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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스런마음을 담아 2일째입니다.
어쩐지 이이상은 굉장히 불순한 마음이 내비쳐지는 것같아 주저하게 되네요.

생각보다 일찍부터 잡아서 2일째가 더 있겠어요~

새배 복 많이 받으시고,
소망하시는 모든일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시차탓, 이라고 하고 싶었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눈이 떠진 것은.
그저 익숙치 않은 낯선 땅, 낯선 공간, 낯선 환경탓에 괜히 예민해졌기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대답을 했다.



"흐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바로 시정해야만 했다. 내가 행한 행동이었지만, 이렇게 내게 화가 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다.



승기가 VJ방으로 가고 수분 후 침대로 미연이를 불렀다. 홀로 넓은 침대를 차지하는 것도 미안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실제는 살짝살짝 닿았다 떨어지던 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그리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결국 기회를 엿보다 그녀를 끌어안은 채 잠에 빠져들었었다. 목석처럼 굳은 채 잠이 올 것 같지 않다던 그녀의 불평은 무시한 채 체온 만큼이나 부드럽게 나를 감싸도는 향에 취했었다. 그리고ㅡ





- 언니 다리에 다리 올리고 자도 되요?





그녀의 잠버릇은 아마도 무언가에 다리를 걸치고 자야하는 건가보다. 어제 저녁에는 웃어 넘기기는 했지만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 여유롭게 잠에 취할 수 있을리가 없다.



"ㅡ리벤지..?"



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물론 따뜻하게 감싸 안은 두팔과 일정한 간격으로 진동하는 심장박동과 그 진동에 맞춰 뱉어지는 숨결에 마음이 편안해진 것은 사실이기에 풀어낸다거나,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이건 이 것대로 곤욕이었다.
살짝 몸을 틀어 등을 돌려 누워보지만, 여전히 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녀의 팔이 조금 더 단단하게 내 어깨를 감싸안는다. 아까와는 달리 직접 귓가에 와닿는 그녀의 숨결에 화들짝 놀라 우리 사이의 공간을 만든다. 등에 직접 느껴지는 그녀의 심장박동도 내게는 잊고 있던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으니까.



그러다보니 이른 시간임에도 계속해서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눈만 꿈벅거리며 어둠에 익숙해지길,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불빛이 밝아지길 기다리기로 한다. 다행스럽게도 동녘이 밝혀오기전에 어둠에 익숙해진 내 시아에 폰이 들어온다. 어렵사리 손을 뻗어 혹시나 자신의 등 뒤에서 곤히 자고 있는 미연이 이 불빛으로 잠에서 깰까봐 조금 아래쪽에서 폰을 조작한다. 하지만 곧ㅡ



"어?"



부스스 일어나 스위치를 켜는 그녀였다. 발밑에 있던 침대에 걸려 잠시 주춤했지만 무사히 불을 켜고 떠지지 않은 눈을 억지로 떼어낸다.



"언니도 커피, 드실래요?"
"아니 난 조금 있다가 조식 먹을래ㅡ"



엉뚱하기만 한 내 말에 ㅡ그러니까, 지금 시각이 새벽 3시쯤인 것으로 보아 조식까진 시간이 꽤나 남아있는 터였기에ㅡ 살풋 웃어보이던 그녀가 곧 자신몫의 커피를 들고 테라스 근처에 털썩 주저앉아 창밖을 응시한다.
제대로 빗지 않은 머리며, 씻지 않은 얼굴로 제대로 눈도 뜨지 않은 반쯤 감긴눈이지만, 어쩐지 너무도 편안해보이는 모습에 나조차 방송이라는 것을 잊은 채 조금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녀가 있었기에 붉은 빛을 내며 쉼없이 우리모습을 찍는 카메라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신경을 추스를 수 있었다.



"오늘 또 비행기 타야할텐데, 괜찮으세요?"
"너가 병 날 거 같아, 난. 쉬엄쉬엄해"
"네, 고마워요."



고개만 살짝 틀어 내게 시선을 던지며 살풋 웃는 모습에 나조차 입가가 간질인다.



"미연아"
"네?"



창밖으로 돌렸던 시선이 다시 마주한다.
그래, 이 감정이다. 잊고 있던 두근거림이 나를 감싸돈다. 따뜻하게 감싸던 체온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난 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었기에 억지를 부렸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멀었는데, 더 잘....까?"



내가 그런 말을 해서 일까, 일순 커지던 눈동자가 다시 제크기로 돌아가며 들고 있던 컵을 화장대에 올려놓는다.



"그럼요"
"응?"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주저하던 그녀의 얼굴이 거울에 반사되어 내 눈에 박혀온다. 하지만 곧 직접 부딪쳐오는 검은 눈동자에 얼빠진 음성이 터져나온다.



"언니 다리에 다리 올려도, 되요?"



분명히 조금전까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던 내 모습이 생각나 곧게 응시해오는 시선을 살짝 빗겨내며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쓴다.



"마음대로해ㅡ"



그렇게 다시 내 등에 느껴지는 작은 울림을,
어깨를 단단하게 감싸쥐고 있는 따스함에,
일정한 간격으로 뱉어지는 그녀의 숨결을 느끼며 잠을 청했다.
이상하게도 조금전보다 편안해진 기분으로 눈을 감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