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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30 09:53










주인의 그녀가 병문안을 왔던 날로부터 며칠이 흐른 어느 날.
주섬주섬 짐을 꾸리는 주인의 모습에 의아한 듯 졸린 눈을 꿈벅이며 바라보고 있으면, 마침 나와 눈이 마주친 걸까 특유의 밝은 미소를 보이며 나를 조심스레 자신의 품에 안는다. 



"오늘은 밖에 나가자."



밖? 공기 텁텁하고, 귀찮은 꼬맹이들이 달라붙고, 이상하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그 곳?
──머릿속에 상상을 하다보니 절로 몸이 꿈틀거린다. 나가기 싫단 내식의 표현으로 몸을 비틀며 감싸안은 손에서 벗어나려 필사적으로 움직이면 이런 내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동장에 넣는다. 



어떻게 주인과 마음이 안 통할 수가 있을까 싶어 오늘은 1인 시위를 하겠어. 라는 심정으로 몸을 돌려 얼굴을 파묻는다. 그러면 그 것이 신호가 된 것인지 한동안 좌우로 흔들리던 시야가 어느 순간 중심을 되잡는 듯 하여 빼꼼 눈동자만을 굴려본다. 
밖이라고 하기에 뭔가 벽에 둘러싸여 있고, 바람이 그렇게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지도 않으며, 왁자지껄 사람들의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저 날뛰는 주인이 부끄러울 뿐.



"냥냥~"



이를 증명하는 듯 순간 엄청나 기세로 휘청거리기는 했지만 곧 「 그렇게 움직이면 힙군이 힘들잖아.」 라며 주인에게 주의를 주는 낭낭한 목소리를 향해 다시 한 번 시선을 돌려본다. 언제나 느끼지만 참으로 예쁘게 생겼다. 그 녀석들이 부럽단 말이다.



"오늘은 집데이트?"
"마침 간식거리도 만들고 해서, 괜찮으면 같이 먹으려고──"
"응응"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는 않은 듯 손에 꼭 쥐고 있는 손잡이이지만, 어째서 이렇게 난 불안에 떨고 있을까. 하는 찰라 공기중을 이동하는 듯한 이상한 부유감과 함께 미묘하게 높아지는 시선의 위치였다.



"힙군은 내가 데리고 갈테니까, 유짱은 저거. 들어줘."
"응? 어째서!"



지금 그녀가 마트에서 사온 것이지 봉투에 담겨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짐을 손가락을 가리키며 나를 건내받았고, 그런 그녀의 행동에 발끈하는 주인의 모습에 나를 생각해주는 걸까, 조금 감동받아 감상에 빠지려는 찰라 들려온 「그럼, 손 안 잡아 주는 거야아?」 주위의 반응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음성에 오늘은 절대로 주인과 눈도 마주치지 않겠어! 결심을 한다. 하지만.



"손 잡으면 유짱, 힘드니까. 안돼."



───그녀는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될 상대라고 다시 금 생각하며 혀를 내둘렀다.



가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누를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에서 마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나를 감싸안고, 곧 숫자가 맞아 떨어졌는지 잠금이 해제되며 문이 열린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에 신은 참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신은 그녀에게 미모 외 모든 것을 주셨지만, 청소하는 부지런함은 주지 않으셨다. 그리고 그 것을 갖춘 사람이 바로 여기.



"일단, 청소부터 해야겠는데?"



나의 주인이었다.



"자자, 힙군도 몇번 봤으니까 이제 익숙하지? 네 몸으로 깔아 뭉게고 그러면 안돼. 알았지? 얌전히 있으면 이따가 건사과 줄테니까"



하며 내게 윙크를 하는 주인의 모습에 시큰둥한 듯 행동하고 있었지만, 건사과라는 단어에 반응하기 시작한 심장은 도무지 멈출 줄 모른 채 뛰어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당신들은 속고 있다고. 저 아이들.



[건사과 따위에 반응하다니, 어리네.]
[뭐, 꽤 맛이 좋──]
[흐응? 내가 말대꾸해도 좋다고 말한 적 있던가?]



무섭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과 그녀가 참 불쌍....아니, 속고 있는 팬들도 마찬가지이다. 뭐가 우사미미야. 쳇이다.



"냥냥, 이거 어디다 치워?"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물건을 들어 흔들어 보이는 모습에 주방에서 고개를 빼고 바라보던 그녀는 곧 별거 아니라는 듯 그만 버릴까? 운을 떼고,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쓰레기통으로 가져가는 주인이었다.



[참 쿵짝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지?]
[아, 뭐ㅡ]



다시 한 번 주인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앉아 있으면 내게 다가온 우사긴지 미민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조금 귀가 축 늘어진 것을 보아 미미인 듯 했다.



[ㅡ속 궁합도 잘 맞아.]



역시 대단히 위험한 녀석들을 곁에 두고 있다고요, 코지마씨.
주인의 그녀가 위험한 시선에 노출되어 있다고요.
제발 두 사람 다 제대로 봐줘요.



생각하며 측은한 듯 주인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통한 건지 마침 손에 들려있던 것들을 마저 정리하곤 내게로 다가온다.



"얌전히들 있었나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베란다 문을 열어 우리를 조금은 깨끗해진 공간으로 초대를 한다. 뒷다리에 힘을 주어 문틈을 넘으려는 찰라 뒷발에 주었던 힘이 무색하게 상상할 수 없는 높이의 시선이 나를 반긴다.



"약속지켰으니, 이건 선물~"



나를 안아올려 자신의 품에 넣고, 한 손만을 움직여 가방을 뒤적이던 주인의 손끝에 냄새만으로도 황홀한 건사과가 들려있다. 그리고 결코 궤도를 수정하는 일 없이 내 입에 안착한다.



"뭐, 약속을 지키는 거지만...역시 크기는 무시 못하겠네...우사미미는 저렇게 얇상한데!"



내게 주었던 시선을 막 그들의 주인이 챙겨준 사료를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고, 그 모습에 나도 그들을 바라보면 시크하게 웃어보이는 우사기였다.
저녀석은 저런 귀여운 외모로 어떻게 저런 성격을 갖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자신들의 몫을 다 먹은 건지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저녀석들 살안찌는건 저 성격탓일거야. 시선을 접으며 주인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런 내 시선이 느껴진건지 콧등을 콩콩 두드린다.



"그렇게 바라봐도 더 이상은 안ㅡ"
"유짱 다 됐어."



그녀의 목소리에 그대로 반응하며 나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으며 뭐가 급한지 달려간다.



[아아, 내팔자야...]
[참 손이 많이 가는 주인이네.]
[조금, 골려줄까?]



갑자기 내 양옆을 차지하고는 어이없는 시선으로 주인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 나즈막히 속삭이는 둘이었다. 그런 둘을 번갈아보며 어떻게? 라는 시선을 보이면, 두고봐. 라는 시선으로 미미가 먼저 그녀들이 식사를 하고 있을 식탁으로 향한다. 그리고 나도 곧 뒤를 따라 그 곳에 가면 마침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주인이었고, 그런 주인의 말을 적당한 반응을 하며 듣고 있는 그녀였다.



"그래서 말이지ㅡ, 응?"
"미미짱, 왜에?"



왔다. 라는 시선으로 지켜보기만 하는 우사기와는 달리 응? 이라는 시선으로 다시 식사중인 둘을 바라보면 자신의 발얹저리에서 꼬리를 살랑이는 느낌에 의자를 조심스레 뒤로 물리고 미미를 안아 올리는 그녀였다.



자연스레 그녀의 품에 안긴 미미는 그대로 나를 한 번 힐끔 바라보더니 웃어보인다.



[아, 이거...혹시...]



그대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은 후 얼굴을 더욱 깊게 파묻는다. 그러면서 살짝 내려간 옷에 드러난 하얀 피부를 핥는다.



ㅡ가 역시가 되는...



"앗, 미미짱이라도 거긴 안돼! 냥냥 가슴은 내꺼란ㅡ"
"무슨말을 그렇게!"
"씨잉....안먹어! 나도 부비부비하게 해줘!"



[네 주인, 진짜야 연기야?]
[응?]
[어떻게 우리들을 상대로 저렇게 리얼한 질투를 하느냐는 말이지~]



그러더니 정말 식탁에서 벗어나 거실의 소파에 풀썩 앉는 주인이었고, 이런 상황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듯 미미의 콧등에 한차례 입술을 내리앉은 후 발을 움직이는 그녀였다.



"유짱, 애들도 아니고ㅡ"
"그치만ㅡ"



소파에 쿠션을 끌어앉고 앉아, 나 지금 삐졌어요. 레이다를 발산중인 주인의 앞에 서서 그런 주인의 머리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기는 그녀는 나지막히 오늘 자고 갈래? 속삭인다. 물론 내귀에는 정확히 들려왔고, 그 후 그녀의 작은 손길에 스르르 몸을 세워 얌전히 자기몫을 먹어치운 주인이었다.



[참, 알기 쉽지?]
[부끄, 러워...]



정말로 내가 오히려 얼굴을 들지 못한 채 소파의 구석으로 들어가 머리를 박는다.



[사내자식이 뭐, 이런걸로.]



주인의 행동에 놀란것도 놀란 것이지만, 아까 이야기대로 라면 오늘은 여기서 숙박이라는 건데 저녀석들과 밤새 한 공간에 있어야한다는 사실이 내겐 버틸 수 없는 충격이었다.
오늘 밤은 평소보다 더 힘든 밤이 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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