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2/07/25 00:22

토요일 오전부터 막걸리를 한잔했다가
숙취땜에 헤롱거리다 이제야 정신을!!!

그렇기 때문에 이상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이해를....(뭐, 늘 잘봐주고들 계시니 걍 언제나처럼 넘어가 주시리라 믿습니다.)

시작합니다.





-




언제부터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그 어느 날부터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이 두려워졌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건은 꼭 그런 평범함에 나태해진 순간 불연듯 찾아오고 있었으니까.



"유코, 뭐 잘못했지."



그리고 그 이상할리 없이 완벽하게 흘러가던 오늘이 바로 그날이 되었다.



"무슨소리야, 뜬금없ㅡ"



다음 수업을 준비하려 서랍을 뒤지고 있던 내게 다가와 무슨 비밀이야기라도 하는 듯 손까지 동글게 말고 귓가에 속삭이는 동작치고는 뜬금없는 말을 내뱉는 미이짱에게 오늘은 무슨 스토리? 란 듯 어이없게 웃으며 아래로 향했던 시선을 올려 그녀를 바라본다. 조금 굳은 그녀의 얼굴에 곧 난처하다는 듯 어색한 미소가 걸리고, 그와 함께 머리를 오른쪽으로 튕기듯 살짝 털어내며 눈짓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다. 이상한 낌새에 그녀의 뒤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삐딱하게 서서 내게 손짓하고 있을 시노다 선배가 보인다.



"나 뭐, 잘못했어?"



목을 원위치로 끌어당겨 아까 미이짱이 그랬던 것처럼 작게 손을 오무린 채 입을 떼면, 그녀 역시 이렇다할 것이 생각나지 않는 듯 내 등을 문쪽으로 밀고 있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어! 얼마전 넋놨던 사건때문이라기엔 시간적으로도....아무튼 가봐."



어색하게 입고리를 당기며 마치 고장난 로봇마냥 뻣뻣한 팔다리를 움직여 교실문쪽으로 향하면 투명스럽게 내려다보는 선배의 시선에 억지로 당긴 근육에 미비한 경련이 인다.



"무슨일로ㅡ"
"수업끝나고 부활동있어?"
"아, 아뇨"
"그럼 그때보자."



잔득 긴장하여 어렵사리 만난 것 치고 너무도 빠르게 지나간 만남에서, 뭔가 알 수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사라지는 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곧 내 자리로 돌아온다. 그와 함께 내모습을 쫓던 미이짱이 다가와 선다.



"뭐래?"
"이따보자고"
"왜?"
"글쎄?"
"잘 생각해봐."
"뭘?"
"잘못한거"



야! 빽소리를 지르기 전에 한 발 물러서 자신의 자리로 비실웃으며 향하는 그녀다. 슬쩍 밖으로 나왔던 새빨간 혀가 얄미워 노려보지만 마침 교실로 들어서는 선생님의 모습에 표정을 풀고 학급위원장의 호령에 인사 후 착석한다. 하지만 이런 뒤숭숭한 기분에 수업의 내용이 들어올 리 없었다. 그저 왜. 라는 의문만 떠오른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선배가 직접 나를 찾아와 나와 얼굴을 맞대고 나눌이야기는 없었다.



딱 한가지 이야기를 제외하곤 말이다.










"무슨일이에요?"
"내가 널 찾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어?"



오히려 내게 질문을 던지는 그녀에게 생각해도 모르겠으니까 물어보....잖아,요.... 말 어미로 갈 수록 불분명한 발음으로 뭉게지듯 나오기는 했는나 나 치고는 꽤나 되바라진 대답임이 틀림없다.



"근데, 대충 알 것 같긴 해요."
"뭔데?"
"선배가 절 찾아오는 이유야 냥....아니, 하루나에 관련된 내용이겠죠."



선배와 내가 굳이 이렇게 시간까지 내서 이야기를 나눠야하는 경우는, 우리사이에 유일하게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을 그녀밖에 없다.



굳이 삼학년이라고 부활동은 알아서 하라며 물러선 사람이다. 애초에 학교에 관심도 없어보이던 성적은 항상 상위권임에도 학급위원이나, 학생회장으로 끊임없는 추천을 받았으나 마다하던 사람이다. 뭐든지 될 대로 되란 식의 마이페이스가 강하던 사람이 돌연 팀으로 움직이는, 무엇보다 팀워크를 중요시 하는 체육계열의 특별활동을 선택 했을 땐 모두들 그 의중을 궁금해했었다.
물론 난 그 이유를 듣고 엄청 놀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 선배의 표정이 변하는 순간, 목소리 톤이 바뀌고 눈빛이 돌변하는 순간이 있다
코지마 하루나.
그녀에 한해서는 달랐다.
집중력이 치솟기도, 바닥을 치기도 했다. 평소에 알던 그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독 그녀앞에서의 모습은 데칼코마니처럼 찍어 눌러 똑같지만, 반대편의 세상에 있는 듯 정반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학교내에서 서로 모른척하는 둘을 보며 꽤나 충격이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 나를 찾아왔다.
굳이 우리반까지 와서 말이다.
그 것도 막 쉬는 시간이 시작됐을 무렵.
뭐가 그리 급했던 걸까.
무엇이 선배를 내게로 인도한 것일까.
생각하니 자연스레 다다르는 결론은
그녀였다.



"난 3학년이야."
"네."
"내년에 졸업해."
"그렇겠죠, 안...좋은거에요?"



누구라도 알고 있을 내용을 새삼스레 내뱉더니 곧 말문이 막힌 듯 일순 조용해진다. 혹시나 내가 너무 건방지게 행동했던 걸까, 싶다가 혹시 그녀 관련된 내용일까. 하여 재촉하듯 말씀하세요.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본가로 들어가기로 했어, 졸업하면."
"아..."



원래는 고등부부터 돌아가려 했었다는 것 하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었다는 것. 어린시절부터 선배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죄책감이 눈에 비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 참을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내 눈치를 살피던 선배는 눈을 질끈 감더니 긴 숨을 토해낸 후 네가 모르는 것 같은데ㅡ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교실앞에 서있다. 물론 수업이 끝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렸지만 의외의 수확이 있었다.



"잠깐, 괜찮아?"



거짓말 못하기로 소문난 바른생활 여고생, 타카하시 미나미가 마침 교실정리를 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에게 직접 묻는 것보다 이쪽을 공략하는 것이 더 수월할 터였다.
얼마전에 다급하게 우리반으로 쳐들어와 요란스레 그녀를 찾았던 이유를 들어야했다. 아무리 트라우마가 있어 그리 행동했다지만, 영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우리에게는 그때와는 달리 휴대전화라는 것이 있었고, 굳이 그녀의 폰으로 연락이 안된다 손치더라도 집으로 전화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타카미나는 6년전의 어린아이같은 모습으로 내게 찾아왔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감이라도 했다는 듯이.



"그날."
"어? 언제?"
"우리반에 쳐들어 왔던 날, 그리고 내가 너네반에 쳐들어 갔던 날."



내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주한 두 눈은 내 눈동자를 차마 마주하지 못한 채 애꿎은 땅에 박혀있었다.
뭐가 불안한 걸까.
나와 이렇게 단둘이 이야기하는 상황이? 아니면ㅡ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건데"
"무슨말인지 모르겠네"



두눈을 굴리며 필사적으로 내 눈을 피하는 모습에 설마였던 것이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타카미나는, 알고....있는거지?"
"그, 그러니까 무슨말인ㅡ"
"냥냥, 전학가는거...."



어색하게 당기고 있던 입고리가 떨어지며 급속도로 얼굴이 굳어진다. 계속해서 의도적으로 내 눈을 피하던 눈동자가 드디어 내게 향하는 순간 비밀번호를 맞춰 금고가 열리듯 굳게 닫혀 있을 것만 같던 타카미나의 입이 열렸다.



"어떻게......"
"사실이구나..."



얼빠진 표정을 보이면서도 어떻게 알았냐며 필사적으로 물어보는 타카미나에게 시노다 선배한테 들었어, 그제야 아ㅡ하며 벤치에 힘이 풀린 듯 앉는다.



"그렇게 해도 마리코사마는 너에게 관대했지..."
"넌 누구한테 들었는데?"
"ㅡ냥냥"
"....?"
" ㅡ이었으면 좋겠지만, 담임. 나 학급위원이거든."



그녀의 옆에 털썩하고 앉아 정면을 바라본다.
어째서인지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껄끄럽고 답답했다.
거짓이길 바라면서도 그녀가 아닌 타카미나에게 물을 수 있는 것에 안심했다. 아무렿지 않다는 듯 긍정의 끄덕임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거짓이길 바라면서 마음한 구석에선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언제간데?"
"담임한테 날짠 못들었어?"
"냥냥이 입막음해서 절대 말안해."



타카미나도 답답했던 걸까, 깊은 숨을 토해낸다.
선배가 졸업하면. 뱉어낸 내말에 놀라 내게 시선을 주는 타카미나. 그럼 6개월정도네. 얼마 안남았잖아. 상체를 숙여 무릎에 이마를 댄채 그렇게 앉아 입만 움직인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너 알고 있는거, 냥냥이 알면 충격먹을텐데"
"왜?"
"몰라, 유코에게만은 필사적인 것 같아."



항상 그랬다.
나만 몰랐다.
그녀는 이렇듯 내게 비밀뿐이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것들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되고 나는 안되는 이유는 뭐였을까.
그럼으로인해 느껴지는 그 비참함을 그녀는 알까.



다시 한숨이 나온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가슴을 답답하게 내리 누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던건 이 탓이었을 것이다. 몇번이고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말도 하지는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었던 것일까.



"또, 나만 모르는 척....그렇게 지켜만 봐야돼?"



냥냥이...그걸 원하니까. 타카미나의 말끝이 미묘하게 쓰다. 타카미나에게 향했던 시선을 다시 교정의 한 곳으로 돌린다. 선배는, 잡아달라던데. 읊조리는 뱉어낸 말에 조금 놀란 듯 내게로 몸을 돌리는 타카미나를 무시한 채 아무래도 자기는 챙기기 힘들 것 같다면서 일방적으로 떠 맡기다시피...랄까. 아까 시노다 선배에게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뱉어낸다. 중얼거리듯 그렇게 몇번을 더 되뇌인다. 아무래도 스스로에게 합리화 하려는 행위였다. 내가 알고 있어도, 내가 그녀의 일에 참견해도, 내가 그녀를 지켜봐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행위.



더구나 그녀의 보호자격인 선배에게 직접 그 권한을 위임받은 거나 다름없었다.
적어도 난 그렇게 내식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부터 할 행위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세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