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2/09/10 21:57
다시 그날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을지....
쓸 때도 그렇지만, 저는 참 하루나 오시스런 글을 쓰고 있네요.

아무튼 즐겁게 봐주시는 모든 코지유우 팬들과 함께 달립니다!!





-





빛을 등지고 서 있어서 일까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얼굴에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 담겨있는 강압적인 느낌에 꽤 화가 나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묻고 있잖아!"



그제야 멀찍이 밀려나 있던 미이짱도 정신이 들었는지 내곁으로 와서 선다. 여차하며 데리고 뛸 생각인지 손부터 꼭쥔다. 그러나 그녀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



난 달릴 수 없다.



그렇기에 부들거리며 움켜진 미이짱의 손을 내가 더 힘을 주어 잡는다. 걱정말라는 듯 잡히지 않은 손을 뻗어 서로 연결된 손을 감싼다.



"오오시마 씨는 신경쓰지 않아도ㅡ"
"꺼져."



나조차도 지금 그녀의 입밖으로 뱉어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으면 역시나 나를 둘러싼 무리들도 얼이 빠진 채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들이 잘못 들었다. 생각이 들겠지만, 거기있는 무리의 모든 사람이 잘못 들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멀뚱거리며 서 있는 것은.



하지만 여전히 분을 삭히지 못한 채 한발 더 내딛으며 다가오는 발소리에 흠칫 놀라는 무리들은 나와 그녀를 번갈아 힐끔인다.




"두 번은 안 말해, 꺼지라고!"



그런 어정쩡한 행동이 마음에 안들었던 것일까,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노기탓일까 참아주지 못한 채 재차 목소리를 높이며 지른 소리에 나를 한 번 노려보더니 뒤꽁무닐 뺀다.



"역시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니까~"



내 표정은 보이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가까워진 거리에 맞은편에 서 있는 그녀의 살벌한 표정을 보고도 저런 장난을 치는 미이짱이 한편으론 대단해 보였다. 손은 내땀인지, 그녀땀인지 모를 것으로 흥건한 주제에 말이다.



나를 힐끔 바라본 그녀는 여전히 인상을 잔득 진 채 그렇게 내게 한발한발 다가오고 있었다.
내게는 한 번도 보이지 않던 표정에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가 더해진다. 평소의 장난기 가득하던 큰 눈은 그 자취를 감춘 채 잔잔한 고요함이 깃들어 있었다.



"어떻게...그럴 수 있어?"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보는 눈이 있는 개방된 곳이었다. 게다가 조금전 그녀의 돌발행동으로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것들을 싫어하는 나이다. 그렇기에 난 그녀를 다른 곳으로 이끌어야 했다. 살짝 닿은 그녀의 소매자락을 조심스레 잡아끌려고 하면 여전히 날카로운 목소리가 가슴을 가로지른다.



"어차피 유학 갈 거면서 신경은...쓰여?!"
"에? 거짓말!!"



흥분해 있는 그녀.
어떻게 해서든 조금은 진정 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전에 옆에서 우리둘의 이야기를 듣다가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던 미이짱에게 잠깐 자리 좀 비켜달라며 청을 해야 했지만 말이다.



"유짱..."



그녀의 소매끝자락을 잡아 가볍게 앞뒤로 흔들며 이름을 부르면 어깨가 한차례 움츠러들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오고, 아직도 화가 많이 났다는 듯 내가 아직 그렇거 불리긴해? 오오시마 씨가 아니고? 전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안해..."
"넌 항상 멋대로였어."
"..응"
"집에선 항상 네말이 우선이니까, 모든 사람이 우수워보여? 다 네 뜻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따라줄거라 생각해?"



쌓였던게 많았던걸까, 평소답지 않게 그녀는 열을 올리고 있었다. 붉게 상기된 얼굴이 이를 대변한다.
항상 웃고, 장난치길 즐기고, 사람들에게 들러붙기 좋아하는 그녀가 지금 내 앞에서ㅡ



....울고 있다.



"할말도 없어? 아님 이제 나랑...말 섞는 것도 싫어?"
"그런거 아냐."
"그럼 뭐야, 느닷없이! 혹시 내 고백때문이라면ㅡ"
"아니야, 그런.....거."



아, 실수다.
그녀가 너무 애처롭게 물어오는 통에 너무 감정적으로 대해 버렸다. 실제론 이상태로 헤어지는 것이 그녀에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차라리 내가 악역을 맡는다면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 하겠지만 그녀를 둘러싼 친구들로 인해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저 그녀의 고등학교의 한 추억으로 남겨졌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에 도달하자 매정하지 못했던 내 행동에 자괴감이 들었다.



"급히 정해진거라 나도 도리가 없었어. 혼자 이 곳에 남을 수는 없는거니까. 나도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정한거야, 유짱만큼이나 나도,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워."



거짓말.



내가 언제부터 저리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인걸로, 그녀가 넘어가 줬으면 좋겠는데. 게다가 너무 오래 밖의 바람을 쐰 탓인지, 갑자기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루나?"
"...응? 왜?"



지금까지와는 달리 심상찮은 표정으로 내게 시선을 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상함에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손거울을 꺼내 비춰보면 흔히들 코피라고 하는 것이 흐르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자신이 입고 있던 체육복의 상의를 벗으려는 그녀를 겨우 말린 채 그대로 코를 움켜쥔 채 화장실로 향한다.



"괘, 괜찮아? 어디 아퍼? 왜그래, 너ㅡ"



조금전까지 죽일 듯 노려보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소의 그녀가 되어 내옆에 찰싹 붙어 거울속의 나와 밖의 나를 살펴본다.



"별 거아냐, 요즘 좀 잠을 못 자서....누구씨때문에."



그냥 넘길 요량으로 그렇게 내뱉으면 여전히 옆에서 함께 걷던 그녀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지며 미안. 입을 떼고, 정말...유짱은 바보야. 한마디를 내뱉은 나는 그녀를 둔 채 성큼 발을 움직인다.
언제 멎은 건지 알 수 없는 코피지만, 조금 더 놀려주고자 계속 움켜쥐고 있으면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그녀가 코를 막지 않은 오른손을 잡아끈다. 살짝 내 새끼손가락을 잡았을 뿐이지만, 무슨 천근만근 추라도 달아 놓은 듯 난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쪽으로 한발 물려야했다.



"ㅡ그러니까....아프지마..ㅡ"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부딪쳐오는 연갈색 눈동자에 홀린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 요며칠 보여주지 않던 미소를 마치 상이라도 주는 듯 지어주는 그녀였다.
딱히 햇빛을 등지고 서있는 것이 아님에도 눈부신 모습에 만약 그 상태에서 그녀가 유학가지마. 라고 한마디만 했다면 정말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러겠노라 약속할지도 모를 나였다.



역시, 난 그녀를 이길 수가 없다.
애초에 마음가짐이 다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