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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녀를 만난건 학교앞 편의점에서 였다.

 

 

 

"이것도 할까?"

"아주 살림을 차려라"

 

 

 

친구 녀석의 자취집에 가기 전에 들른 편의점.

이것저것 먹을 것을 고르고 있던 그 곳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던 그녀를 볼 수 있었다.

 

 

 

 

 

The dream melts away (부제 : 최고의 사랑)

written by skip

 

 

 

 

 

 

 

 

 

 

그리고 그런 잦은 만남이 계속되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녀의 인상은 나의 신경을 빼앗아갔다.

인식하지 않으려 해도 어째선지 내가 편의점에 갈 때마다 항상 그녀는 그 곳에 있었다.

마치 내가 오리라는 것을 알고 미리 진을 치고 기다리는 것처럼.

 

 

 

후에 알게 된 바로는 그녀는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의 교수님이었다.

아무래도 캠퍼스내에서 몇 차례인가 스친 게 전부일 텐데, 어째서 내 기억에 그녀의 모습이 그리도 박혀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기껏해야 10살 정도 밖에 차이나 보이지 않는데, 교수라니. 분명 꽉 막힌 사람일거야.」멋대로 단정 짓고 그다지 관심 없는 척 지내려 했다.

 

 

 

그래, 그러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 것보다는 이쪽이 좋아, .

“에에?

“그러니까, 그거보다 이게 더 먹기 편하고, 맛도 좋다고요.

“고마워요.

 

 

 

어리둥절해하던 것과는 반대로 나의 의견을 수용해주는 그녀였다.

그와 동시에 모른 척 하려던 나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댁이 이 근처신가요? 아니면, 학교에서 가까워서 이용하는 것뿐?

“에, 학교들어가기전에 잠깐 간식이랄까요.

 

 

 

「그렇구나-」고개를 돌려 「오늘은 나도 하나 해볼까」란 생각으로 진열되어있는 음료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으니, 의아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을 다시 그녀에게 맞추며 「뭔가 문제라도?」이제는 뭔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였다.

그러더니 입을 떼곤 한 말이.

 

 

 

 

 

 

 

 

 

 

“우리.....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 .....였죠.

“로빈 기억력 좋네?

“이래 뵈도 일단은 교수니까요.

“네네, 그렇습니까.

“놀리지 말아요, 정말 깜짝 놀랬었다고요, 그때는- 생전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나를 훤히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걸어오고 있었으니까요.

 

 

 

평소의 로빈이다.

요 근래 조금 기분이 안 좋은 듯 보여서 걱정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히죽이고 있는걸 보면 말이다.

 

 

 

그 순간「근데 왜?」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어째서 난 그녀의 안색이 안좋다는 이유로 그렇게나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걸까.

어째서 난 그녀의 표정이 어둡다는 이유로 그렇게나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걸까.

어째서 난......

 

 

 

“정말이지, 다행이었다고요.

“어?

“나미야말로 내말 안 듣고 있었어요?

“아, 미안미안. 근데 무슨 말?

“나미가 취했던 날. 막막했었거든요. 그렇게 술에 약할 줄은, 미리 말이라도 해주........나미?

“아, 그날은 미안. 나도 모르게 페이스가 올라서....

“괜찮아요, 근데 기분 나쁘거나 그런거에요? 안색이..-

“로빈”

“에?

 

 

 

뭘까, 나 지금 왜 이러는 걸까.

어째서 나 이렇게 열 내고 있는 걸까.

어째서 나 이렇게 그를 질....투하고 있는 걸까.

어째서 나.......

 

 

 

“그 사람이 얼굴이 안좋다는 이유로 마음이 불안하고, 어쩐지 조금 쓸쓸해지고, 다른 사람이랑 허물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기분이 나쁘다거나....-

“무슨말하는거에요?

“왜 그러는 걸까.

 

 

 

너무 두서없는 말이다.

애초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겠다.

그저 내 입이 멋대로 뱉어내고 있는 단어들의 조합.

내 마음이 이렇게 싱숭생숭해서일까, 평소에 잘나오던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난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걸까.

그녀에게서 어떤 답을 원하는 걸까.

 

 

 

앞에 놓여있던 아이스티의 얼음을 빨대로 콕콕 찍어본다.

잠겼다가 금세 밖으로 비죽이 얼굴을 내민다.

괜히 심통이 났던걸까, 이런거에.

난 또다시 아까보다 조금 더 손에 힘을 주어 푹 찔러본다.

그리고 한참을 있는다.

다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얼굴을 내밀지 못하도록.

조금은 쓰린 얼굴로, 조금은 아픈 얼굴로 나를 대하도록.

그래야 내가 감싸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건 나.....미 이야기?

“아, .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자신의 앞에 있는 블랙의 커피를 한 모급.

검지손가락에 걸려있는 손잡이가.

그녀의 입술이 닿아있는 컵의 가장자리가.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창밖이.

무심코 카페를 바라보던 이들이 로빈을 바라본다.

햇살을 그대로 받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반짝인다 라는 게 뭔지를 보여주는 듯 비춰진다.

평소에는 잘 몰랐는데, 머릿결도 그렇고 빛을 받은 그녀의 눈동자가 약간은 푸른빛이 감돈다.

 

 

 

그리고 그런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엑?

“왜그래요?

“아니아니. 별거 아니야.

“이상한, 나미.

 

 

 

깜짝이야.

살풋 미소를 보내며 커피쪽으로 손을 가져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볼 수 없어.

이번엔 내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하듯 이번엔 창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커피를 한 모급마신다.

그대로 턱을 괸 채 그렇게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유리창에 반사되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환상을 보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꿈이라도 꾸는 걸까.......예쁘네, 로빈은.」멋대로 저런 생각을 할 정도로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러고나니 또 다시 떠오르는 의문 「그동안은 왜 몰랐을까.」였다.

 

 

 

난 왜 지금까지는 몰랐을까.

그녀는 이국적인 외모에 키도 훤칠하고 몸매도 좋아 꽤 눈에 띄는 그런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바라봤음에도 왜 몰랐던걸까.

 

 

 

, 알겠다.

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로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까이에 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그런 것 때문에 난 그에게 질투를 했던 것이다.

나조차 몰랐던 그녀의 미를 알아차린 그에게.

「뭐야, 별거 아니네.

그렇게 결론 내버리고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한 듯 한결 부드러워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아직도 내가 내뱉을 말의 답을 찾고 있는 것인지, 이번에는 제법 심각해진 얼굴이 비춰진다.

뭔가 약간 슬퍼 보이기까지 하다..

 

 

 

그런 모습.

그런 표정.

마치 내 심장을 움켜쥐고 있는 듯한 감각.

단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 내가 왜 이렇게 아픈건지.

동시에 그녀와 같은 표정이 내 얼굴에 띄어진다.

 

 

 

“좋아.....하는거에요.

.....?

“그 사람. 좋아하는거라고요.

 

 

 

얼빠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아까보다 좀더 심각해진 표정이 마주해온다.

 

 

 

「사람들은 그런 걸 사랑.....이라고 불러요.

나에게 카운트를 날리는 로빈이었다.

 

 

 

 

 

 

 

 

 

 

도대체 그 날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 좀 몸이 안좋은데, 집에 가도 될까?」라고 물어보자 그녀는 아무말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상태인 것이다.

학교는 다행스럽게도 그 무렵 시험이 행해지고 있었고, 나의 시험은 모두 끝난 상태여서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그저.

지금 떠오르는 건.

 

 

 

「보고싶다.」라는 감정을 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늘 봤던 상대를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 거라 믿고 있을 뿐이다.

 

 

 

그러고보니 언제나 연락해온 쪽은 나.

그녀는 그저 응하는 정도였다.

내가 언제 만나자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잡아도 그녀는 그저 말없이 그러겠노라고 말할 뿐이었다.

분명히 나보다도 바쁘고, 시간내기도 어려웠을 그녀였을텐데, 언제나 내게 맞춰주고 있었다.

 

 

 

그래, 그래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거야.

내게 잘해주니까.

내게 잘해주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잘해주니까, 괜히 심통 났던 것뿐이야.

왜 동생이 생기면 그런 감정을 느끼고 한다니까.

언젠가 노지코에게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단순한 문제를 가지고 걱정을 했다.

이건 전적으로 로빈탓.

가당치도 않은 말을 내뱉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뿐이다.

이 빚은 제대로 받자고 생각하며 익숙하게 다이얼을 누른다.

하지만 들려야할 목소리는 끝내 듣려오지 않는다.

「밀린 일이라도 하느라 바쁜가」싶어 조금 이따 다시 전화해보자고 생각한 후 다시 한 번 다이얼을 누른다.

이번에는 얼마가지 않아 상대방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디야?

[]

“알았어.

[, -]

 

 

 

너무 머리를 굴려서 좀 놀아볼 생각으로 준비를 마친 후 집을 나선다.

조금 뜨거운 햇볕이지만, 어쩐지 기분이 좋다.

뜨겁게 불어오는 바람이지만, 지금만큼은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발을 움직인다.

 

 

 

“그랬더니 로빈이-

“너 근데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이름을 막 부르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뭐,어때-선배들하고도 말놓고 사는데.

“그래도 그게 일단은 우리랑 지위부터가 다르잖아, 교수님이라고. 둘만 있을 때는 몰라도 적어도 다른 사람이랑 있을 때는 어느 정도 그 사람 체면도 생각 해줘야하는 게 아닐까.....하고-

“아, 그런가....?

 

 

 

엉뚱한 곳에서 그녀에 대해 지적을 듣고 나니 조금은 기분이 나빠「하지만 로빈 언제나 웃고만 있으니까, 별로 그런 거 따지지 않는 사람 같아 보였고.」중얼거려보지만 어쩐지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에 수긍해버렸다.

 

 

 

“그래서 교수님이 뭐?

“아, 그래. 그건 좋아하는거라고 그러는 거 있지? 것 때문에 한동안 넋나가 있었다가, 이제야 충전하고 나온-

“맞잖아, 사랑.

“너까지 왜그래”

“그 사람의 표정 하나하나에 신경 쓰이고, 행동에도 그렇고, 말투.....아무튼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신경 쓰인다는 거잖아. 그리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너와 지내는 것 이상으로 지내는 것 같으면 괜히 화도 나고......안그래?

“어..-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거지. 그거 질투하는 거잖아.

“질투라면 왜, 동생한테도 하고 그러니까.....왜 내 사랑을 다 빼앗겨버린다는 그런...-

“얘가얘가 아직 어리구만.

“뭐!

“그거랑 그게 어떻게 같냐, 너 머리에 문제 있는 거 아냐?

 

 

 

모처럼 머리 좀 식힐 겸해서 나온건데, 이건 오히려 다운되게 생겼다.

 

 

 

이 녀석까지 그게 사랑이라고 말해버리면.

난 너무도 어려운 길을 택한 게 되버리니까.

더 아프고, 상처받고, 슬퍼할 일 밖에 없게 되버리니까.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 바라볼 수 없게 되버리니까.

 

 

 

“게다가 교수님이라면 아마 연수차 그리스쪽에 간걸로 알고 있는데......아닌가?

....그래?

“어, 선배한테 들었어.

“어떻게 알았데?

“연락했더니 그렇게 말했다나? 뭐야, 그 둘 잘되고 있는거였어? 난 선배혼자 헛물켜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

 

 

 

이 것 만큼 비참할 수가.

나한테는 한 마디 말도 없었으면서, 그런 일은.

연수라니 전혀 듣지 못했다고.

나랑 더 친한 거 아니었어?

이런 걸 내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어야 할 만큼 나 당신에게 그런 존재밖에 안 되는거였을까.

 

 

 

“갈래.

“왜왜, 이제 선배도 올텐―, . 나미!

 

 

 

뒤에서 나를 부르는 녀석을 무시한 채 그렇게 발을 움직인다.

그리스 쪽이라면 일단 시차가 6시간정도 차이가 나니까.......그렇다, 거긴 아직 새벽이겠구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망설임없이 다이얼을 누른다.

아까처럼 고분고분 넘어갈 생각은 없다.

 

 

 

이 기분이 뭔지.

그 녀석이든, 로빈이든 이상한 말을 하고 있지만.

 

 

 

실은……

내가 제일 먼저 알고 있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수차례 끊었다, 연결했다를 반복한다.

그렇게 몇 번을 했을까.

자고 있던건지,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단지 「여보세요.」란 네글자이지만, 어쩐지 무엇보다 안심이 되고, 지금까지 느끼고 있던 분노마저 사그라들고 있었다.

내쪽에서 아무말이 없자, 그 후로 몇 차례 더 「여보세요.」를 하다가 조금 조용해진다.

아마, 발신번호를 확인하는 거겠지.

, 맞다. 곧「나미?」하며 내 이름을 불러왔으니까.

 

 

 

“로빈.

[이 시간― 아, 미안해요. 저 지금 다른 곳에 와 있어서....]

 

 

 

어쩐지 감이 더 먼 것 같기만 하다.

여기서 또 실망.

다른 곳이라니.

녀석한테는 그리스에 간다고 확실하게 말했으면서.

 

 

 

“알아, 그리스 아테네 고고학박물관.

[들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됐어요, 급하게 오느라고 연락을―]

 

 

 

「그 녀석한테는 말했으면서…」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뱉지는 못했다.

 

 

 

그녀에게 나 그럴만한 관계도 아닐뿐더러.

그녀가 어딜가든, 그걸 나한테 일일이 다 보고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 여기까지 생각하고나니 우리 관계가 별게 아니었구나 싶어 더 서글퍼진다.

저쪽에서는 계속해서 내 이름만을 부르고 있고.

잔잔한 그녀의 음성으로 내 이름을 듣는 순간 어쩐지 감성적이 되어버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린다.

 

 

 

........언제와?

[, 아마 3일정도 후에 갈―]

......흐읍....................

[나미, 울어요? 나미? 잘안―]

“보........싶으........., .................

[.......]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바보같이 이제야 나의 감정을 인정하게 되다보니, 목이 메여온다.

따스하게 나를 그저 쓰다듬어 줄 것만 같은 그녀의 음성에 모든 걸 걸어보기로 한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할지라도.

어쩐지 그녀라면 날 이해해 줄 것만 같은 믿음이 생겨버리니까.

조금은 진정된 목소리로 천천히 전하기로 한다.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걸.

오늘에서야 깨닫게 된다.

 

 

 

“로빈탓이야.

[무슨.....]

“로빈이 이상한 소리를 해서 그렇다고!

[? 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사랑.....이라고 했잖아.

[......., 어떻게.......그분과는.]

“아직”

 

 

 

핸드폰의 마이크 부분을 손으로 가린 후 크게 심호흡을 한다.

저쪽에서도 아직까지는 아무말이없다.

뭔가, 힘을 내라던가. 그런말이 올줄 알았는데.

평소의 로빈이라면 곧잘 하던 말이니까.

하지만 전혀 아무런 응답이 없다.

마치 전화가 끊겨버린 듯 조용하다.

 

 

 

“로빈?

[...]

 

 

 

아직 끊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 쪽에서 무슨 말인가 하려는 걸 눈치라도 챈 듯 그렇게 정적이 흐른다.

로빈은 늘 그래왔으니까.

내가 하는 말에는 아무리 하찮은 말이라도 귀기울여줬으니까.

오늘도.

이번에도 그럴거라 믿는다.

 

 

 

“로빈이 그런 말을 해서 곰곰이 생각해봤어, 정말 내가 사랑......이라는 걸 하고 있는지를.

[.........]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전혀 그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어. 난 그런 사랑할 용기도 없을뿐더러. 그 사람이 걱정....되기도 하니까.

[....나미가 좋다고 하면 ―]

“응, 로빈이라면 그렇게 말해줄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너무나도 힘들거 같아. 아프고 맨날 울거같아. 아무리 나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거, 같아. 내가 먼저 지쳐 쓰러질, 것 같아.

[나미..]

“그래도, 그래도 나 같은 곳을 바라보고싶어. 그 쪽에서 오는 연락도 받아보고 싶어. 그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름뿐만 아니라 좋아한다느니, 사랑한다느니 그런 말도 듣고 싶어. 평생 너만 사랑하겠다는 그런 말이 아니어도 좋아, 그저. 지금 이순간만은 내 곁에서 나만을 바라보겠다고......그런 말만 해줬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

.............그러니까, 로빈이 해줘........

 

 

 

 

 

 

 

 

 

 

-

 

 

 

“그땐정말이지.

“왜에-

 

 

 

그 말을 전한 후 난 그대로 종료버튼을 눌러버렸다.

어쩐지 열이 올라서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뿐더라, 그녀의 대답이 두려웠던 것도 사실.

일단 그녀가 오려면 3일은 지나야 하는 거니, 그때까지 어떻게든 강해지자. 란 생각으로 그리 행한 것인데.

 

 

 

난 바로 다음날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내 앞에 서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서 있던 그녀를.

「고마워요.」란 말을 귓가에 속삭이던 그녀를.

 

 

 

“로빈-

“네?

“말해줘, 얼른-

......많이.......좋아하고 있어요.....

“나도.

 

 

 

진한 키스라던지, 스킨십을 바라진 않는다.

그냥 그녀의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고,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속삭이는 것만으로 좋다.

이렇게 내 옆에 서 있고,

이렇게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이렇게 내게 똑바로 시선을 마주해주는 것만으로 좋다.

마주잡은 손을 통해 느껴지는 작은 울림이 언제까지고 계속되길 바란다.

 

 

 

The dream melts away

 

 

 

꿈은 사라졌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