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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0 10:44
짜잔.
또 잊을 즈음 왔습니다.
오늘은 아플예정이라, 요것만 올리고 바로 잡니다.

즐감하세요~

P.S. 나도 누군가 쓴 코지유우 글을 읽고싶다.
내 망상은 너무 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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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 이제 마음 편히 남은 시간을 즐기면 된다. 어찌보면 굉장히 이기적인 마음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싸움으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다.



그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
물론 그녀는 내가 아직도 유학을 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으니 그 이상 말을 해주진 않았다. 아마 이 것에 대해서는 마리짱조차 제대로 된 내막은 모르리라 생각된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두 손을 놓고 있을 그녀가 아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것이 내가 남아 있는 며칠동안 지켜야 할 마지막 비밀이 되었다.



그냥 옆에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이렇게 꿈만 꿔오던 부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는 것에, 그녀와 나를 묶는 것이 학교이외의 단체라는 것에 만족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 정말! 오오시마 선배 왜이렇게 굼떠요! 그러니까 거긴 좀 더 타이트하게 움직여야 된다니까요!"
"으, 응"
"다시 갈게요!"



하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오히려 더 욕심이 난다.
더 곁에 머물고 싶고, 더 닿아있고 싶고, 그 순수하기만 한 눈동자 가득 나만을 담고 싶다.



오직 나만이 그녀의 모든 것을 갖고 싶다.
인정하는 순간 겨우 막고 있던 둑이 무너져 내리듯 그 마음마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철들무렵부터 조금씩 자라나던 감정이었고 그 마음이 그저 친구 사이에 싹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무척이나 힘들었다. 아니, 사실은 고장난 심장탓에 쓸대없이 두근거리는 거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거기다 몸둥이마저 약해 빠져서는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 조차 내게 너무 버거웠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맞춰주었다.
걸음이 느린 내 발걸음에 맞춰주었으며,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나를 위해 다리가 되어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항상 내게는 웃는 얼굴을 보여줬다. 힘들고, 귀찮았을 법도 한데 언제나 나를 향한 것은 곱게 쉬어진 눈과 두 볼 가득 자리잡은 보조개였다. 내가 등돌리기 전에 그녀가 먼저 나를 외면하는 일은 없었다.



아니, 내가 등을 돌려도 언제까지고 내 팔을 잡아줄 그녀였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내가 조금 다가서야 한다고 느꼈다.
그녀가 지치지 않도록ㅡ.



그리고 이렇게 마음먹은데는 요즘 들어서 부쩍 신경쓰이는 시선이 생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잠깐잠깐! 선배, 동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이라니까요? 몇번짼데 헷갈리는 거에요!"
"아, 그...미안..."



기죽어 있는 모습이, 풀이 죽은 모습이 신경쓰여 발을 움직여 아직 이번 장면에 대해 논의 하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내가 다가가자 정면에 서 있던 와타나베가 나를 바라보고, 등지고 있던 그녀만이 여전히 펴질지 모른 채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괜히 그 모습이 짜증나 작게 웅크리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안는다. 화들짝 놀랄 줄 알았던 그녀는 의외로 태연하게 냥냥? 나를 불렀고 감싸안은 내 팔을 자신의 손으로 매만지는 그녀에게 어떻게 알았어? 입을 열면,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하며 키득거린다. 조금전의 풀죽어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평소의 그녀로 돌아와 있었다.
물론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주변의 부원들은 내 돌발행동에 깜짝 놀란 듯 하지만.



그리고 여기 한 사람 더ㅡ.



"이제 그만...떨어져주시겠어요? 이대로라면 지체, 되니까."
"응, 유짱 긴장하지마."



여전히 떨어지지 않은 채, 오히려 그녀의 어깨에 두른 팔에 힘을 주며 눈 만이 앞에 서 있는 와타나베 마유에 고정한 채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을 한다. 간지러운지 푸스스 웃던 그녀의 모습에 여전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던 두 눈이 휜다.



이걸로 알고 싶지 않았던 해답을 미리본 기분이 들 정도로 조금 허탈하지만 오답을 적지 않아도 되니 안심해야하는 걸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난 앗짱이 내게 중얼거렸던 내용의 진상을 알 수 있었다.







- 너무...달아오르지마
- 눈에 불을 키고 보는 사람이 있거든ㅡ







당시의 나는 그냥 그녀의 팬들에 대한 언급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고 서로의 마음이 같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나의 눈은 전보다 더 그녀를 쫓고 있었고, 그런 내 눈에 항상 들어왔던 시선이 있었다.



나와 같이 언제나 그녀의 뒤를 쫓고 있던 시선.



그냥 넘길 수도 있다. 예전처럼 무시할 수 있다. 그 순간만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된다.
하지만 싫다, 안된다. 그런 눈빛으로, 그런 속이 훤히 보이는 행동으로 표시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둔한 그녀라도 지금의 그 눈빛이 이상함은 눈치챌테니까.



그래서일까.
더 필사적이게 된다.



내 것을 넘보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