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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내 사물함안에 익명의 편지들이 놓여있던 것은.



향수
written by skip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나의 사물함에는 익명의 편지, 라기보다는 쪽지 비스무리한 것들이 놓여있었다.
많은 날에는 정말 발렌타인데이 페이트짱의 사물함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수였다.



내용을 보면 가관이 아니다.
난 정말 죽었다 살아났는데, 그들은 또 다시 내게 목숨을 내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창작활동, 이젠 하지 않겠다고 각서도 썼단 말이지─."



속모르는 이들의 괜한 부채질에 놀아날만큼 난.
목숨이 많지 않으니까, 이 것들을 그저 무시하자 고 생각했는데.
그 들에게는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날이 갈 수록 그들의 수법 또한 괴이해진 것이.
이제는 아주 그녀들의 사진을 찍어놓는다거나 - 그녀들이라면 나노하짱이랑 페이트짱, 그녀들은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미녀들로 많은이의 시선을 받고 있음에도 쉽게 다가설 수 없을 정도로 둘의 유대가 강하다. 뭐, 둘이 그런 관계니까. - 약간의 떡밥을 던져 내가 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 간단하게 그저 쪽지로 그녀들이 손잡고 시내를 활보했다거나, 놀이동산에 있는걸 봤다거나, 영화관에서 연인처럼 앉아있었다 라는 등등 -



솔직히 그런 내용들은 상관없다.
그게 문제인 것이, 그런 것들을 던져주면 나도 모르게 망상이 폭주해버린다는 것.
정말 일전에는 「둘을 모텔거리에서 봤다.」 라는 사실무근의 쪽지에 모든 망상이 풀가동해서는 저도모르게 창작활동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작품을 내 컴퓨터안에 고이 모셔져 있다.
암호까지 걸어서 아무도 읽지 못하게 해놓고서야 안심을 했었다.
그 상황이 생각나 저도 모르게 한숨이 토해져 나왔다.



"하야테짱 뭐해?"



골머리를 썩으며 앉아 있던 내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는.
내 이런 머릿속을 읽었다가는 그야말로 이 학교의 운명도 다하게 될 정도로 파괴력을 지닌 그녀.



"아, 나노하짱─"



──인 것이다.



"요즘 기운없어 보이던데, 왜그래?"
"아, 아니. 별로─"



이 상태로 눈이라도 마주쳐버리면 내 머릿속을 읽히는 듯한 착각이 들어 그대로 눈도 못 마주친 채 그렇게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책상에서 몸을 세웠다.

「어디가게?」 그녀가 걱정어린 눈빛으로 내게 다가오지만 어쩐지 난 그녀의 그런 눈빛조차 부담스러워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저
「아, 아니─ 그냥 화장실.」 하며 자연스럽게 그 상황을 벗어난다.



겨우 지옥같은 그 곳에서 벗어나 숨을 돌린 채 교정을 거닐고 있으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빛을 발하고 있는 또 다른, 그러니까 나노하짱 만큼이나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는. 어쩌면 나노하보다도 두려워해야할 존재인



"페이트짱─"
"어디가?"



그녀가 다가온다.
정말 사람은 죄짓고는 못산다고.



"설마─"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겠는데, 절대 아니니깐 걱정하지마."
"하긴, 나라도 더 이상은 무리."



아마 내가 생각했던 것과 그녀가 생각하는건 조금 갭이 있었던 모양이다.
「점심 맛있긴 했지만, 너무 먹어버렸어.」 라던가, 「오랜만의 급식이라 그런지 조금은 두근거리던걸?」 라던가. 
오랜만에 먹어본 학교 급식이라는 것에 대한 찬양이 주였다. 
 




도둑이 제발저린다고.
오늘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건가 하면.
그렇다, 위에 썼듯 그 죽일 놈의 망상으로 인해 불붙어버린 회심의 걸작.
그래, 분명 비밀번호까지 꼼꼼하게 이중으로 걸어 놓는 것 까지는 성공했는데, 그만 아침에 잠깐 들여다보고 그냥 나온 것이 화근이다.
물론, 시그넘들이 내 컴퓨터를 보지는 않겠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다 같이 학교에 온 기념으로 우리집에 가서 저녁이라도 하자. 고 했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걸리면, 이번에야 말로 죽을지도──"
"어? 뭐라고 했어, 하야테? 안색이 좋지 못한데. 오늘 정말 괜찮겠어? 일부러──."
"아, 별일 아니니깐."
"그렇다면 괜찮지만, 무리하지 말라고. "
"으, 으응"



남을 배려하는 게 온 몸에 베여버린 그녀는 나의 얼굴빛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것을 보고 그렇게 걱정 가득한 눈빛을 보내오지만.
그런 그녀의 눈빛이 내게 닿을 때마다 나의 낯빛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녀의 걱정을 받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도 미안했으니까.



"근데 페이트짱"



나란히 교정을 걷고 있던 우리는 나의 갑작스런 부름에 잠시 멈춰선다.
나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그녀는 「역시 오늘은 무리일까?」 한층 더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마주하며,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와 내 이마를 짚으며 「역시, 약간 미열이 있는거 같은데─.」입을 뗀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걱정말라는 듯 두팔을 공중에 휘적이며 「그게아니라, 그러니까─.」 한발 물러선 채 아직도 나를 바라보고 있을 붉은 눈동자를 바라본다.



"걱정이 지나치다고, 나노하짱이 보면 날 가만두지 않을지도 몰라."
"헤에? 설마, 나노하가 그까....지야──"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게 뭔가 생각나는게 있는 듯한 눈치이다.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살풋 웃어보인 후 조금전의 그녀를 불러세운 이유를 그제서야 꺼낸다.



"혹시 향수바꿨어?"
"어?"
"평소랑 조금 다른 향이 나는 거 같아서─"
"아, 응. 그 지나가는데 향이 좋은거, 같아서───"
"나노하짱이 그랬구나?"
"에에? 어떻─, 아니야!"
"알았어─"



그녀를 세워둔 채 발을 움직인다.
뒤에서 「오해라니까─.」 하며, 한달음에 다시 내 속도에 맞춰 걷는 그녀다.
그냥 그 상황이 조금 우수워서 저도 모르게 「키득─.」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 하야테 놀리지마─.」자신의 눈동자색만큼이나 붉어진 얼굴로 내게 대항하듯 말을 하고 있지만, 그 모습마저 어쩐지 귀여워 나의 웃음소리는 조금 높아졌다.



물론, 사늘하게 식어있는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즐거운가봐?"
"나노하?"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까 나왔던 거겠지.
나도 나지만, 일단은 그녀가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늦으니까.
어디에서 고백이라도 받고 있는게 아닐까, 약간 불안한 마음에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나와 둘이 있다는 사실.
어쩌면 한편으로는 조금 안심했을지도 모를일이지만, 그 만큼이나 질투하는 마음도 생겨났을테다.
그 타카마치 나노하니까.



"왜 이렇게 안오나 했더니, 둘이 여기서 노닥거리고 있었던거야?"
"노닥거리다니, 실례야. 조금 우정을 나눴을 뿐이──읍─"
"아, 하야테 몸이 조금 안, 가만히 있어봐. 그러니까, 조금 열이 있는거 같아서 오늘 저녁 괜찮은지 묻고 있던거 뿐이니까."
"헤에, 열난다는 건 하야테짱이라면서 오히려 얼굴이 붉은건 페이트짱인건 어떻게 된 걸까?"
"아니, 저, 그러니까─"



조금은 난처하다는 기색으로 나와 나노하를 그저 번가라 보고 있을 뿐인 페이트.
딱 봐도 나노하는 그저 그런 반응을 하고 있는 페이트가 귀여워 죽겠다. 라는 뜻으로 골려먹고 있을 뿐인데.
그런 속사정 전혀 모르는 페이트만 죽을 맛인 듯 했다.
그럼 이쯤에서 내가 나서서 이 둘 관계를 완만하게 다져줘야하는 것일까, 어쩌면 조금 미안하기도 했으니까. 란 생각에 입가에 손을 가져가「큼큼」목소리를 가다듭는다.
그리고 나의 이러한 행동에 둘의 시선은 내게 향한다.
「한참 재미있었는데, 별거 아니면 각오하는게 좋을꺼야─.」 란 눈빛의 연보라빛 눈동자와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란 눈빛의 붉은 눈동자였다.   




"오늘의 저녁은 불고기가 되겠습니다."
"뭐야, 뜬금없이."



이런 실없는 소리일 줄 알았다는 식의 나노하가 조금 볼멘소리로 말을 하자, 「그런 태도 실례야, 나노하」 하며 조금은 엄한 소리로 페이트가 대꾸한다.
조심스레 그런 그 둘을 바라보다 지금이 아니면 또 다시 나노하에게 붙잡히겠다 싶어, 얼른 내빼려고 했는데.
귀는 또 소머드같이 왜 이리 좋은지.
그저 작게 속삭였을 뿐인 대화가 내 귀에는 바로 옆에서 확성기를 대고 말하는 것 처럼 또박또박 들려왔다.



그 덕분에 난 선생님께는 관리국에 일이 있다고 하고, 나노하들에게는 먼저가서 저녁을 준비한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고 집으로 향했다.
물론 그대로 부엌이 아닌, 내 방으로 향해 컴퓨터에 저장되어있을 문서에 덧붙이는 작업을 했다는 건 비밀이지만 말이다.



창작활동은 어쩔 수 없는 내 삶의 낙인 것이다.



















"그런 태도는 실례야, 나노하"
"흐응, 그치만 페이트짱 나와는 전혀 상대도 해주지 않더니 여기서 하야테짱이랑 노닥거리고 있었는걸. 그래서 단순히 투정부린 것 뿐이야."
"나노하. 으응. 그건 미안. 그렇지만 정말 하야테 얼굴이 안좋아서──엣? 나노하?"
"긴가민가했는데, 혹시 페이트짱 향수 바꿨어?"
"아, 응─저, 좀 떨어지면...─"
"이 향, 흠─그때 내가 말했던?"
"아, 저, 나노하? 여기, 학교고. 그러니까─"
"좀 더 맡고 싶은데에─, 페이트짱의 향기."
"...나, 노하─"
".....그 향기에....조금 더 취할 수, 있을 까──?"
"자, 잠시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