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2/08/10 08:01

짠.
뭔가 굉장히 피곤하기에 어색한 부분이야 있겠지만,
제 글이 늘 그랬으니 그냥 편안하게 즐겨주셨음 합니다~





-




이제는 모르겠다 생각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너에게 난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너와의 거리조차 줄일 수 없는 우리사이에 통용되는 단어는 무엇일까.



하지만 이번만은 조금 달랐다. 언제나 우리 사이의 관계를 보면 높은 확률로 내가 혼자 삐지고, 그 어색함을 끝내 이기지 못해 내가 먼저 사과하는 식이었다. 어쩌면 그런 내 성격을 눈치채고 있기에 너는 내게 그렇게 무정하게 대했던 것일까.



"냥냥이랑싸웠어?"
"언젠가 들었던거 같네."



어째서일까, 데자뷰를 보는 듯 한 이 상황은. 하지만 그 날과는 판이하게 다른 내 태도에 놀란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 이마에 손을 가져다대는 미이짱이었다.



"나 멀쩡하거든?"
"그럴리가....하루나 일에 무심하다니"



호들갑스럽게 행동하는 미이짱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그간의 일을 말해주었다.



정확하게 3일전 시노다선배에게 그녀의 전학소식을 듣게 됐고, 그것을 그녀와 같은반인 타카미나에게 확인했고, 이를 따지기 위해 하루나의 집에 찾아가서는ㅡ



"ㅡ엉뚱하게 사랑고백했다는거지?"
"응.."
"그나저나 충격이 꽤나 컸겠어?



역시 이 내마음을 알아주는 건, 늘 투닥거리기는 하지만 미이뿐이었다. 최측근에 있기에 이렇듯 다툼이 잦아도 잘 생각해보면 서로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내면에 깔려 있기에 이같이 행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미ㅡ짱뿐이야!"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행동하고 있었지만 꽤나 상처를 받았던 것인지 의도치 않게 과장된 리엑션으로 끌어안는다.
어쩌면 난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정말 울컥하며 순간적으로 감정에 북받친 것을 보면 말이다. 조금 더 팔에 힘을 주어 감싸 안으면 곧 몸을 틀며 내 품에서 빠져나와 애처로운 시선으로 날 바라보더니 곧 내 두 손을 꼭 잡으며 별거는 좋지않아. 라며 혀를 쏙 내밀며 달아난다. 정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듯 멍때리는 사이 멀리 달아난 미이짱을 잡으려 뒤늦게 발을 움직이려들면 어떻게 만날 당하면서 또 속아? 라며 내 곁에 다가온 사에 덕분에 쫓아가지는 못했다.



그저 분한 듯 아직 먼발치에서 나를 향해 웃고 있는 미짱을 노려볼 뿐이다. 그리곤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며 한마디를 뱉은 후 승자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냥냥한테 이를거야! ㅡ라니, 수준 좀 올려줄 수 없어?"
"미짱이 먼저 시작한거야."
"그나저나 왜 하루나를 그렇게 무서워해, 미네기시는?"
"아아, 그게ㅡ"



하며 시작된 말의 요는.
하루나를 상급생으로 오해했던 미짱의 탓. 이라는 결론으로 친구들과 장난치며 복도를 걷다가 부딪친 사람이 하루나였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하루나와는 달리 미이에게는 그게 미안하면 목마른데 주스라도 사오지 그래? 란 시선으로 느껴졌고, 그게 트라우마가 된 듯 하루나 얘기만 나오면 그날의 그 눈빛이 떠오른다나 뭐라나.



"그것 뿐이야?"
"응, 내가 아는 건. 그 후로 꽤나 친하게 지내는 것 같고, 유독 미짱에게는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 같고...."



타인과의 관계를 놓고 봤을 때는 꽤나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왜 그 동일한 식에 단지 나와 그녀를 대입 시킬 뿐인데 전혀 다른 답을 도출해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질투?"
"아냐! 사에짱까지 놀리기야?"



그렇기에 난 더욱 과장된 표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도 커버린 그녀에게로의 마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른 일상적인 행동들조차 그 평균치를 올려놓는다면....이라는 스스로에게 위안만 가져다 줄 뿐일 생각과 함께 말이다. 또한, 늘 이런식의 과장된 행동을 하는 내게 그녀에게 하는 행동도 타인의 눈에는 별다를바 없이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치만 유코, 얼굴보고 있으면 진심이 느껴지니까~"



뭐,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ㅡ 볼멘소리로 중얼거리면 그것봐. 하며 전혀 놀라움없이 받아들이는 사에의 모습에 조금 발끈하면서도 속으로는 놀란다. 아무리 위장을 한다해도 친우의 눈에는 진실과 허상의 그림자를 구별할 수 있는 모양이다. 고등부를 올라오며 친해진 친구들도 이렇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꿰뚫고 있는데 하물며 그녀는 어땠을까 생각하니 착찹한 마음에 되려 사에짱에게 시비조로 받아치고 만다. 조금 놀라주면 안돼? 충분히 놀라고 있어, 너의 언사에....하며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온다.



"아, 시노다...선배"
"나좀보자"



역시 데자뷰임에 틀림없다.



"왜 그래?"
"언젠가가 떠올라서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멈춰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을 선배에게 시선이 닿으면, 그 것이 기폭제로 작용한 것인지 예의 그날과는 달리 조금 험악해진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선배다.



"내가, 왜 불렀을까. 생각ㅡ"
"그러니까, 그날과 같은 설정은 그만둬 주시겠어요? 그렇게 무게잡지 않아도 알 것 같으니까..."



다른 분위기다.
언제나 무게를 잡고 있는 선배이지만, 그 내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표현이 서툴뿐이다, 이 사람의 경우에는.
하지만, 오늘의 선배는 평소의 위압감이 배가 되에 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무심코 한 행동일지언정 장난으로 그렇게 대처한 것은 아니기에 점점 숙여지는 고개를 세우며 날이선 검은 눈동자를 마주한다.



"그럼, 그렇게 생각없이 행동한 이유나 좀 들어볼까. 경우에 따라선 용서해 줄 수도 있을지 모르니."
"죄송해요"
"그말은 단순한 치기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도 된다는 건가?"
"네, 뭐 일단ㅡ"



내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섭게 얼굴에 날아드는 주먹이 보였지만 그 것을 피하면 안될것 같아 그대로 받아낸다.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난 피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바닥에 나뒹구는 꼴은 됐지만, 그 것으로 어느 정도 선배의 분노는 풀린 듯 했다.



"덕분에 하루나는 나와 함께 가지 않을 거야."
"네? 그럼 전학을 안간다는ㅡ"
"전학은 아니야."



어감이 이상해 선배를 바라보지만, 어째서인지 그런 내 시선을 빗겨버린다. 잘 못 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묘하게 두 눈동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다 네가 섣부르게 행동해서야! 뭐, 나도 반정도 책임이 있.....그래, 네녀석따위를 믿은 내 탓이지..."
"무슨 일인데요..."



계속해서 한탄하는 말만을 내뱉는, 한번도 본적없는 선배의 모습에 얼이 빠져 차마 다가가지 못한 채 그저 바라보고 있는다. 폭풍전야라고 했던가 한차례 휘몰아칠 것 같던 바람은 그 어느때보다 잔잔하게 주위를 맴돈다. 그런 낯선 기류에 몸을 맡긴 채 내게 부딪쳐 올 폭풍에 대비하듯 깊게 쉼호흡을 한다.



"하루나, 유학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