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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마유유편이 29번째 이야기였는데,

일단 글의 흐름상 앞으로 땡겼습니다.

서브캐릭의 이야기들이라서 따로 리뉴얼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저 저런 이야기도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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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 말씀이...이해가 안가는데요."
"그러니까ㅡ"



부활동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적극적이 되어서는 이번 문화제때 시나리오는 네가 맡아. 라는 것도 모자라, 어버버 거리는 내게 일상학원물로, 주인공들은 극의 현실성을 가미한 캐스팅을 할거야. 라니.



"주인공..으로 생각한 사람이라도 있어요?"



저렇게 나온다는 건 100% 상대를 염두해두고 내게 말한 것이라 생각 됐기 때문이다.



"생각하진 않았는데...뭐, 우리반에 예쁘장하게 생긴 애가 있긴 하던데...정 없으면 그쪽을 캐스팅 하던가ㅡ"



부장은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연극을 만들고 싶은 것 뿐이잖아요. 끝내 뱉지 못한 말을 삼킨 채 그게 누군데요? 입을 열면 살짝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이 보인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

자신은 제대로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속속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표정변화가 무심한 듯 베어나오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코지마 하루나."
"에, 그 사람이라면 확실히 예쁘기는 하지만...뭔가ㅡ"
"마유유도 알 정도면 됐네, 그 애로 결정."
"네, 정말 괜찮은가요? 망할지도 모른다고요?"
"괜찮아, 방패도 딸려 올거니까."



당시의 나는 제대로 이해가 되질 않았었다.
실로 부장이 말한 코지마 선배는 굉장히 청순하고, 예쁘고, 학업성적 또한 상위에 랭크가 되는 흔히 말하는 엄친딸이었다.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뭔가 학원내 일진이라는 무리에 찍힌 것 같다는 정도. 게다가 라크로스부 캡틴인 오오시마 선배와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까지.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하려고 할까요? 뭔가 굉장히 의욕없어 보이던데..."





ㅡ했던게 며칠.
생각보다 캐스팅은 별무리없이 진행되었으며, 그 방패라는 것까지 확실히 딸려 들어왔다. 물론 그게 그 사람이라는 것은 몰랐지만 말이다.



"거기 좀 걸리적 거리는데, 저쪽으로 좀 가주시겠어요?"
"아, 그래? 미안─"



내 눈은 어느샌가 그 사람을 쫓고 있었으며, 어째서인지 그 사람에게만은 매몰차게 행동하고 있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닳았다.

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난.



"컷, 애잔한 눈빛은 거기까지ㅡ"



벙진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코지마선배와 그 사람이었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이번 연극에 대한 개요를 설명해주었다.



요는 당신둘이 주인공이며, 배경은 학교가 될 것이다.
바로 부장에게 들었던 틀에 불과했다.
원래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들어갔어야 했는데, 분위기도 분위기거니와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시선을 돌리며 방에 있던 화이트보드를 쾅 소리나도록 친다.
어쩐지 내가 느끼고 있지만, 굉장히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왜 이렇게 되버린 건지 알 수 없다.
아니, 알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인정할 수 있을리가 없다.



다시 한 번 바라본 그 사람은 태연스레 코지마선배의 손을 잡고는 조물거리고 있었다.
왠지 싫었다.
다른 사람과 아무런 거부감없이 닿고 있는 그 사람이.
그리고, 이렇게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내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