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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네요.
막장의 막장을 보여드리겠다했던 마음을!

대충 모든 인물은 다 등장했습니다.
이제 이사람들로 잘 조합하여
후회하는 하루나를 그려보겠습니다.

추석연휴,
마무리 잘 지으세요~










"뭐니 요즘 계속ㅡ"
"별로.."
"하루ㅡ"
"손대지마!"



왜 하필 그 순간 밤에 비춰졌던 모습이 겹쳐 보였던 것일까.
따지고 보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일단 법적으론 '부부'의 관계로 부적절한 관계도 아니거니와, 엄마의 일로 내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 난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인지 엄마가 아빠를 배신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 존재조차도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귀가시간이 너무 늦잖니.."



걱정가득한 눈빛이 나를 향하지만 그 마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삐뚤어진 상태의 나는 나를 향하는 부담스럽기만한 손길을 뿌리친 채 방으로 들어선다.



[걱정되니까, 잠은 집에서 자렴..]



여전히 내 걱정 뿐인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고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해야하는데, 알고 있는데 그게 쉽사리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렇게 내가 행동하는 순간은 엄마의 온 신경을 내가 차지할 수 있으니까.



아, 정말 동생한테 엄마를 뺏긴 어린이도 아니고 유치한 줄다리기에 나조차 질리지만 그만 둘 생각은 없다.










- 뭐, 뭐야. 너...
- 개인사정. 이란걸로 안돼?



끊어버렸던 관계를, 벌리려 했던 거리를 스스로 발을 들이며 이어진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가방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지금 내 속을 가득 채우는 분노를 삭힐 수 있는 곳은 이 곳 뿐이다.



- 어이어이, 너무 급ㅡ
- 그래서, 싫어?
- 그럴리가. 그런데...



목을 감싸안은 채 도발하듯 몸을 밀착해본다. 하지만 좀처럼 내게 닿지 못하는 모습에 갸우뚱 거리며 거리를 둔 채 시선을 마주한다.
마치 맥주를 두병정도 마신 듯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저 생소한 모습에 목에 둘렀던 팔을 풀어 얼굴을 감싸 돌려져있는 시선을 내게 마주한다.



- 답지않게 지금 뭐하는 거야? 설마 사랑 따위의 시시껄렁한 감정이라던가, 는 아니겠지?
- 아냐, 그저
- 응?
- 교복입은 여고생에게 몹쓸 짓을 하는 거 같아서



어이없는 반응에 얼굴을 고정시켰던 손의 힘이 풀려 나간다. 그리고 샐죽한 표정을 지은 채 「우리 처음 만난거, 나 중학생때거든?」 입을 연다.



어째서인지 내가 유일하게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이 이 사람 앞에 있을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내가 힘들 때, 어딘가에 기대고 싶을 때 찾아오는 곳
아마 처음 우리가 만났던 날에도 난 이렇게 이 사람의 목을 끝어안고 있었다. 그 때는 제법 멋있어 보였는데 순전히 겉모습 뿐이었다. 시비가 붙은 나를 구해주던 그 모습은 그저 내 마음속에만 묻어두기로 한다.



- 그래서, 뛰쳐나왔다고? 꽤 이기적이네. 본인 생각은 안하고...



대답한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아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면 자신의 품에서 작게 이는 느낌이 느껴진건지 나를 감싸고 있던 팔로 머리를 매만진다. 내뱉고 있는 말이 분명 나를 꾸짖고 있지만 그와 반대로 내 어깨를 감싸안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역시 마음이 편해진다.
「나 여기서, 살까..?」 진심반 농담반으로 내뱉어진 말에 흠칫 놀라는 모습에 키득거리며 웃는다. 「농담이야, 농담」 안심하라는 듯 웃음을 가미하면 입을 연다. 하지만ㅡ










"여보세요"
[생각해봤어?]
"아직"
[진심이니까, 잘 생각해봐]
"응, 고마워"
[그런 모습은 안어울린다. 얼렁자]
"잘자, 마리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