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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7 15:35
잊혀질쯤 다시 리뉴얼하는 게으름뱅이입니다.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드디어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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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



마리짱이 그만두라고 말했을 때는 약간의 반발심이 자리했기에 곧바로 받아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그녀라면 마냥 싫다고 억지를 부릴수만은 없다. 물론 그런다고 통할리도 만무했지만.



"...그럴수 없어..."
"고작 십여일 밖에 있지 않았잖아, 정이랄 게 들었어?"
"그런거...아냐."
"그럼 뭔데!"



내 양팔을 잡고 흔드는 그녀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고, 「제발...」 애처롭게도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눈물이 많은 그녀라는 것은 알고 있다. 활달한 성격과는 달리 꽤나 눈물이 많은 그녀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건 물론 여린 마음탓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거짓된 눈물을 보여준 적이 없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지금 고작 나 같은 애를 위해 울고 있었다.



이미 수업종이 울리고 주변에서 꺅꺅 거리던 아이들의 소리도 사라진 지금.
마리짱도 그녀가 등장한 순간 「 저녀석 좀 말려 」 말을 하며 사라진 지금.
이 공간에는 그녀와 나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해 질 수 있었다.



평소에는 내게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자신이 현상황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거나, 불합리하다 여겨질때는 자신의 뜻을 접지 않는 그녀였다. 그걸 알고나서였을까. 언제부턴가 이상하게 「하루나─.」 그녀의 입에서 내 이름이 뱉어질 때마다 나의 몸은 거짓말처럼 움직이질 않았으며, 그녀의 연갈색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으면 무슨 고해성사라도 하는 듯 내 입은 멋대로 움직였었다.



아마, 지금도 그런 조건이 갖춰져서 인지 난 움직일 수도 없었거니와 마주친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최면이라도 걸린 듯 수년을 숨겨왔던 마음을 뱉어내고 있었다.



"유짱이랑..."
"ㅡ어?"
"좀 더 있고 싶어.."
"그 곳이 아니어도──"
"아니, 그 곳이어야 해."
"..."
"나...유짱이랑 같은 부활동 하는 게 소원이었거든."



말했다.
지금껏 차마 짐이 될까 뱉지 못했던 말이었다. 늘 자신의 일보다 내게 신경쓰던 그녀였기에 쉽사리 뱉을 수 있는 말이, 행동이었다.
보나마나 내게 얽매일 그녀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보나마나 나를 무리시키지 않으려 자신의 성격과 맞질 않을 그런 부에 가입할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난 그저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녀답게 활기찬 모습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난 부활동에는 일절관심도 없는, 학교는 그저 국가에서 지정한 의무교육을 마치기 위한 곳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일관된 자세를 취해야했다.
하지만 「이토록 시원해질 줄 알았다면 진작에 말할껄.」 하는 후회마저 들었다.



혼자 남을 그녀만은 그렇지 않겠지만.
그 순간 난 이기적이게도 자신의 마음이 홀가분해졌다는 감상에 빠져서 울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시원섭섭한 미소만이 입가에 번지고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건....데"



이해할 수 없겠지.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가면서도 왜 자신의 옆에 있고 싶어 하는 건지.
누차 말했지만, 그녀는 바보니까 말해줘야 알겠지.
하지만 그 걸 말하는 순간 난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녀와 지금까지처럼 장난치며 웃고 지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16년의 추억을 기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계산을 해보지만 답은 의외로 가볍게 나왔다.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수없이 맴돌고 있던 말들이 사라지고 단 한 단어만이 남았다.



"좋아...하니까."



놀라는게 보인다.
좋아서든 싫어서든 그녀의 눈에서는 또 다시 잠시 멈췄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걸로 됐다.



뺨을 가르는 짜릿한 손길도 그녀의 것이라면 참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나의 마음은 너무도 가벼웠다. 그 동안 심장을 내리 누르고 있던 중력감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 내가 이렇게 아픈 건 그녀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커져서, 뱉어내지 못해서 무리하게 작은 공간에 쌓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이상하게 몸이 가벼웠다.



그녀 만은 아니었겠지만.



한동안 움직이지 않던 그녀는 잠시 멍하니 땅을 응시하던 눈동자를 내게로 돌린다.
그녀 특유의 팔자눈썹을 만들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난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을까. 자괴감이 들었다.



그녀의 손이 움직인다. 뒤로 제쳐졌던 팔이 내게로 향한다. 그러기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나도─."



부드럽게 내 허리를 감싸안는 그녀의 팔이 느껴졌고, 가슴 언저리가 젖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