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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잔뜩 흐렸던 하늘은 기어이 굵은 빗방울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비가 오늘 날엔

Written by skip

 

 

 

“….그래서?”

결국

 

 

 

나의 물음에 누워있는 그 자세 그대로 그녀는 오른손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두르며 「쫘악」 효과음까지 내며 내 물음에 답해주고 있다.

얼굴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씁쓸한 미소가 걸려 있을 그녀의 얼굴이 보이는 듯 해 조금 힘을 주어 그녀의 가는 어깨를 감싸 안는다.

뒤에서 안아오는 나에게 몸을 맡긴 채 기대어오던 그녀는 행동과는 달리 강압적인 어투로 「오늘은 안돼─.」 조금 아쉬운 소리를 해온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늘 그 사람이 온다는 것을.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생겨 그렇게 비정하기만 한 뒤통수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쉬워 조금 더 그녀를 감싼 손에 힘을 줘보자, 나의 마음이 전달됐던 걸까.

아담한 뒤통수만 보여주던 그녀는 그제야 얼굴을 보여주며 뒤돌아 눕는다.

가볍게 나의 목에 팔을 두르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간격을 좁혀온다.

 

 

 

키스라면, 괜찮을…..지도.

 

 

 

키스로 멈추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 꼭 저런 식으로 내 애간장을 녹이는 그녀.

「내가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페이트짱이 원한다면」 마지막 도발을 마친 그녀는 그렇게 나를 받아들인다.

 

 

 

삐걱거리는 침대의 소리가 지금 이 상황을 대변하듯 가로등불빛만이 아스라이 비춰오는 방안에는 알 수 없는 끈적한 소리가 이따금씩 흘러나온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도.

우리가 하는 행위가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릴 지라도.

그 대상이 비록 하야테라고 해도.

멈출 수 없겠지.

 

 

 

특히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사람의 이성을 감성이 이겨버리는 날이면.

쌀쌀한 날씨 탓에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날이면.

 

 

 

─, …....
 

 

 

방 안 가득 울리는 그녀의 교성으로 우리들의 행위는 끝이 난다.

짜릿한 자극이 등쪽에 느껴지고,

아직 여운이 남겨 있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살풋 미소를 지으며 내 목을 두르는 팔의 온기가 느껴진다.

「쪽」 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서로를 탐욕 하던 키스가 아님에도 끈적하게 느껴지는 입술의 감촉이 좋아 이번엔 내 쪽에서 몸을 움직여 조금 전의 행위를 반복한다.

 

 

 

우리

 

 

 

갑작스레 열린 그녀의 입에 난 가만히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계속하란 듯 지그시 바라본다.

내 눈빛을 읽었는지 그녀는 조금 어렵사리 입을 뗀다.

무슨 어려운 말인지, 아니면 가라앉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려는 건지.

몇 차례 「큼큼」 거리더니 어렵사리 운을 뗀다.

그렇다고 해도 조금 전에 내 행동을 멎게 만든 「우리」라는 곳에서 곧 말문이 막혔지만 말이다.

 

 

 

나노……?”

…..”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걸까.

말을 이어도 좋다는 걸까, 아니면 힘들게 입을 열 필요가 없다는 걸까. 

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

무슨 말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 페이트짱…”

, 나노하.”

 

 

 

결심한 듯 똑바로 마주해오는 푸른 눈동자에는 내가 두려워할 법한 답을 안고 있었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담고 있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법한.

지금 우리 관계에서 그녀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난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 있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우리 관계를 어쩌자고 하거나, 그러거나, 그러니까……..──.

페이….트짱..”

나노하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녀의 입으로 그런 독한 소리를 듣고 싶진 않아, 결국 내 입으로 뱉고 만다.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진 않다.

그녀에게 이 같은 고통을 안겨주고 싶진 않다.

내가 잘 못한 거니까.

내가 그녀를 사랑한 것 자체가 큰 죄인 거니까.

 

 

 

반대야.”

?”

이런 식으로 가끔 와도 될까?”

 

 

 

하지만, 나의 걱정과는 달리 그녀는 조금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주로 쓰고 있는 우리의 언어이지만.

어째서인지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무슨 뜻으로 그녀가 뱉고 있는지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지 조금은 얼빠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내가 거절하는 뜻으로 알아 들은 건지 급속도로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런 그녀의 표정이 보기 싫어,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하야테에겐 비밀이야.”

 

 

 

그제야 얼굴빛이 환해지는 그녀.

정말 알기 쉬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내 표정에서 약간 불쾌함을 느낀 건지 볼멘소리로 「 페이트짱이야말로…..──」 라고 내뱉는다.

 

 

 

다시 한 번 입술에 느껴지는 온기를 느끼며 이번에는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랬다간 이번에야말로 내 뺨이 아파올지도 모르니깐─.

후에 그녀는 태연히 저런 말을 뱉으며, 정말로 맞기라도 한 것처럼 왼쪽 뺨을 매만졌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