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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9 09:53
꽤나 많이 늦었네요.
뭔가 게임하느라 늦어진거라곤 절대 말못해요.
내년 1월에 친구님과 갈 항공권 구입하느라 늦어진거라고는 말못합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





그저 참관자가 된 심정으로 눈에 담아둘 뿐인 고교생활이지만 어째서인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해결될 일이다. 굳이 이렇게 오지랖을 떨 정도도 아니라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고교에 진학하고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그저 손 놓고 바라볼 정도로 무정하지 않다.
그리고 내가 이렇듯 관망하지 않은 채 나서는 이유는 유교의 입술이 살짝 찢어져 있었다. 아무리 멋대로 행동하는 그녀지만 쌈박질하고 다닐정도로 막 나가는 그녀는 아니기 때문에 조금 놀랐었다. 하지만 딱히 표시를 내지는 않는다. 무슨일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이유없이 폭력을 할. 그 사람이 아니니까.



그저 그녀가 먼저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줄 뿐이다.
그게 일단 내가 1차적으로 내린 처방이었다.



"유코~오늘은 부활동해?"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캡틴, 이잖아."
"아..."



하지만 그런 상대가 계속 이런 상태이다.
왜 그런지 물어도 「 내가뭘? 」 이란 말만 되풀이 할 뿐 어떤 말도 해주지 않는다.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그녀가 이런 상태가 되기 전. 마지막에 만났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풀릴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결론이 다다른 마당에 실천하지 않을 리 없다만, 상대가 그 사람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사야카~유코는 또 그 상태."
"저 녀석 왜 저러는 거야."
"대충 누굴 캐면 나올지도 알겠는데...."
"누군데?"
"시노다 선배."



하지만 곧 「 아...저 녀석 정말 왜 저러는 거야! 」 버럭 화를 내더니 교실을 나서는 사야카. 시선을 사에짱에게 돌리면 상황은 여전하다. 「 사야카~아까 있지─. 」하며 뒤를 따르는 사에짱을 봤기 때문이다.



어찌해야하나. 아무리 머리 회전이 빠른 나라지만 지금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당사자에게 듣는게 가장 빠른 방법이요, 그것이 어려울시엔 가해자에게 묻는 게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역시 그 상대가 시노다 선배라면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다 이런 이미지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속의 선배는.



악마였다.



같은 선수임에도 그녀는 항상 지도선생님 이상으로 행동을 했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살살 머리굴리면서 몸을 사리는 난 먹이일 뿐이었다.
내가 늘 듣는 소리라고는 「 미네기시 더 빨리 못 움직여? 」 라던가, 「 아직 시작도 안했어, 5바퀴 더! 」 라던가, 「 애들 취미활동이 아니거든? 좀 더 열정을 갖지 못할 거면 당장 그만둬! 」 란 소리였다.
이런 생활을 1년간 하면 그 사람 그림자만 봐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 방금도ㅡ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이라고는 「 죄송합니다. 」였고, 그런 날 감싸준게 유코였다.
그렇기에 차기 캡틴을 뽑을 때도 다들 고민없이 그녀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인망 또한 두터웠다.



그리고 지금 나를 잡아주었던 그녀가 오히려 어둠속에 갖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자기의 안전을 우선시 여기는 내가 아무런 조건없이 선듯 움직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유코~하루나ㅡ"



그 뛰어난 감각으로 부활동에 집중해줬으면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평소의 활기찬 그녀로 되돌려야 했다.
곧 지역예선이니까.



"ㅡ하루나랑 싸웠어?"
"그러니까, 그 말 좀! 노이로제 걸리겠어!"



책상을 박차며 교실을 나서는 그녀를 바라본다.
이 반응이 아닌데. 내가 아는 그녀라면 적어도 다채로운 표정을 지으며 「 아니거든~ 」이라던가, 「 그만하지? 」 라던가로 대꾸가 와야하는데 약간 신경질적으로 「 지겨우니까, 그만두겠어? 」란 투를 내보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ㅡ짱, 저 불량한 표정으로 세상이 다 무너져내린 듯 행동하는 게 내가 아는 유코맞아?"



때마침 그녀의 짜증섞인 말에 상처받아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으면, 역시나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당황한 듯 한 토모찡이 채 마르지 않은 매니큐어를 말리며 입을 연다.



"응, 아마도ㅡ"



짧게 대답을 해보인 후 곧 뒤를 따라 교실을 나선다.
두려운 건 둘째치고, 일단 만나야 한다는 결론이 가장 크게 자리 잡았으니까.



3학년들이 있을 건물로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와 중앙현관을 지나쳐 걷고 있노라면, 저멀리 익숙한 형태의 인형이 내 쪽을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곧 내 발소리가 들린건지 앞의 -내쪽에서는 뒤통수밖에 보이지 않던- 사람에게 꾸벅 인사를 해보인 후 미련없이 뒤돌아 발을 움직인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좁히고서야 뒷모습임에도 묘하게 위화감이 있던 사람이 내가 지금 찾고 있던 시노다 선배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물론 직 후 내 몸은 경직됐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빨리 끝내고 교실로 돌아가자. 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다짜고짜 「 유코한테 무슨 말 하신거에요! 」라고 물었다. 그녀는 내게 인사를 하려던 건지 오른 손을 올리다가 「 여───, 그걸 왜 나한테...것보다──. 」하다가 뭔가 기분 나쁜일이라도 있었는지 갑자기 인상을 쓰며 아까 올리려던 손이 정확히 내 볼 쪽으로 향한다.



"꽤나 건방져졌네, 미네기시주제에?"
"아...그──"



한동안 계속 될 것만 같던 공방전은 곧 내 볼에서 손을 떼는 선배로 인해 끝이 날 수 있었다. 꽤나 쎄게 쥐고 있어서인지 그 아픔은 한동안 계속 되 그녀가 말하고 있는 순간에도 나의 손은 불쌍하기 짝이 없는 나의 볼을 달래주고 있었다.



"일단은 안심."
"네?"
"이래저래─"



알 수 없는 말을 하던 그녀는 곧 「 지역예선 보러갈테니, 힘내.」 라며 자신의 교실 쪽으로 걸어간다. 그저 멍하니 그녀의 행동을 뒤쫓던 나는 그녀와는 반대방향으로 발을 움직여야 했고, 그녀의 마지막말을 곱씹고 있었다.



먼저 내가 유코의 안위를 걱정하는 듯 그녀에게 대들었다. 그 행동에 「 안심했다. 」라는 식의 말을 했다. 그 안심이란 뭐에 대한 안심일까. 유코에 대해 안심했다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졸업하고 없을 학교에 우리같이 팔팔한 아이들이 지탱하고 있다는 것에 안심이라는 걸까. 일단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전자에 대해 안심했다. 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 왜 고작 그런 것에 안심했다고 아수라같기만 하던 그사람이 순식간에 얼굴을 풀며 평온한 미소를 지었던 것일까.



유코와 선배는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랐다고 했다. 그럼에도 유코가 선배를 어려워하는 것은 하루나가 중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들었었다. 끔찍히 생각하는 동생에게 말괄량이 친구가 들러붙어 있으니, 시노다 선배의 심정도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지금은 왜 그녀가 그런 말을 했냐는 것이 나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럼 단순히 유코에 대해 안심했다고 치면, 유코가 지금이야 조금 불량스럽고 멍때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고작 그런걸로 어떻게 될 일은 아니다. 단지 내가 이렇게 움직인 것도 곧 지역예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캡틴이 흔들리면 전체적으로 우리 팀이 흔들리기 때문에 그 것에서 비롯된 걱정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뭘까,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곧 일어날 어떤일에서 유코가 받을 충격에 대해 우리가 있어 안심했다. 그런 식인 걸까. 하지만 그것도 역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부터 수험생이 된 선배가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고 정면을 바라보면 어느 새 우리 반 앞에 서 있었다. 창문으로 힐끔 바라본 유코의 자리에는 여전히 비어있었고 그녀가 나갈 때 그대로 약간 삐뚤어진 채였다.



이렇게 된 이상ㅡ



"잠깐, 괜찮아?"



정면돌파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