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너의 주위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어. 다만, 난 참견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어. 내가 참견하는 순간 그 모든 불안감들이, 현실로 내게 다가올 것 같았으니까. "─────졸업합니다."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 귓가에 네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부산스러운 움직임으로 애써 외면하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노래를 했는지, 내 표정은 어땠는지, 안무는 틀리지 않았는지. 그저 여전히 난 미세하게 떨려오는 너의 어깨가,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있는 네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어. 타카미나처럼 울 수가 없었어. 그 순간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저 웃고 있는 네가 걱정되었으니까. 사람들에게 걱정 끼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네가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
"어땠어?" "뭐가?" "소개─" 급하게 입을 막긴 했지만, 날카롭게 내게 꽂히는 시선이 느껴져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괜히 옆에 앉아서 「왜그래!」 되려 뒤통수를 부여잡으며 나를 노려보는 검은 눈동자에 이마를 짚으며 꼬고 있던 다리를 푼다. 괜한 오해를 산 채 불편하게 앉아 있는 것은 성격과 안 맞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불안감을 끼치고 싶지도 않았다. "저, 그게──" "어땠어, 그래서?" 꽤나 직접적으로 마주해오는 연갈색의 눈동자에 담겨있는 배신감이 내게 전해지는 기분에 괜스레 옆에서 포크를 움직여 조각케이크를 먹고 있는 원흉의 발단을 제공한 여인의 발을 한 차례 힘을 주어 밟는다. 물론 「앗! 아까부터 뭐야!」 엄살을 떨고 있는 모습에 지금의 내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 지그시 바라보면 좀 처럼 멈출 ..
[유코, 잠깐만ㅡ] ──이라는 전화에 끊은 직 후 전송된 곳으로 가보았더니 어딘가 어둡고 분위기마저 칙칙한 공간의 한 쪽 구석에 마리코가 앉아 있었다. "이런곳, 좋아하지 않잖아?" "뭐, 가끔은ㅡ" "그 가끔이 오늘, 나와 만나기 때문이야?" 자신의 앞에 자리하고 있던 술을 한번에 들이키곤 탁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은 후 조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주시한다. "──잘, 아네." 그렇게 노골적으로 적대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기운을 항상 뿜어내고 있으니까, 그야말로 모른다면 바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요즘, 올해들어 그 강도는 심해졌다. "왜 그러는지 이제는 말해 줄 생각이야?" 내 앞으로 밀어진 잔에 적당한 양의 얼음을 채우곤 그 위에 갈색빛을 머금은 병을 기울여 채워간다...
귓가에 들려오는 창을 부딪혀오는 잔잔한 소리에 굳게 닫혀 있던 창문을 연다. 가로막고 있던 창이 제대로 방음작용을 하고 있던 탓인지 조금전 보다 한층 거세진 빗줄기가 흩뿌려지고 있었다. - 톡톡톡 멈출 줄 모른 채 자신을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시키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일순 불어온 바람을 타고 한줄기의 빗방울이 얼굴을 가로질러 흘러내린다.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마치 내 대신 울어주겠다는 듯. "ㅡ축하해." "응" 등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굳이 등 돌려 상대를 두 눈에 담지 않는다. 목소리만으로 조금전부터 복도를 채우고 있던 발소리에서 누군지 짐작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도 내가 그렇게 행동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입을 떼기보다 발을 떼고 있었다. "춥지..
"있지" "ㅡ응?" "너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그러지 않고서야..." ".........그렇, 지?" 위쪽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끌어당겨 깊게 느낀다. 갑작스레 중력의 방향으로 3G정도 되는 힘이 가해지자 놀란 듯 급히 팔을 움직여보지만, 차마 지탱하기도 전에 공기만이 달궈져있던 곳을 채우며 거리가 좁혀진다. 그저 끌어안은 채 자신을 탐하고 있을 뿐인 내게 어떠한 물음도 갖지 않은 채 살며시 얼굴을 어루만져주는 부드러운 손길에 감았던 눈을 뜨고 코앞에 위치한 개궂게 웃고 있는 상대를 바라본다. "유짱은 어디 가거나 하지 않을, 거지...?" "응" 비로소 자신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헤집고 있던 것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안심할 수 ..
사실대로 말할게. 난, 싫어. 나만의 그녀가 찍은 타인과의 사진은 달갑지 않다. Written by skip "왜 그래?" 단순한 하루일 뿐이었고, 언제나 똑같은 반복되는 그런 하루였다. 적어도 내겐 그러했고, 그건 아마 어느 누구에게나 그럴 것이다. 달력을 수놓는 색색의 별모양이 없는 이상은 말이다. "난 아무렇지 않지가 않아." "무슨 소리야. 이해할 수 있게ㅡ" "넌, 알고 있잖아. 내가 이러는 이유." 그렇다. 다른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내가 화가 나는 것은 그녀의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행동하고 있지만 실로 모든걸 다 계산하고 만족스런 답을 내보인 것에 대해서만 행동하는 그녀의 태도말이다. 지금 이 순간도 뻔뻔한 표정으로 내게 스스로 답..
2012/11/25 01:00 조금건드려봅시다. "유코, 잠깐만." 갑자기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이미 목소리만으로 존재가 짐작되었던 그녀가 약간 삐딱하게 서서 날 바라보고 있다. "왜?" 그녀의 기세에 지지 않으려는 듯 나 또한 조금 반항적으로 치켜뜨며 입을 열면 「 할말이 있어.」 라며 「 지금부터 잠깐, 괜찮아? 」 처음의 기세는 어디갔는지 마지막은 의문형으로 말을 마치고 있었다. 덕분에 나 또한 무리하게 힘을 주던 눈에 힘을 풀며 고개를 두어번 끄덕인다. "요즘, 무슨일 있어?" 한참을 말이 없던 그녀는 앞뒤 잘라먹은 화법으로 내게 말을 걸고 있었지만 사람이란게 그렇게 물어봐도 지금 그녀가 무슨 의도로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고 있는지가 파악이 됐다. 나 또한 그러하기에 조금 대답을 ..
2012/08/27 21:29 처음썼던, 하루나가 나오지 않는 글. 아츠코 졸업기념으로 급하게 썼던 글. 아마 이글루스에 올렸던 글과는 조금 다를지도? 노래를 듣고 있던 유난히 한가했던 토요일 오후. 딱히 스케쥴은 없었기때문에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마침 그녀도 오늘은 오프인 것이 생각나 익숙하게 번호를 눌렀다. 몇차례의 통화연결음후에 그토록 기다리던 그녀의 목소리가. [이따 전화할께.] 며칠만에 듣는 목소리에 통화연결음이 들릴때부터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고 있었는데, 연결음이 끊기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너무 긴장해서 어떻게 말을 하지? 라며 고민했었는데, 그녀에겐 난 그저 늘 통화하는 친구 중 하나. 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렇게 한참을 애꿎은 소파에만 화..
"나 한테 화난 거 있어?" "무슨 소리야?" "그럼 요즘 왜그래?" "무슨 얘길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알겠어." 스쳐 지나 그대로 화장실을 벗어난다. 요즘 부쩍 내게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참고 참다 결국 운을 뗐지만, 상대는 전혀 그런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나를 대하고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렇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순간에도 그녀의 눈빛이 냉냉한 시선이라고 느껴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대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무엇이 잘 못 되고, 무엇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며, 무엇으로 이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지 감조차 잡지 못하는 상대에게 나혼자 떠들어봤자 「 너 왜그래? 」 란 시선만이 돌아올 뿐이기 때문이다. "하아──." 절로 나오는 숨..
비가 오는 날에는 감성이 이성을 이기는 유일한 날이 아닐까, 한다. 전날 아침부터 흐리던 하늘에서 기어이 비가 쏟아져 내렸다. 어두운 하늘탓에 시간감각이 무뎌져 평소보다 2시간이 더 자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빗소리에 눈이 떠져 시간을 확인한 직후였다. 다행스럽게도 주말인 관계로 바로 눈이 다시 감기기는 했지만, 어쩐지 창가를 때리는 빗방울 소리에 쉽사리 잠이 오지는 않았다. '네가 좋아하던 날'이라는 것이 불연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을 유독 좋아했던 너였다. 하늘이 구름으로 잔득 덥혀 있어 답답하기 그지 없는 하늘까지도 「 아프로같아.」 라며 좋아하던 너였다. 가만히 누워 창밖을 바라본다. 투명한 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꼭 너의 눈에서 흘러내리던 눈물과 오버랩이 되어, 헤어지던 날의 ..
그냥, 그렇지 않을까. ㅡ란 생각으로 조금 슬프지만 뭐... 아무튼 2013년 이제 크리스마스 전에는 평일날은 일만해야해요! 끔찍해! 내년에 휴일이 그렇게 많다니 기다리죠..흑 마무튼 즐겨요~ "수상해" 「으응?」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게 향하는 두 쌍의 눈동자를 무시한 채 입을 연다. "요즘 코지유우 봇물터졌다며 팬들이 좋아하는 거 알아?" 나름 정확도 높은 정보임에 「나도 알건 다 안다.」 라는 표정으로 응수하면 「그래서 뭐?」 라는 듯 내게 쏠렸던 시선을 돌리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겐 한 수가 더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뱉음으로 멀어졌던 시선이 다시 내게로 향한다. 아까완 달리 조금 씁쓸하다는 표정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미소짓는 모습이 신경쓰여 조금전까지..
추석기념! 근데 한번 날렸고.. 기억안나고, 다른 내용이 됐고... 아무튼 모두들 즐거운 추석되세요! 쳐진 어깨가 안쓰러워 한 발 다가가면 되려 그녀쪽에서 한 발 물러서며 왼손을 펴보인다. 이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듯이. 평소의 나였다면 그녀의 의사를 제대로 받아들여줬을 테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내 앞의 그녀는 평소의 모습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내 발은 멈출 줄 모른 채 제차 앞으로 내딛고 있었다. 결국 그녀의 입을 통해 「스톱」 이라는 단어를 듣기 전까지 우린 그렇게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주변을 빙돌고 있었다. "더 이상은 참아줘"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하루나" 대답할 수 없었다. 항상 내게 「냥냥」 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던 그녀가 날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었다. "...저, 하루나?" 늘..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4시간 남짓. 이제 남은 방송은 1개. 하지만 그 것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전송된 지도였다. 이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한 그런 장소였다. 아니, 오히려 감사해야할지도 모를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날 조급하게 만들었던 그녀가 왜 그런 곳으로 인도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어정쩡한 길거리 한복판을 내게 보냈다면 지금보다 난 더 어쩔 줄 모른 채 우두커니 서 있지도 못했을 텐데 말이다. "유코, 준비해─" "아, 네" 아직 멍하니 휴대전화만 바라보며 물마시는 것 조차 잊고 있던 나를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시선을 든다. 얼떨결에 대답을 하고 있는 나는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그 것을 잠시 자리에 내려놓고 그 곳을 벗어난다. 평소에 장난을 좋아하는 마리코였지만, 남의 감정을 가지고 쥐락펴락할 ..
"요즘, 기운없네?" "그냥~" "뭐, 냐로의 시니컬한 반응도 좋아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자꾸 내 시선을 빗겨내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것이 신경쓰여 「 그나저나 왠일이야, 먼저 여행가자고 그러고? 」 그녀의 시선을 잡아두려 입을 연다. 나와 대화를 하는 중에는 내게 눈을 맞춰주니까. 그런 세심한 배려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뭐, 할까?" "음...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그래? 잠깐만." 그녀를 남겨둔 채 등을 돌리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이길 도리가 없다. 아쉬움에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면 나를 보며 활짝 웃어보이는 모습이다. 이런 사소한 행동에 또 기분이 좋아져서는 그대로 발을 움직인다. 하지만 창너머 보이는 그녀..
"유...ㅡ" 앞에서 유유히 걸어오던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못볼 거라도 본 듯 화들짝 놀라며 나를 스쳐 지나간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어색하게 올라갔던 오른손만이 잠시 허공을 배회한다. "무슨일...있어?" "ㅡ별로." 곧 그녀의 뒤에서 걷고 있던 미이짱과 눈이 마주쳤고, 능글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오면서 슬쩍 허공의 내 손을 잡아챈다. 이런 모습은 또 연하답지 않다고 생각하지만ㅡ. "드디어 하루나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진걸까나~" 힐끔거리며 키득거리는 모습에서 조금 전의 내 생각을 수정한다. 「 여전히 애.」 라고ㅡ. 그렇게 복도를 걷고 있으면 다른 멤버와 웃고 떠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시선을 돌려 괜히 아무런 잘못도 없는 미이짱의 볼을 쭈욱 당겨본다. 느닷없이 공격당한 미이짱이 불평어린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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