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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4/03 00:27
├ 저는 비. 라는 소재를 좋아하는가봅니다.










창가에 기대어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고 있던 그녀에게로 다가가 비어있는 옆자릴 채우며 앉는다.
얼마나 그 분위기에 심취해 있는 것인지 내가 다가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여전히 창턱에 턱을 괸 채 창 밖에 던진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그녀였기에 약간 심통이 난 억양을 숨기지 않고 뱉어낸다. 둔한 그녀이지만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뭘, 그렇게 봐?"
"어? 언제왔어?"



급히 허리를 세우며 내게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에 어쩔 수 없는 미소가 비집고 나온다. 어째서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마음속에 얽혀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굳이 지어진 미소를 접지 않은 채 방금. 짧게 대답하며 마주하던 시선을 빗기며 그녀가 지금껏 바라보고 있던 세상을 담는다. 



"뭘 그렇게 보고 있던 거야?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내가 자신이 지금껏 바라보고 있던 창밖으로 상체를 빼며 입을 열면 조심해, 떨어지겠어. 하며 내 왼팔을 잡아끄는 그녀였고, 그러며 돌려진 시야에 그녀의 눈동자가 비춰진다.
지금껏 순전히 내가 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행동하고 있던 그녀에게 심통을 부리는 투로 입을 열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입가가 느슨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그녀가 내 옆에 함께 서 있는 것 만으로도 난 이렇게나 웃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것을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 유연하게 시선을 빗겨선다.



"─비."
"응?"
"비가 오길래, 그거 보고 있었어."



내가 빗겨낸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눈동자를 다시 창밖으로 던지며 입을 여는 그녀의 뜬금없는 대답에 어두워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시내로 다시 한 번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내 눈에 비춰지는 거라곤 깜깜한 어둠속에 들려오는 빗소리 뿐이었다.



"어두워서 안보이는데?"
"그게, 좋지 않아?"



여전히 영문모를 소리를 내뱉으며 다시 처음에 있던 자세로 돌아가는 그녀였다. 뭐가 어떻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나는 그저 그녀의 옆자리를 채우며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어둡기만 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혹시나 그녀처럼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나도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럴수록 그녀만이 보이고, 들리고, 느껴진다.
숨겨야 하는 그녀를 향한 마음이 심장을 두드리고, 귓가를 간질이는 빗소리를 덮어버릴 듯 공간을 채우는 듯 하다.



"유짱."
"어, 응?"



그리고 그 것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입만으로 나를 불러 깨운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려 반응한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내식으로 행동하면 내가 몸을 돌리며 삐걱 하며 복도를 울리는 소리를 따라 그녀도 그제야 내게 몸을 돌려 세운다.



"──유짱도 보여?"



응? 하는 시선으로 동그랗게 떠진 눈으로 대답을 요구하면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그녀였다. 곧 몸을 다시 틀어 창턱에 기대어 선다. 창밖으로 아까의 나처럼 상체를 뺄 정도로 몸을 기울이지는 않았지만, 희고 고운 손가락이 창 밖으로 향한다. 그러자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보인다.



"직접 다가가야 알 수 있는 것도 있는거야."



여전히 손가락에 빗방울을 받아내며 손이 닿지 않고서는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느껴지지도 않았잖아? 이번에는 손가락끝을 매만지며 마치 손가락 사이에 흐르고 있는 눈물을 훔치 듯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아깐, 어두워서 좋다면서──"



여전히 알기 힘든 말을 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조금 전의 말과 아까 그녀가 했던 말에 앞뒤가 맞지 않는 듯 하여 물어보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위를 맴돌고 있는 기운이 있어, 하지만 겁이 나서 바라보지 못해 그저 느끼고 있을 뿐이야."
 


눈을 감고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듯 가만히 서 있던 그녀가 그 상태로 손을 뻗어 내게 닿아온다.



"───이렇게 조금만 용기를 내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인데 말이야. 누가, 어디에, 왜....있는지를."



얼굴을 타고 빗물이 흘러내린다. 그녀의 손에서 시작된 눈물이 턱끝에 아슬하게 걸려 있다가 곧 떨어져 내린다.



"유짱만, 힘들지마."



감고 있던 눈을 뜨며 곧게 내게 마주해오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뿌옇게 번져간다. 



"혼자, 맞으려고하지마. 비를 피할 곳은 얼마든지 있어. 괜히 젖어서 무거워지잖아."



살짝 닿아있던 손끝이 떨어져 나가며 턱끝에 매달려 있는 또 다른 빗물을 훔쳐낸다. 아까 그녀의 손길이 허공에 유연하게 움직이 듯 조심스런 동작에 무겁게 내리누르던 무게가 줄어드는 착각이 인다.



"우산....같이 써줄, 래?"
"──응"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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