걸지도 모르겠어."
"...."
"너에게 내가 필요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



내가 휘두르던 팔에도 요지부동이던 팔이 스르르 풀려난다. 항상 강한 모습만 보여주던 사람이 갑자기 한 없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되면, 그 갭의 차이에 놀라게 된다.
지금의 나처럼.



"그래도."
"..."
"아직은 내게 의지해줬으면...좋겠어..."



물기를 가득 머금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괜히 코끝이 시큰거리는 기분이 들어 시선을 돌렸다. 마리짱의 약한 모습은 내 흔들리는 마음을 더욱 흔들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마주하고 있다간 내 속이야기를 모두 뱉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픈...거잖아, 너어...."



조심스럽게 내뱉는 목소리에 무슨소리야? 당황하지 않은 채 입을 열어보지만, 이미 내 몸은 심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손끝이 바들거리고 있으며,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고 있는 것은 입. 뿐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내 모습은 그리 멀쩡해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하물며 내 어린시절을 고스란히 함께 지낸 마리짱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을리 없었다.



"고모랑 하는 소리 들었어..."
"하─, 무슨소리야. 뭘 잘 못 들은 거겠지...."
"여기!"



양옆으로 떨어뜨린 두 손의 진동이 멈추지 않아 꼭 쥔다. 눈치채지 못하도록 가디건 속으로 숨긴다. 하지만 그런 눈에 뻔히 보이는 나의 행동은 덜미가 잡히고, 결국──.



"늘 맞고 있는거지......링거...."



억지로 붙잡혀 걷어붙여진 가디건 안쪽의 팔이 군데군데 멍이 들어있다. 그 순간 거짓말 같게도 항상 가슴 안쪽을 억누르고 있던 묵직함이 일순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차라리 마리짱에거 들킨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느 정도 사정하면 내 비밀을 지켜줄테니까.



"....말하지....마, 아무에게───."
"뭐가 널 이렇게 필사적으로 만든거야! 왜이렇게 무리하는 거냐고! 더 이상은 못보겠어, 당장 연극부 그만둬."
"싫어."
"그걸해서 너에게 남는게 뭔데! 고작 네 팔에 바늘자국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잖아!"



마리짱의 손에 의해 훤히 들어나 팔에 닿는 시선이 거슬려 가디건을 내린다. 이 이상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겠다는 듯.



"제발.....마리짱...."
"뭐"
"제발 이 이상은....눈감아줘. 있고 싶어, 하고 싶어. 그러니까...──."
"너에게만은 뭐든 다 해줬어, 난."
"..응"
"그럼, 말해."
"뭘?"
"왜 유학을 가려는 건지."



곧게 내리꽂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살짝 빗겨내면 그 곳에는 나보다도 더 체념한 듯 우리를 바라보고 서 있는 그녀가 있다. 어째...서? 란 시선으로 다시 마리짱을 바라보면, 저 녀석도 알아야 할 거 아냐. 입을 연다.



"무슨, 소리야? 안....좋았던 거야?"
"유짱..."
"넌 뭐가 그렇게 비밀투성이야!"



말할 수 없어.
이미 상처받은 그녀에게 이 이상의 상처가 될 말을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나보다 더 아파할 너라는 것을 아니까. 난 끝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다.



팔자 눈썹을 만들며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두 눈동자에는 이미 맑은 눈물을 흘러내리고 있었으니까.
말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 빈도가 잦아요, 왜 그래요?
- 흠...아무래도 입원을 해서 검사를 좀 받아보는게 어떨지....
- 그럴 수 없어요. 고등부는 졸업하고 싶다고요.
- 그것도 하루나양 몸이 버텨줘야 가능한 것 아니겠니. 그러니까...
- 그러면....낫긴하나요? 이 고장난 심장이 제 구실을 하나요?
- 그건....
- ──해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겠죠.
- 그러니까, 해보자는 거지. 포기하지 말고.
- 선생님은 무언가 필사적으로 원했던 적이 있어요?
- ....
- 전 지금이 그 순간이에요. 앞으로 1달만 시간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