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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0 00:17
설명절의 마지막....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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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숨기는 거...있지 않아?"
"뭘, 말하는지 모르겠어."
"내겐 더 이상 해줄 말 같은 건 없다는 거야?"
"그런말이 아니ㅡ"
"우린...무슨 사이야?"



아슬하게 잡고 있던 교복 소매단이 스륵하며 빠져나간다. 이렇게 돌려진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색하고 불편한 기분이 들어 그녀와 마찬가지로 등을 돌려 창밖너머로 시선을 돌린다.



"미안, 혼자 들떠서 답답하게 굴었ㅡ"



한동안 조용할 것만 같던 분위기를 깬 채 들려온 목소리에 힐끔 뒤에 서있을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리면, 그 곳에는 아니나 다를까 상처받은 새끼고양이처럼 한껏 웅크러든 어깨가 부들거리고 있는 그녀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어깨, 쳐진거 싫다고 했잖아..."
"상관없잖아, 이제 나같은 거..."



약한 소리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대로 그녀에게 다가가 여전히 펴질지 모르는 어깨를 감싸안는다. 두근거리고 있을 내 심장의 진동이 그녀의 등을 타고 고스란히 전달될것에 살짝 거리를 두자 이런 내마음따위 모른다는 듯 뒷걸음질 치며 내가 애써 벌린 거리를 단숨에 좁히는 그녀였다. 뭐야, 기대하게 하지ㅡ 행동과는 맞지 않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기대하게 하는 게 아니야. 그 쯤은,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으응..."
"자, 그럼 얼굴 보여줘."



팔의 힘을 살짝 풀어 그녀가 돌기 편하도록 길을 내주면 붉게 상기된 얼굴로 힘겹게 발을 움직이는 그녀였다.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다시 한 번 그녀에게로 한발 내딛는다.
다른게 있다면 이번엔 어깨가 아니라 얼굴 사이의 거리가 좁혀들고 있었다는 것. 정도







"컷, 거기까지!"
"에? 뭐야~ 좋았는데..."



와타나베 마유라는 1학년 부원의 목소리에 멈춘 나와 그녀는 그대로 한동안 서로를 바라본 채 서 있는다.
아마 배역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거라 생각된다.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여전히 붉어진 얼굴로...



두번째 호령이 있기 전까지ㅡ



"오오시마 선배는 다음컷 준비 해주세요. 코지마 선배는 잠시 쉬셔도 되요."



그녀가 순간 도끼눈을 뜬 채 와타나베 씨를 한번 째려보고는 나를 바라보며 작게 손짓을 한다. 응? 하며 무릎을 굽혀 그녀와 눈높이를 맞게 하면 쪽.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그녀의 돌발행동에 놀라 급히 몸을 세우고 바라보면 아까 못 했으니까. 하더니 스킵을 하며 뛰어간다.



그저 나만이 벙찐 채 서 있을 뿐이고 어디서부터 지켜봤는지 모를 마에다씨는 그런 내게 다가와 얼굴 앞에 불쑥 음료수를 내놓는다.



"너무...달아오르지 마."
"응?"
"눈에 불을 키고 보는 사람이 있거든ㅡ"
"뭐하나, 물어봐도 될까?"
"뭔데?"
"마에다씨는 왜 날 이 연극에, 그것도 주인공으로 세운거야?"



한 뼘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던 마에다씨는 조금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음에 앗짱. 이라고 부르면 알려줄께, 하루나 하더니 역시나 그녀가 사라진 쪽을 향해 걸어간다.



떠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고있다. 하지만 그 마음과 함께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요즘 부쩍 커진다. 이렇듯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더욱 욕심이 생긴다. 좀 더 함께 있고 싶다. 같이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기억을, 추억을..
이 공간을, 이 시간을..



무엇보다 그녀를 이 곳에 둔 채 떠나고 싶지 않다. 홀로 흘러가는 시간에 남겨두고 싶지 않다.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와 함께 아까 닿았던 입술만이 화끈거린다. 살아있는 감각이 피어난다.



그녀와 있으면,
내 심장이 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