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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짱"



호명되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면 조금 떨어진 거리에 서 있던 유코가 뛰어온다. 요즘 어쩐지 아슬아슬하기만 하던 그녀가 며칠사이 연극부에 입부하고 조금 밝아졌다. 아니, 솔직히 말해 하루나와 함께 있기에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무슨 부부싸움도 아니고, 싸웠다가 화해했다가 일주일새 몇차례 오락가락하는 그녀의 감정의 변화를 보고 있으면 사람 사귐에 있어서의 진심은 조금 두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그녀를 보고 있으면, 언젠가 나도 저렇게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그녀만큼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말이다.



거의 내곁에 다가온 그녀를 바라보며 급한일이야? 입을 열면 다짜고짜 날 체육관 뒷쪽으로 끌고간다.



"뭐야?"
"뭐가?"
"숨기는 거 있잖아."



느닷없이 사람을 끌고와서 하는 소리가 앞뒤 잘라먹은 얘기기에 조금 멍하니 서있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전혀 굽힐 생각이 없어보인다. 어디서 이런 위압감이 느껴지는지, 하긴 이렇게 생겼어도 라크로스부의 캡틴을 하고 있는 그녀이니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게만은 그런 눈빛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생각하며 그녀에게 눈을 마주하지 않은 채 아니, 없는데? 입을 연다. 그러자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내 얼굴을 감싸 억지로 자신에게로 돌린다.



"자자, 내 눈을 보고 다시 말해 보시지?"
"그, 그러니까ㅡ"
"으응?"



어째서 난 거짓말을 못하는 것일까.
그녀의 진심어린 눈빛을 받으며 거짓말 할 수 있는 사람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뭐, 일단 유코가 본대로."
"헤에~"
"그치만 절대 친구일 뿐이고, 절대 유코 같은 건 아니니까!"
"잠깐잠깐잠깐, 나 같은 거라니?"



아, 긴장한 탓에 실수해버렸다. 아무리 성격좋은 유코라도 저건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코 그녀의 마음을 비하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난 그녀의 진실된 그 마음을 응원하고 있는 쪽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나와 유키링은 유코랑 하루나처럼 친밀하지 않다는...아직 손밖에 못잡았...아니, 그게 친구라는 거지. 유코와 나처럼 딱 이정도의 친구, 알..겠어?"
"응"



흥미를 잃은 건지 내게서 멀어지는 그녀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쉰다.
여기에서 안도했다. 라는 의미는 오해를 사지 않았기 때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아무튼 내게 등을 진채 서 있는 유코의 곁으로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툭 어깨를 치며 물으면, 닉네임으로 부른 정도로 친하구나, 싶어서 조금 쓸쓸해졌어. 라며 지금껏 내 말은 전혀 듣지 않은 오오시마 유코였다.



그러더니 곧.



"나 이번 문화제때 주인공이야."
"에? 거짓말! 운동밖에 모르는 유코가 연극이라니..."
"뭐? 냥냥이랑 공동주연이거든?"
"하루나도...고생이 많겠네..."
"그런식으로 나오겠다는 거지?"



조금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는 것은 착각이었던 것일까.
살짝 올라간 입고리가 꼭 잘못 본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사에짱의 유키링을 괴롭혀 주겠어."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



역시 이래야 오오시마 유코라고 생각한다.
조금 안심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제대로 지탱한 채 서 있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