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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7 11:47
후후....예전에 올렸을 땐 터무니 없이 일찍 나왔던 편을 조금 뒤로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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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냥~"
"애도 아니고...이게 뭐야."



내 눈에 들어 온 두 사람의 모습은 주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였다. 그래, 두 사람만의 세상에 빠져있다는 게 맞을 정도로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저..ㅡ"



그런 둘 사이에서 밥을 먹고 있는 나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른 채 젓가락질 중이었고 결국 참다 못해 입을 열었지만 내게로 쏠리는 두 사람의 눈빛이 너무도 순진무구해서 열린 입에 반찬을 넣을 뿐이다.



"왜그래?"



하지만 하루나에게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내가 눈에 들어왔는지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가지런히 테이블에 올려놓은 후 입을 열었다.



"말...해도돼?"



난 왜 이렇게 그녀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일까.
왜인지를 물어오고 있는 상대에게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할만큼 난 예의바르지도 않은데 말이다.



"응"



말해도 될까, 말까를 두고 내적 자아와 사투를 버리고 있으면 승락의 뜻을 담은 간결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두 눈 앞에 어리둥절한 채 앉아 있는 유코와 여전히 부동자세로 내게 곧게 눈을 부딪쳐오는 하루나를 둔 채 쉼호흡을 해본다.
이게 뭐라고 난 이렇게 긴장하는지도 모른 채.



"좀...떨어지면 안될까...?"



난 그 순간 무슨 용기를 가지고 그런 말을 내뱉었던 것일까.
내 말에 서로를 한 번 마주보던 둘이 내게로 시선을 돌린다. 뭔가 불쾌하다는 듯한 유코의 표정과는 달리 그래? 하는 듯 대수롭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던 하루나였다.



"보는 쪽이 불편하거든ㅡ"



하루나가 한번 받아줬기때문일까.
나는 좀 더 강한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까와는 달리 지금의 내 심정도 플러스하여 표정변화는 옵션으로 첨가한며 하지만.



"그럼 보질 말던가..."



하루나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뱉고 있는 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단어들의 조합이었다.
물론 놀란건 나만이 아닌지 유코마저 하루나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굉장히 기쁘다는 얼굴로ㅡ.



어버버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힐끔 바라보던 하루나는 그냥, 그러려니 할 때도 되지 않았어? 2차펀칭을 날리고, 그대로 난 Knock down.
남이야 어떻든 본인은 한가로이 밥을 먹는다. 그 모습을 넋을 놓은 채 바라보고 있을 뿐 더이상 내 젓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유코가 나를 툭 치며 입을 열기 전까지는ㅡ



"나...뭐 잘못, 했어...?"
"무슨소리야?"
"냥냥도, 타카미나도 요즘 이상해."
"아, 타카미나라면 요즘 확실히 이상하긴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여전히 내 눈은 유유히 식사중인 하루나에게 고정되어 있을 뿐이다.



"저...하루나?"



절로 움직인 입은 겁도 없이 식사하는데 여념없는 하루나를 부르고 있었고, 한 번도 아닌 두 번째 자신의 시간을 방해하는 내게 별거 아님 알아서 해. 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왜 도시락반찬이 같아, 유코랑?"
"어? 뭐, 우리집에서 등교했으니까."
"왜?"
"그야 우리집에서 잤으니까."
"요즘 동거햇ㅡ"



요 며칠간 미묘하게 같은 도시락을 가져오는 둘의 모습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채 입을 열게 되었지만 정작 중요한 대목에서는 유코의 나쁜 손버릇때문에 묻지 못한 채 아직 얼얼한 뒷머리를 부여잡고 유코를 노려본다.



"그러고보니..."



옥신각신하는 우리를 바라보던 하루나는 곧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타카미나, 요즘 계속 마에다씨랑 같이 있네... 입을 연다. 그곳으로 시선을 보내면 타카미나와 연극부의 부장이 교정을 걷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요즘 부쩍 저 둘의 조합을 자주 목격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이 곳에 타카미나도 함께 있어야 했다. 물론 조금전 내가 받은 크리티컬 어택을 둘이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고 말이다. 원래대로라면 말이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에 타카미나의 곁에 서 있는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언 듯 굉장히 의욕없는 표정같지만 어쩐지 지금 부드러운 미소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난 타카미나를 바라보는 연극부 부장의 눈빛에서 익숙한 그림자를 찾을 수 있었다.



지금 하루나를 바라보는 유코의 눈빛처럼.
애절하다는 것을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