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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1 00:13
잔잔한 분위기를 이끌기위해 노력했던 편인데....그 뭔가 꽁기꽁기하고 순수한 그 마음을 제대로 보일 수가 없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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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괜찮아?"
"응"
"애들은?"
"이젠 괜찮아"
"아주머니랑 아저씨도 여전하시지?"
"뭐뭐ㅡ"
"시노다 선배 수험준비는?"
"직접 물어보지 그래?"
"무슨일 있으면 말해줘야 돼."
"알겠어"
"꼭, 말해줘야 돼?"
"응"



가로등 불핓만이 아스라이 부딪치는 어두워진 길을 걸으며 앞뒤 없이, 일정한 주제도 없는 질문에 묵묵히 앞을 보며 대답하던 그녀는 갑자기 멈추는 내 발걸음에 유짱, 오늘 이상해. 라며 멈춰선 내 앞으로 걸어와 선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탓에 그녀의 표정을 알 수는 없지만 별빛이 쏟아지는 밤의 영향탓일까 여기서 멈춰야함을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나의 입은 얄밉게도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근데...왜 가려는 건데..."



그동안 수차례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며칠째 내머리속을 헤집고 다녔던 의문을 뱉어낸다. 나의 물음에 걱정스럽게 내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가 곧 얼굴을 굳히며 뒤돌아선다.



"그래야....할 때니까..."
"응?"



한발두발 어렵사리 움직이며 나의 물음에 이렇다할 답을 주지 않은 채 하늘을 향해 시선을 움직인다. 그리곤 여전히 미동없이 자신의 모습을 두 눈에 담고 있는 나를 향해 돌아선다.



여전히 의미모를 소리를 내뱉는다.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뭐가 더 가슴 아픈 줄 알아?"
"뭐야, 뜬금없이."
"사랑하는 마음ㅡ"
"어?"
"ㅡ이라는 대사처리는 어떤 감정으로 해야돼? 영 어렵네...그나저나 유짱까지 끌어들이고 미안해. 라크로스부로도 바쁠텐데..."



진심으로 미안한 듯 고개를 꾸벅이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나는 한달음에 발을 움직여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런 말 듣겠다고 한 말이..."



한껏 쳐진 양어깨를 잡고 시선을 마주한다. 어깨와 마찬가지로 늘어진 양눈썹이 안타까워 그대로 어깨를 감싸안는다. 나 한테는 그런 약해진 모습보여도 되지만, 그 주체가 내가 되는 건 싫어. 둘 사이의 작은 공간에서 부터 울려퍼지는 두근거리는 진동이 두 사람을 감싸고돈다.



"유짱의 단순함이 좋아."



갑작스런 고백에 감싸고 있던 어깨를 떼어낸 채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면 배실거리며 웃으며 나를 지나쳐 걸어나는 그녀였고, 그제야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같이가ㅡ 발을 움직인다.



아직은 천천히 너무 급히 행동하지 않기로 한다. 잠깐이지만 찾아왔던 정적은 아직은 혼자서 감당하기에 너무도 무겁게 내 자신을 누르고 있었다.







"근데 요즘 타카미나 수상하지 않아?"
"뭐가?"
"나한테 구박을 안해!"



내말에 풉ㅡ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살풋 따라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는다. 갑작스레 닿아오는 손길에 움찔하던 그녀는 곧 무거워. 라고 하며 힐끔 나를 바라보지만 내가 전혀 놓을 생각이 없음을 안 건지 곧 가방을 오른손으로 옮기며 살며시 내 손가락을 잡아온다.



간질이는 감촉이 좋아 살며시 놓았다, 잡았다를 수차례.
곧 깍지를 끼곤 크게 앞뒤로 흔든다.
마치 어린시절의 우리처럼



"와~옛날같아."
"응?"
"옛날에는 곧 잘 이렇게 다녔는데. 생각이나서~"
"아, 유코 남자애같았어. 결혼한다는 둥...ㅡ"



어린시절에는 셋이 늘 함께 였다. 늘 하루나를 둔 채 타카미나와 싸워야했고, 그렇기에 더 필사적으로 하루나에게 달라붙었을지도 모른다. 뭔가, 뺏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더 먼저 알았으니 내가 더 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아이 특유의 소유욕이 장난감이 아닌 그녀에게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란 지금도 난.
그녀를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다.



"결혼할 수 있을까나~"
"예나 지금이나 엉뚱하기는ㅡ"



말은 그렇게 하는 것 치고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조금 더 보고싶지만, 그렇게 행동하면 장난으로 밖에 보지 않을 그녀임을 알기에 여기서 그만.
언젠가 이 두근거리는 마음도 그녀에거만은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잡고 있는 손에 조금 더 힘을 줘본다.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 붉네."
"그런가?"



다행히 넘어가는 듯 잡지 않은 손을 펴서 불빛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곤 미소를 지으며 앞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 곳에는 조금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시노다 선배가 보인다. 반사적으로 멈춘 발에 나를 바라보던 그녀도 곧 정면을 바라보곤 순간이지만 얼굴이 굳는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래서 유짱이 데려다줬잖아. 근데 왜 나와 있어? 공부는? 오늘 시험은 잘 봤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니까, 너나 좀 일찍 다니면 안돼? 요즘 세상이.....그러니까, 너도 그만 가봐!"
"진짜! 유짱 오늘 자고 갈거야. 들어가자."



갑작스런 선배의 등장도 등장이지만, 자고 간다니. 전혀 듣지 못 했다고.



어버버하고 있는 나를 끌고 선배를 지나쳐 집을 들어가는 그녀였고, 내게만 들릴 정도로 역시 혼자 집에는 보내기 위험하니까. 내일 토요일이기도 하고...괜찮지? 힐끔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으응. 힘빠진 대답을 한다.



그저 팔을 타고 느껴지는 잔잔하지만 힘찬 진동에 이번에는 내 얼굴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