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여기―"



뭔가 내쪽의 용건이 있어 만난 것이지만. - 나오기 싫어하는 거 같아서 일방적으로 잡은 거나 마찬가지 - 어쩐지 오랜만에 보고나니 반가운 마음에 한옥타브는 높은 소리가 나와서 나도, 당사자도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그렇게 들뜬 목소리로 부를정도의 친분이 있었던가, 우리?"
"왜이래, 그래도 우리 동창이잖아, 게다가 난 네 결혼식때 사회도 본 몸이라고――."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근데 무슨일?"



의자에 앉자마자 무섭게 쏘아대더니, 결국은 바로 본론.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인정머리 없는 화법을 쓰는 여자다.
하긴, 그런 여자와 16년간 친구로 지내고 있으니 내가 할말은 아니긴하지만 말이다.



"너 그 말투 좀 바꾸지그래?"
"왜?"
"너무 직설적이라 한마디한마디 들을 때마다 흥분되서."
"풉――"


「오, 나이스 리액션.」나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차마 입밖으로는 꺼내지 못했지만, 입고리가 느슨해지는건 어떡해 할 수가 없었다.
아, 물론 그녀가 잽싸게 손수건으로 입을 막아주었기 때문에 나의 얼굴로 튀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왜그래, 하야테짱? 나한테 화난거 아니었어?"
"그런 말투 고치라고, 그냥 별거 아닐 수도 있는건데 꼭 그렇게 분위기 험악하게 만들고 싶어?"
"흐응, 아님 말고."



「이, 싸가지없는 말버릇하고는 전혀 반성이라는 걸 모르는구나.」역시나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못한 채 앞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만하면 본론을 꺼내기전에 충분히 윤활제를 둘렀다고 생각했다.



"나노하짱."
"어."
"만났다면서――."
"그렇, 다면?"



어쩔거냐는 식의 어투.
어투뿐만아니라 표정에서도 그렇게 나타나고 있었다.



물을 한모금 마신 직후 아래서부터 위로 나를 훓어보는 듯한 시선.
약간이지만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표정.
무엇보다.



"전에도 말했지? 너무――"
"너무 깊게 들어왔다. 고?"
"어, 네가 참견할일이 아냐."
"아니, 이젠 참견좀 해야겠어."



눈썹이 꿈틀거리는게 보일 정도로 꽤나 열이 받은 거겠지.
성격좋기로 소문난 나노하라도 자신이 그렇다, 한 일에 말도 안된다 싶은 토를 달면 늘 저런식으로 표정에서 보여왔으니까.
그런데, 나노하짱.
세상은 그렇게 쉽게 네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그렇기에 재미있는거라고. 교수님이 그랬잖아?
학창시절에 배운 간단한 이론조차 잃어버릴 정도로 널 그렇게 들쑤셔 놓은게 뭐야.



"이젠 너희 둘. 친구일 뿐이니까. 나역시 그러하고."



뭔가 반발할 말을 하고싶겠지.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고, 아직도 네가 참견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는 표정인데."



아직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내가 입을 열자 얼굴이 어두워진다.
그래, 네가 생각하는대로 그말을 하려는거야.
나 꽤나 독하게 마음먹고 나왔다고.
내 친구이기도한 페이트짱을 위해서.



"그럼 결혼은 왜 한건데―――."









아아, 그런식으로 나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저 조금만 자극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분위기를 탔던 모양이다.
바보같은 이 두녀석을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가 깨질 것만 같다.
하다못해 중학교시절의 관계로라도 돌아가길 바라지만. - 이 둘은 내 생각에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다. - 감정이 감정이니만큼 쉽사리 돌아가는건 어려울테고, 적어도 마음을 자극해서 둘은 못만나고는 살 수 없으니 만나라. 라는게 내 작전이었는데.
애꿎은 뺨만 아려온다.



꽤나 붙어다니곤 했었는데, 떨어져 지내는 지금이 얼마나 힘들지 눈에 보여 도와주려했던 건데.
어떻게 엉뚱한 방향으로 불을 붙여버린 모양이다.



아직도 얼얼한 뺨을 어루만지며 쇼파에 앉아 있다 추억에 빠져들었다.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포근한 감촉에 눈이 감긴다.
멍청하기만한 그 둘에게 맡기기만 하다가는 내가 제명에 못 죽을것만 같아 참견하려던 건데.
이렇게 된 이상 둘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겠다.



왼쪽뺨마저 얼얼한 감각을 느끼고 싶진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