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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8 13:09
일단 시기적으로 한 챕터가 끝났습니다.
아, 글이 참 지저분합니다.

저도 찌릿찌릿한 글을 써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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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라고 했었다.
너무도 평온한 평범한 일상이 이어진다.
실은 위태하기만 한 현재에 말이다.



"아, 또왔다."



유난스럽게 내게 다가와 떠드는 타카미나의 모습에 힐끔거리며 그녀가 이끄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면 그 곳에는 내가 알고 있는 그녀가, 내가 좋아하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요란스러운 등장을 싫어하는 나를 위한 배려랍시고 선듯 교실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채 멀찌감치 서서 저런 행동하고 있을 그녀임이 틀림없어 그 마음만은 고맙지만 그 건 그 것대로 주목을 끈다는 것을 알았줬으면 할 뿐이다.



"어! 뭐야? 화해했어?"
"언젠 싸웠고?"



타카미나가 눈치채기 전에 그녀를 향한 눈빛을 접은 채 손에 들려있는 게임기에 집중하려 했지만 그게 오히려 덜미가 잡힌건지 오, 의외! 하며 감격에 찬 듯 앞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뒤돌아 내 손까지 꼭 잡으며 상대가 유코라면...포기할 수 있어. 란다. 진심이 느껴지는 눈동자에 어이없어서 그저 바라보고 있으면, 연결되어 있던 손이 순간적으로 가해진 제3의 힘에 의해 끊어진다.



"왜 손은 잡고 있는 건데!"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들려온 익숙한 음성에 시선을 움직이면 그 곳에는 씩씩거리며 타카미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그녀가 서 있다.



투닥거리는 두사람의 모습에 평소의 나였다면 적당히 무시한 채 자리를 피했을 터였지만, 어쩐지 오늘따라 그런 모습에서 난 소중한 추억을 되짚고 있었다.



소꿉놀이를 할 때 서로 경찰을 하겠다며, 한 개 남아있던 쿠키를 서로 먹겠다고,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를 하자며 이마를 맞대고 다투더 모습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래서일까.



"어?! 웃었어ㅡ"



투닥거림도 멈춘 채 내게 향하는 두 쌍의 눈동자를 바라보다 다시 한 번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입가에 걸리는 미소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철들 무렵부터 나만 보면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보이던 부모님의 모습에 더 참고, 견디고, 숨겨왔다. 안쓰럽다는 듯 내게 향하는 가식적인 얼굴을 꿰뚫을 수 있게 된 순간 난 더욱 숨길 수 밖에 없었다. 어설프게 행동하면 오히려 더 걱정만 가중시킬 뿐이란 것을 나는 너무도 어린 나이에 깨닫게 되었다.
그런 내가 어째서 이제와 겉모습을 벗어던진 채 들어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조금전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데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의, 우리들만의 추억이 가득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이젠 피하고 그러지 않아?"
"바보는 학습능력이 제로라 포기했어."



집중하지 못한 채 건성으로 입을 여는 언제나의 내 모습조차 새로운 건지 계속 앞에 않아서 와와 거리는 소리가 신경쓰여 게임기에서 눈을 떼며 시선을 돌리면 마침 내게 향해있던 연갈색의 눈동자가 눈에 들어온다.
솔직히 놀란 마음에 살짝 시선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볼성사납게 표시날 정도의 움직임은 없었기 때문에 겨우 마음을 잡고 나 또한 그녀의 눈을 응시한다.
미동없이 곧게 마주해오는 따스한 눈망울 가득 담겨있는 내모습 안에 갖혀있는 그녀의 그림자를 쫓는다.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을 머릿속에 깊게 새겨놓으려는 듯.



"있다, 있어."
"앗! 잔소리쟁이가 와버렸다..."
"뭐? 이게 다 누구때문인데!"



미이짱의 등장으로 교실은 아까보다 조금 더 소란스럽다. 진지하던 눈동자는 제빛을 찾으며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을 인영 손을 피해 자리를 한 발 물린다.



"근데 하루나?"



서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던 세 사람 사이에서 미이짱이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내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움직인 시선의 끝에 미이짱을 둔 채 왜? 냐는 듯 바라본다.



"지금 와서 묻는 것도 웃긴데, 어디로가?"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건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내게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어렵사리 입을 여는 미짱을 향해 뭐가? 라고 반문하면 유학! 하며 짧게 대답한다.
물론 미짱의 답을 끝으로 그 곳에 있던 나머지 두 사람 뿐만아니라, 교실전체의 시선을 받아내야 했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난 또 뭐라고. 입을 떼며 다시 게임기에 집중한 채 아직 정하진 않았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끝맺는다. 더 이상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는 덤으로 뿜어주면 눈치 빠른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괜스레 옆의 타카미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물론 주위는 나완 달리 꽤나 충격먹은 것 같지만, 미이짱의 아, 그래? 라는 짧은 문장으로 일련의 사건은 종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반응하여 바라보진 않기로 한다. 유학. 이란 단어가 나온 후 급격히 어두워진 그녀의 얼굴이 스쳤기 때문에.
자칫 눈이라도 마주쳤다간 다 없던 일로 한 채 계속 그녀의 옆자릴 욕심낼지도 모르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무심한 척 그렇게 흘려버리는게 낫다.



정해놓은 유예기간을 굳이 알리진 않기로 한다. 겨우 풀어진 관계가 다시 얽히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녀가 우는 것도, 그녀와 서먹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냥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내일 만날 것처럼 헤어지길 원한다.



이기적인 나는 이렇게 홀로 이별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