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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을 날아 우리 여행의 목적지인 크로아티아에 도착했다. 위도가 터키보다 높아 그런지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꽤나 매섭다. 그저 표현하지 않은 채 트램을 기다리며 멀리 보이는 자그레브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으면 어떻게 알아차린 건지 등 뒤로 따스한 체온이 느껴진다.
"괜찮니? 안 춥니?"
"흐으응"
얇은 티셔츠에 조끼를 입고 있을 뿐인 주제에 오히려 나를 걱정해주는 모습에 차마 내색하지 못한 채 시선을 멀리 던진 채 지금 이 순간을 보낸다. 하지만 어깨를 감싸 안았던 그녀의 가늘기만 한 팔이 곧 풀어진다. 순간 아쉽다고 생각하는 나를 향해 자조 섞인 웃음이 나온다.
"어휴...가늘, 다..."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 오히려 미끄러지듯 내려와 내 팔을 감싸 안아주는 모습에 오늘 하루 싱숭생숭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기분이다.
손길이 닿는 다거나, 어깨를 감싸 안아주는 정도의 스킨십은 해왔지만 이렇게 뒤에서부터 안아오는 포옹은 처음이라 말 그대로 목석처럼 움직일 줄 모른 채 일정간격으로 뱉어지는 그녀의 옅은 숨결을, 등 뒤에서 작게 일고 있는 진동을 받아낼 뿐이었다.
나를 바라보며 활짝 웃어주는 미소에 답답하게 나를 옭아매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를 향해 움직이는 그녀의 작은 손길에 피곤이 풀어졌다.
내게 갑자기 다가온 그녀로 인하여 지금껏 어깨를 내리 누르고 있던 불안감이 해소되고 있었다.
의아함을 알고 있지만, 이번 여행으로 처음 마주한 그녀임을 알고 있지만 난
이렇듯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승기가 자신이 예약한 숙소의 위치를 확인 하는 동안 우리는 반옐라치치 광장의 중앙에 자리를 잡은 채 쉬고 있었다. 오늘도 너무 무리하게 앞장서서 뛰고, 걷던 그녀에게 잠시의 휴식을 줄 겸 내가 앞서보지만, 승기는 그런 나를 만류한 채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잔뜩 무거워진 다리가 느껴질 정도로 제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신기할 뿐인 그녀는 그런 승기의 도움을 거절하지 못한 채 그대로 무릎을 세우며 뒤를 따른다. 안타까움에 끝내 그녀의 뒷 모습을 바라보지 못한 채 마침 쓰고 있던 모자의 챙 아래로 차마 숨기지 못한 표정을 숨긴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언니 제가 남동생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글쎄요, 선생님──"
잠시 후 승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물어보겠다며 그녀를 돌려보냈고, 돌아온 그녀는 의미불명을 물음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숙소를 찾으려고 지도로 거리를 확인하고 있는데, 승기가 자신을 '형' 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물론 별 뜻 없이 본인도 그냥 자기를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하지만 어쩐지 조금 섭섭한 기분이었던 모양이다. 웃고 있음에도 목소리에 담기는 분노는 조절하지 못한 채 쏟아내고 있는 그녀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그런 행동으로 선생님들은 그저 웃으며 「 그나마 네가 편해서 그래. 」 라며 다독여주고 있었다.
"근데 언니, 괜찮아요?"
"응?"
"좀 앉지 않으시고..."
"조금 전 까지 계속 앉아 있었어, 그렇죠 선생님?"
"미연아, 우리 서 있는 건 안 보이니?"
"아휴, 선생님~"
샐쭉하게 바라보는 자옥 선생님의 눈빛에 곧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아마 선생님들께서도 알고 계시는 건지 그녀에게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고 계셨다.
“선생님 여기서 다시 트램을 타고───”
승기는 자신이 지금껏 알아온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고, 아까 ‘6번정도’ 에 이어서 ‘1정거장 내지 2정거장’ 이라는 말을 남긴 채 앞장 서서 걸었다. 여전히 우리는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물론 나의 얼굴에 한 번 번졌던 미소는 쉽사리 접어지지 않았다.
아까 등 뒤로 그녀의 체온을 느끼던 순간, 내 등을 어루만지며 괜찮냐며 자상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던 그녀가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것 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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