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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8 17:25
짜잔....올해안에 끝낼 수 있을까요..
무슨 새로 쓰는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지....

아무튼 빠르게 다시 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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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진짜 연극부에 들어온거야?"
"아하하하, 그렇게 됐ㅡ"
"사야카는 알어?"
"뭐, 일다안? 저...사에짱?"



갑자기 서로가 절대 있을 리 없는 곳에서 만나게 되면 이처럼 놀랄 수는 있지만, 지금의 사에짱처럼 행동하진 않을 것이다.



"뭐하는거야?"
"멀쩡해? 어디 다치거나 하지 않았어?"



역시 그렇게 친하기로 소문난 사에짱에게까지 사야카는 그런 이미지였던 것일까. 생각하니 저도 몰래 너털스레 웃음이 나온다.



"혹시 머리를 다친거야?"



덕분에 사에짱의 정성어린 촉진을 받아야했다. 꼼꼼하게 체크하는 통에 주변의 이상기후를 내가 먼저 눈치챘고, 곧 아직 내게서 손을 떼지 않고 있던 사에짱을 물려야했다.



"아니, 그것보다 사에짱은 왜......에?"
"나야, 그냥...좀 만날 사람이 있달까...데려다 주러 왔달까...보고, 암튼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
"사야카에게 말은 하고 여기 온거야? 지금쯤....."



머쓱하니 뒷머리를 긁적이던 사에짱과 눈이 마주치자 정말 짜기라도 한 듯 팔로 감싼 몸이 움찔거린다.



"라크로스부는 원래 그런 곳인가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아냥거리며 입을 떼는 부원의 시선을 받자, 조금 기분이 나빠져 근원지를 찾아 매섭게 노려보면 어느 새 내옆으로 다가온건지 손 끝에 느껴지는 따스한 감촉에 뭐, 우리도 사람이니까. 예쁜걸 좋아하는게 죄는 아니잖아? 여유로운척 내뱉는다.
그녀와 맞닿아있는 손끝이 살짝 떨려오고 있었지만 말이다.



"자신들의 어리숙한 행동으로 상처받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건, 몰라요? 뭐, 따지고 보면 코지마씨도 희생양일 뿐인거잖아요?"
"그거야-"



자신과 연결된 손에 힘을 주며 내 시선을 자신에게로 향하게 한 그녀는 곧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입만을 움직여 그래도 날 계속 봐주고 있었으니까...괜찮아. 나직하게 읇조린다.
가라앉은 음성임에도 전혀 이질감없이 나를 감싸 안아준다. 이번에는 내 쪽에서 손에 좀 더 힘을 준다.



"안일하게 행동하는 건, 이제 끝났어."



내 눈빚을 고스란히 받고 있던 눈 앞의 인영은 곧 불만스런 표정을 짓곤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어쩌다보니 이 곳으로 매일을 출근 도장을 찍고 있었다. 처음 길이길이 날뛰던 사야카도 이제는 네 마음대로 해! 일단 반은 포기한 상태기도했고, 일단은 라크로스부의 연습이 있는 날은 확실히 참석을 해서 일전에 사에짱이 우려한 더 큰 화는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식부원처럼 대하는 그녀와는 달리 나는 정말 그녀를 입부시키기위해 어쩔 수 없이 거둬들인 짐짝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ㅡ



"방해되니까, 거기 서 있는 건 그만둬 주시겠어요?"



ㅡ이런식으로.
그게 또 말투는 굉장히 공손해서 딱히 화를 내지는 못하지만, 그와 반대로 기분 나쁜 것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날선 반응에 이따금씩 내가 여기서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하나. 싶을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떻게 안건지 항상 내 옆에 있어주는 것은 그녀였다.



"유짱, 표정ㅡ"



따스하게 스쳐지나가는 손길에 지그시 매만지는 내 미간의 주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내게 닿는 그녀의 숨결 또한 직접적으로 이마에 닿는다. 일정한 간격으로 뱉어지는 온기에 지끈거리며 머리를 어지럽히던 고통 사라진다. 마치 춘곤증에 시달리는 봄의 한 낮처럼 노곤해진 정신으로 한발, 그녀에게로 향한다. 그녀가 차마 피할새도 없이 이마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살풋 미소가 인다.



곧 그녀에게 한 대 맞아야 했지만.



"코지마선배, 잠시만요."
".....아, 응ㅡ"



돌아선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귀가 새빨갛게 된 것을 보니 아픔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마의 한 곳이 불에 데인 듯 뜨거워지는 듯 했다.



"딱히 할 일도 없는 것 같은데...오오시마선배도 오시던가요."



물론 하늘을 날 것 같은 이 기분을 잡아주는 되바라진 후배덕분에 얼굴이 풀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그 점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을 거다. 그러지 않고서야 매사 저리 삐뚤어지게 행동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뭐, 그렇게 투덜거려봐야 그녀의 뒤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 나지만.



그렇게 불려간 곳에는 부장과 후배, 그리고 뭔가 조금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학생이...그러니까ㅡ



"카시와기 유키, 2학년B반입니다."



내 눈빛을 읽은 건지 본인소개를 하는 소녀는 보이는 것보다는 어둡지 않았다.



"사에짱은 감기로 결석. 이라고 해도 나보다 잘 알겠네~"



솔직히 자기소개 직후라 너무 분위기가 가라앉아 조금 띄울 생각으로 뱉은 가벼운 농담조였지만, 오히려 더 어색해져 아하하. 허탈하게 웃을 뿐이었다. 물론 그런 순간에 조차 내 손을 꼭 잡아준 그녀덕분에 그나마도 버틸 수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지금껏 이토록 내게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한 사람들을 보지 못했기에 겁이 났다는 게 정답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만이 나를 지탱해준다. 그녀는 그런 시선들을 어떻게 버티고, 견뎌왔던 것일까. 생각하니 마주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녀는 나보다 강하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ㅡ



"컷, 애잔한 눈빛은 거기까지ㅡ"
"에에?"



느닷없이 나와 그녀 사이에 끼어들며 손가락을 튕기는 후배.
그러더니 지들끼리 뭐라 속닥거린다. 그저 그 곳에 있는 이 중 나와 그녀만이 멍하니 그 들을 바라본다. 그러더니 한다는 소리가.



"에? 무리"
"별로 문제될 것은 없지 않나요? 일상이고..."



요는 이번 문화제때 선보일 연극의 주인공을 맡으라는 것. 그것이 임시입부의 조건이라고 한다.
것보다, 임시입부라니 전혀 듣질 못했는데. 란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면 씁쓸하게 미소지을 뿐이다.
떠나는 것을 미루지는 않는 구나. 그녀와의 부활동으로 한껏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미 알고 있었을테지만 이런식으로 재차 상처받을 줄은 몰랐다.



"ㅡ난 바보일, 까나..."



마음속으로 읊조린다는 것이 그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채 입을 막기도 전에.



"유짱..."



그녀의 음성이, 손길이, 숨결이...
이 모든 것을 이제는 조금씩 헤어질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다.



마지막에 웃어 줄 수 있도록.
그녀를 슬프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니.까!"



또 다시 방해꾼 덕분에 인상이 험악해지고, 그런 내 미간을 어루만져주던 그녀가 여전히 내게 시선을 준 채 역시 안되겠어. 아까 끊어졌던 대화의 맥을 잇는다.



"그러니까 이미 정해진거라 어쩔 수 없다니까요."
"느닷없이 주인공이라니...게다가 나 평판이 그닥 좋지 못해. 연극...망해도 괜찮아?"
"괜찮아요, 우리 부장이 꽤나 평판이 좋아서."
"그걸로 해결될 일이...ㅡ"



어수선한 분위기에, 그것 보다 저 후배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아? 옆의 아이의 옆구리를 찌르며 묻지만 돌아오는 거라곤 그런 것을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어이없는 소릴 지껄이는 것이 이 곳의 부장이라는 마에다 아츠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