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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소설

[부장/캡틴] 비

스킵 2016. 6. 12. 00:53

* 숫자님께 드리는 작은 선물

* 요청 키워드 - 비 (달달하게)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같은 것은 없었는데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대지를 적시는 비를 쏟아내고 있었다. 여기 저기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수업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창밖에서 흩날리고 있던 빗방울에 작은 탄식이 나왔다. 그리곤 곧 사방에서 비와. 우산없는데... 술렁거리고 있었다.
먹구름이 잔뜩 낀 것으로 봐서 금방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나 역시도 우산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난처한 듯 창밖을 한 번 바라본 후 주의를 주고 있는 선생님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하지만 아무런 미련 없이 땅을 향해 온 몸을 던지고 있는 빗방울에 모든 감각을 빼앗겨 버린 내게 선생님의 노곤한 목소리가 아닌 빗줄기 소리 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후회가 없을 행동을 거침없이 하고 있는 그들의 여정이 내가 찾던 이상향이라도 되는 듯 그렇게 한 동안 그 모습을 눈에 깊숙이 박아 넣었다.

비가 오기 전에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가 내게 닿는 것이 싫었다. 새까맣게 하늘을 뒤덮은 구름도 싫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현상 이후에 대지에 떨어져 검게 물들어가는 비는 좋았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른 곳에서 온, 어디 출신인지도 모를 그 것들을 마치 처음부터 자신에게 속해있었다는 듯 품어주는 질척해진 땅도 좋았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편견이 없는 세상의 본보기가 되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난 아마도 그녀에게 처음부터 빠져들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성이 바뀐 나임에도 전혀 거리낌없이 다가와준 그녀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내 옆에 있어줬다. 삐뚤게만 바라보던 시선을 균형을 갖출 수 있는 잣대가 되어주었고, 잃어버린 길위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어야만 했던 내 얼굴을 감싸안으며 작게 뒷머리를 매만져 주던 그 손길을 잊을 수 없었다. 색이 다른 눈동자 때문에 다른 이의 편견이른 시선을 받아야 했을 것인 그녀였지만, 나와는 달리 모든 것을 받아들인 채 세상의 다른 시선에 전혀 기죽지 않은 채 자신만의 길위에서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보다 나약해 보이는, 누구보다 상처도 많이 받고, 누구보다 거짓된 미소를 많이 지었을 그녀였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강했다.

지금 떨어지고 있는 저 빗줄기 처럼 그녀는 그녀만의 길을 걷고 있었고, 언제나 나에게 와주었다.
지금 이 순간처럼.

"늦어서, 미안해요"
"아니야"

작은 우산 하나에 우리를 묶어준 이 비에 감사한다.

 

 

 

*

이런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달달합니다.

비이지만, 저치고 꽤나 달달한 내용이지 아닌가 싶습니다.

즐겨주...셨길 바랍니다.

 

항상 제 투정도 받아주시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