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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검색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어찌하여......

착한 저는 그렇기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엘사!"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면 그 곳에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 중이던 엘사가 화들짝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급히 책상 밑으로 감춘다. 「무슨, 일이니. 것보다 노크정도는 하렴」 내가 못 봤다고 생각하는 건지 오른손을 들어 헛기침을 하며 유연하게 행동하고 있을 그녀였지만, 나 솔직히 다 봐버렸는걸...

 

 

 

"아, 안나?"

"이게, 뭘까?"

 

 

 

성큼성큼 발을 움직여 순식간에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꽂꽂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아있는 의자를 빼고 그 아래로 던져진 채 널브러져 있을 두루마리를 손에 든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급하게 의자에서 일어나 빼앗아 들려는 그녀였지만,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여유롭게 피하며 깨알같이 적혀 있는 글을 읽어 내려간다. 점점 시선을 아래로 움직일 수록 마냥 좋은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다. 언젠가 이런날이 올 거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라...

 

 

 

그래, 언제가는.

하지만 이제야 겨우 그녀를 제대로 볼 수 있는데 또 다시 문 밖으로 쫒겨 나고 싶진 않았다.

내가 노크를 하지 않는 이유도 예전 처럼 문 밖에 서 있을 수밖에 없을 내가 싫어서, 그녀가 내 노크에도 여전히 눈을 걸어잠근 채 열어주지 않을 것만 같아서, 그 것이 두려워서...

 

 

 

"뭘 새삼스럽게, 이제는 한 나라의 여왕이니까 이런 것 쯤은──"

 

 

 

억지로 짜낸 목소리가 볼썽사납지만, 짓고 있는 표정마저 들킬 것 같아 급히 등을 돌아 선다.

약해 빠진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더러, 그 서류를 소중하다는 듯 손에 주고 있는 그녀의 모습 역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네..."

 

 

 

괜한 기분탓일까, 어째서 나보다 더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어째서 나보다 더 습기를 머금은 채 억지로 뱉어내고 있는 거야.

왜...그렇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그런데 무슨일이니?"

"아...아, 별거 아니야."

 

 

 

싱겁게 손을 좌우로 흔들어대며 뒷걸음질을 치며 문 근처까지 움직인다. 어째서인지 이 곳에 더 머물기가 힘겨워졌다. 갑자기 무거워지는 공기가, 그리고 계속 해서 머릿속에 리플레이 되는 잔득 젖은 목소리가 자꾸 걸린다.

 

 

 

"바쁜 거 같으니......, 엘사?"

"으, 응?"

"괜, 찮아...?"

 

 

 

그러던 중 어렴풋 내 눈에 그녀의 손이 닿아 있는 두루마리의 한 쪽 면에 서리가 어리고 있었다. 무언가로 인해 지금 그녀의 감정이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는 미비한 정도이기에 이대로 내가 나가서 스스로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하는게 낫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쩐지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아 어렵사리 입을 열었고, 지금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떤 것에 사로잡혀 있는 건지 약간 얼빠진 반응을 하는 그녀였다.

 

 

 

"여기."

 

 

 

이미 바닥쪽도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냉기에 빙판이 생겼고, 넘어지지 않게 한발한발 움직여 그녀와의 거리를 좁힌다. 조심스레 어깨를 움켜 잡은 채 뒤 쪽으로 밀려나 있는 의자에 앉힌다. 그녀에게 닿았던 손이 저릿할 만큼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갑자기 그녀의 감정이 폭주한 이유를 모르겠다.

 

 

 

갑자기 들어와서 놀랐기 때문에?

아니면 구혼장으로 인해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이대로 둬서는 안될 것 같아 의자에 앉혀 이 쪽으로 불러 깨운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른다.

어깨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의자에 앉자 자연스럽게 자신의 시선보다 높은 곳에 있는 나를 올려다보는 모습과 함께 창백해진 채 잔득 흐려진 파란색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춰지자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녀가 얼어버려 의식을 놓았던 나를 끌어안았던 것 처럼 나도 그대로 두팔에 그녀를 가둬본다.

내가 느꼈던 따스함을 그녀에게도 전달해준다.

 

 

 

"안나? 무슨─"

"엘사야 말로 무슨짓을 한거야..."

 

 

 

한 번 얼었던 심장이 그녀의 눈물과 포옹으로 인해 녹아내렸었다. 그녀의 포옹과 눈물에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마법적인 요소가 있는 것일까. 그게 아니고서야 지금 내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심장에 마법을 건, 걸까..."

"무슨...일단 이 것 좀."

 

 

 

올라프는 ture love 라고 했었다. 내가 엘사를 위해 나를 희생하려 했던 그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의 목숨보다도 난 엘사를 한스에게서 지키려 움직이지 않는 발을 겨우 떼어내며 그의 앞을 막아섰었다. 머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내 몸은 이미 그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엘사"

 

 

 

좀 더 팔에 힘을 줘본다. 귀 끝에 느껴지는 그녀의 서늘한 체온이 뜨겁게 달아오른 내 열기를 식혀준다.

 

 

 

"──눈사람, 만들지 않을....래?"

".....그래, 만들자...."

 

 

 

장갑을 끼지 않은 그녀의 손이 내 등을 어루만져준다. 시원하게 나를 감싸안는 느낌에 조금 전까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내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