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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오늘은 연차로 쉽니다.
고로 한편은 투척!

조만간 전 죄를 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일째 밤이 다가오고 있어요! ! !








"12시까지 너....있을거야?"



새벽에 다시 잠들기는 했지만, 제대로 깊히 잘 수 없었던 우리는 조식시간에 맞춰 내려왔다. 이미 촬영준비로 분주한 스텝과 일찌감치 내려와 계시는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린 후 쇼파에 앉아 짐을 정리하는 중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니 어디 가시게요?"



승기보고 여자의 언어를 모른다 구박을 하던 선생님들의 심정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어쩜 같은 여자이면서 그 문장에 실제로 품고 있는 내용은 잡아채지 못하는 걸까. 그저 순진할 정도로 둔감한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저으며 숙소를 벗어난다.



홀로 움직이는 것에 조금 두려움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이 것도 이겨내지 못하고서 온전히 언니의 모습으로 미연을 이끌 수 없을 것 같아 스스로의 한계에 맞부딪쳐보기로 한다. 하지만 곧 두눈에 들어오는 신비롭고 웅장한 경치에 어느 순간 나도몰래 폰을 조작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승기에게도 함께 보내는 철저함을 발휘한다. 카메라를 바라보면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입을 떼지만 어째서인지 마음과는 달리 유연하게 행동할 수 없었던 것인지 약간 버벅거리고 말았다. 이런 광경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기분이 앞서서일거라 생각했다.



"언니~"



그리고 수분후 저 멀리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고작 얼마전까지 같이 있었는데 뭐가 그리 반가운지 어깨가 빠질 기세로 흔들어대는 미연에 적당하게 손을 흔들어 나 또한 절제된 반가움을 표현한다.



대충 둘러보던 승기는 약속시간이 다되간다며 선생님들을 모시러 곧 자리를 떠나고, 단 둘이 남은 우린 적당히 그 곳을 산책하기로 한다. 관광지라 우리 뿐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있던 탓에 의도치 않게 손끝에 달싹이는 손가락이 얄미워 스스로 애꿎은 선글라스만 매만진다. 하지만 그런 내 기분도 알지 못하는 무심하기만한 미연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닿아온다. 어깨를 감싼다던가, 약간 쌀쌀하다 싶으면 등을 매만진다던가 등 그녀에겐 하나하나가 너무 쉬워보였다. 일일이 반응하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내려가볼까, 그럼?"



분위기에 이끌려 걷다보니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절경에 조금 주저하다 입을 연다. 톱카프의 비경을 볼 수 있는 또다는 뷰포인트인 카페였다.



"그래, 가보자 언니"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가는 VJ는 무시한 채 조금전의 일을 복수라도 할겸 그녀의 오른팔을 끌어안는다. 아마 이 위치라면 역광이라 잘 보이지 않을 것이기에 선글라스에 가려진 그녀의 표정이라도 읽을 겸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면 놀란 듯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어색하기 짝이 없는 억양으로 내 기분을 맞춰주려는 듯 애쓰고 있었다. 나만 이런 두근거림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한층 기분이 업되고 말았다. 여전히 끌어안은 그녀의 팔은 놔줄 줄 모른 채로.





"언니, 슬슬 가셔야 할ㅡ"



얼마동안 그 곳의 분위기에 취해있었는지, 눈앞에 있던 커피는 이미 비워진 상태고 시간을 확인하던 미연이 조심스레 나를 불러 깨웠다. 살짝 팔을 흔들었을 뿐인데 목소리와 내게 닿는 촉감에, 어쩐지 따사로운 햇살과 만나 노곤해진 기분까지, 마냥 취해 있고 싶었지만 점점 다급한 손길로 나를 터치하는 어설픈 행동에 표시나지 않도록 미소를 머금은 채 아직 나를 흔들고 있는 손을 잡아챈다.



"가, 가실까요..?"



뜨거운 햇살을 오래받고 있었기에 상기되어 버린 것일까. 선글라스를 고쳐쓴 채 앞 서 걷는 미연의 뒤를 따라 발을 움직인다.
자신은 쉽게 다가오면서 상대방에게서의 스킨십에 지나치게 신경쓰는 모습이 새로워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 있으면 아무렇지 않은 척 멀리 보이는 선생님들에게 다가가 살갑게 행동하는 미연에 조금전 붉어졌던 얼굴이 떠올라 웃음을 뱉어낸다.
어쩐지 그녀앞에서는 그저 '김희애' 일 수 있는 나 자신이 놀라우면서도 새로워 앞으로 남은 일정이 기다려졌다.



물론 내가 큰 결심을 한 채 손을 뻗은 것과는 달리 여전히 참 쉽게 움직여오는 그녀의 모습이 얄밉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니, 사람이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닿아오는 것일지 여전히 내겐 의문점이었다. 그런 주제에 그땐 또 생소한 반응을 해줬기에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꽤나 맛이 좋았다는 주위의 반응에 그 곳을 추천했을 뿐인데 기분이 좋다. 맛있다며, 정말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며 눈을 부딪치며 진심으로 다가오는 미연의 모습에서도...
겨우 3일 봤을 뿐인데 그녀의 이 한 마디에 이토록 기분이 좋을 수 있는 것인지 현재의 내 상태가 불안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달리 난 또 선생님들을 챙기며 뒤쪽에서 속도를 맞추어 걷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선다. 승기의 선글라스 사건으로 모두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는 상태인지라 내가 활짝 웃고 있는다고 해서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녀의 손을 잡아낀다. 내 행동에 깜짝 놀라는 듯 하던 그녀도 곧 맞잡은 손을 말아온다. 계속해서 나와 그녀의 VJ가 우리를 카메라에 담고는 있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승기와 자옥선생님이 포인트이기때문에 우리의 모습은 크게 이슈될 것 같진 않았다. 이렇듯 자연스러운 여배우들의 스킨십이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았고..
오히려 내 마음가짐의 문제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럴 수록 더 큰 갈증을 느끼고 있는 나였으니까.



그렇게 우리의 첫 번째 추억을 새겨 놓은 채 터키를 떠나 본 여행의 시작점인 크로아티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