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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보내는 두 번째 주말.
시간은 참 거짓말처럼 잘도 흘러간다.



[여, 나노하짱 뭘 넋 놓고 있나?]
"하야테, 짱..."



공중에 띄워진 친우의 얼굴에 울컥하는 것은 괜시리 그녀가 떠올랐기 때문일까.



[나, 나, 나노하짱?]



꽤나 당황한 어투로 겨우 내이름을 완성해낸 후 화면가득 채워진 걱정스런 얼굴에 괜히 미안해져 눈가를 매만진 후 힘껏 입가를 당겨본다.



"역시 하야테짱은 다루기가 쉬워, 그러므로 점심동행에 당첨되셨습니다~"
[에? 단순한 연기? 나도 글러먹었네. 뻔한 연기에 속아 넘어가다니.]
"아하하하~"



억지로 음성까지 뱉어내며 힘겹게 당겨진 얼굴 근육에 미세한 경련이 인다. 물론 눈치백단인 하야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급히 몸을 세우며 창가로 향했다. 회백색의 하늘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도 없이 날씨 좋다~ 하고 뱉어낸다. 이왕이면 비까지 쏟아진다면 금상첨화일텐데...



[ㅡ그럼 두 시간 후 볼까?]
"응"
[비, 온다니까 우산 챙기고ㅡ]



비.
아마 저 눈치빠른 너구리를 알아차린 거겠지.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잠시 엇나갔던 메어버렸던 목소리를 캐치한것이겠지.
이래서 하야테만은 피하고 싶었는데...이런 식으로 나를 너무 빤히 알아차리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할 수 없어서.



하지만 혼자는 있고 싶지 않으니까.
보나마나 채 지우지 못한 그녀의 흔적에 힘들어 할 내가 보이니까.
이제 아픈 것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게 억지로 동행시킨다.
홀로 걷기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렇기에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쓸데없이 머리를 써서 일까
갑자기 단 게 먹고싶어졌다.
하지만 집에 있는 것들은 먹지 못한다.
온통 그녀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들 투성이라...



새 것을 사러가야겠다.
그 위에 덧씌우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