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시간에 글을 올리고 있던 과거의 나.

굉장히 부지런했구나.....흑흑

 

이번편이.....엄청나게 짧았던 것을 감안해볼 때 현재의 나는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무슨 글을 혼자만 알아먹게 쓰고 있었던 걸까요....

그런 부족하기 짝이 없던 글들을 즐겁게 봐주셨다고 하니....부끄럽네요.

 

3편은 빠르면 내일 이 시간즈음,

늦으면 다음주 금요일날이 될 것 같습니다.

 

시작합니다.

 

 

 

 

-

 

 

 

 

"어떻게, 제대로 들어간거야?"
"뭐뭐─"

 

 

 

언제나처럼 오른쪽으로 와서는 안절부절 못한 채 어렵사리 발을 움직이고 있었다. 애도 아니고, 교실도 못 찾아 갈까봐? 무슨 의도로 입을 열고 있는지 뻔하게 알고 있는 나이지만, 왜인지 그녀의 앞에서는 항상 한 겹 둘러진 채 행동하고 있었다. 시선을 정면에만 둔 채 입술만 움직이고 있는 내가 얄미웠던 건지 그녀는 슬그머니 오른손을 미끄러져 내려가 잡아챈다. 그제야 자신에게 눈길을 주는 나를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여는 그녀였다.

 

 


"누가, 괴롭기고...그래?"
"왜 그런 소릴해?"



학교를 나오면서 신호등이 아니면 멈추지 않고 움직이던 발을 멈추며 입을 떼면, 내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지 움직이던 발을 차마 멈추지 못한 채 계속 걷던 그녀가 팽팽하게 당겨지던 손이 스르륵 풀린 것에 반응하듯 빠르게 뒤를 돌며 조금 싱겁게 웃어보인다. 뒷 머리를 긁적이며 커다란 눈동자를 도로록 굴리는 모양새가 여간 수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곤 「 날씨가 좋지? 주말에 놀러갈까? 」 실없는 소리까지 한다. 절대로 무슨 소릴 들은 거겠지 싶어 평소와는 달리 이번에는 내쪽에서 발을 움직여 그녀의 앞으로 다가간다. 조금 거칠게 들려오는 발소릴 들은 걸까, 아니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표정마저 던져버린 내 얼굴을 봤기 때문일까, 내 속도에 맞춰 함께 발을 뒷 걸음치며 움직이는 그녀였다.

그냥 등진 채 도망쳤다면 학교내에서 발이 제일 빠른 그녀를 제일 느린 내가 따라잡을 수 있을리 만무함을 알기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녀의 등 뒤에 소리라도 질렀을 테지만, 그녀는 언제고 내게서 등을 돌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행동에 나는 조금이나마 희망을 품고 따라오지 않는 몸둥일 어렵사리 버둥거린다.



"뭐, 정말....유짱!"



내가 생각해도 실례가 될 정도로 큰 소리로 그녀를 불러세우면, 뜨끔한 걸까 어깨를 한 번 움츠렸던 그녀가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움직이던 그녀의 발을 멈추고, 곧 그 것을 확인한 나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다잡지 못한 채 그렇게 그녀의 하얀 운동화가 시아에 잡힐 때까지 상체를 숙인 채 무릎을 집는다.

 

 

 

"괜, 찮아? 숨...쉴만해?"

 

 

 

정수리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줄 곧 땅에만 박혀있던 시선을 돌린다. 한껏 걱정이 깃든 목소리에 그녀가 내미는 손을 잡아 몸을 세우면 자연스럽게 오른 손에 들려 있는 가방을 빼앗아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걸터매며 부축해온다. 그녀만의 상큼한 라임향이 풍기며 묵직하게 감싸안아오는 오른 팔에 잔잔한 진동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에 맞춰 불안정하던 내 호흡도 점차 정상궤도로 진입한다.

 

 


"...전혀..─"
"놀라키지마."



이 순간만큼은 장난스런 그녀의 표정이 아닌, 진실된 눈빛이 내게 향한다. 언제나 개궂게 웃곤 하는 그녀가 이처럼 진지하게 행동하는 일은 잦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줄곧 머릿속을 떠다니던 물음에 대해 지금이라면 물을 수 있겠다 싶어 입을 열려는 찰라. 「 어, 시노다 선배...」 중얼거림이 귀에 닿는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면, 역시나 조금 놀란 표정을 한 선배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시 시선을 내 옆의 그녀에게 맞춘 후유짱 바보! 입만 움직인 후, 다시 뒤돌아 활짝 웃으며 숨을 헐떡일 선배를 바라본다.



"무슨일이야?"

 

 

 

선배의 등장에 내 팔에 느껴지던 진동이 사라진다. 그녀가 떨어짐과 동시에 내 양팔을 움켜쥐며 무릎을 살짝 굽혀 나와 시선을 교차하던 선배의 표정은 오후에 교정의 뒤뜰에서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미간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손을 뻗어 선배의 미간을 어루만지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뗀다.

 

 


"아니, 그냥. 조금 달렸어, 밤 공기가 좋아서─"
"너...괜찮고?"
"응, 보시는대로~마리짱은 걱정이 심해."
"네가 언제나 놀라게 하니까 그렇지."



여기저기를 보며 내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에 한숨이 나온다.  「 이래서 학교에서 모른 척 하라고 한거라고 」 마리짱을 내게서 떨어뜨리며 입을 뗀다. 그리고 아직 내 뒤에서 쭈빗거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평소의 천연덕스러운 내 표정으로. 하지만, 그런 내 표정과는 달리 조금 험악해진 마리짱의 모습에 아마 위축된 건지 여전히 작은 어깨는 펴질지 모른 채 땅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유짱, 어깨─, 쳐진거 싫다고 했잖아."
"응...그, 미안."
"그말도 싫다고 했고─" 



아무 말도 없이 입고리를 당기며 어깨를 핀 채 나와 시선을 마주하지만, 어쩐지 계속해서 뒷쪽의 마리짱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 역력하다. 어린시절부터 늘 그녀는 항상 마리짱의 동태를 감지하는 감각이 뛰어났다. 항상 내 옆에 있다시피한 두 사람 사이에 있다보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 들 때 종종 있었다.

지금도 이렇게. 

 

 


마리짱도 눈, 너무 힘들어 갔어. 뒤를 보며, 그리고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그녀를 보며 라크로스의 캡틴이나 되는 사람이 저런 키만 멀대같이 큰 허당에게 겁먹는다니 실망이네~ 라며 슬쩍 옆을 바라본다. 팔자로 휘어졌던 눈썹은 여전했지만, 어색하지 않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였다.

 

 

 

"두 사람은 걱정이 너무 많아"


 


그런 둘을 둔 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면 얼빠진 표정을 한 채  「 같이가아~.」 하며 내 곁으로 돌아올 두 사람이다. 그리고 여전히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 미안.」 하며 스치며 흔들리던 내 손을 잡는다. 따스한 기운이 손을 타고 전달되는 기분이다.



그런데, 알아?
직접 맞닿은 체온보다 더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너의 진심어린 한 마디. 라는 것을.



난 오늘도 그녀의 진심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