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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필사적이야?"
"뭐ㅡ 아, 틀렸다."



어울리지 않게 수학책을 부여잡고 머리를 쥐어 뜯는 모습에 호기심반으로 맞은편 자리를 채우고 앉는다.



"이제 수능준비도...아, 또 틀렸어!"



두번째 문제지 위로 붉은 빗줄기를 그으며 그대로 고개를 숙이며 책에 머리를 묻는다.



"어울리지 않게 이러고 있으니까 그렇지"
"시끄러!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ㅡ"



그녀의 머릿칼을 매만지며 나즉히 뱉어내는 말에 급히 몸을 세우며 버럭 목소리를 높인다. 책장넘기는 소리만이 가득하던 공간을 채우는 목소리에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지만 어째서인지 장본인이 그녀라는 사실탓인지 딱히 우리에게 다가오는 발소린 없었다. 그저 스르륵 빠져나간 곧고 부드럽던 머릿칼이 신경쓰일 뿐이었다.



아니, 것보다 지금 대화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ㅡ누구, 때문인데?"



누굴까.
아니, 난 알고 있다. 그녀가 변하기 시작한 시점이 어느때보다도 아직도 눈에 훤하도록 기억에 남아있으니까. 하지만...



"그, 있어! 못된 계집애"



이런 반응을 그냥 넘길 수 없다.
강한 인상의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되려 큰소리치며 더듬거리는 모습.
이 얼마나 상반된 행동이란 말인가.



"헤에, 누군지 엄청 부럽네. 천하의 나라라를 움직이고 말이지"



신경쓰이던 손끝을 깍지껴 허전한 공간을 되려 스스로 채워간다. 턱을 괴고 바라보면 아까보다 좀 더 붉어진 얼굴로 시선도 마주하지 못한 채 창가쪽으로 돌리는 그녀였다.



"ㅡ너인게, 당연...하잖...아"



아아, 이 아이는 나를 어디까지 시험하려는 것일까. 싶다가고.
곧 여전히 창가로 고개를 돌린 채 멀뚱히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에 살풋 미소가 걸린다.



"나라라는 때려부수고, 날 뛰어야 매력적인데"
"응?"
"그건, 내 몫이라는 거야."



그제야 마주해오는 검은 눈동자를 두눈 가득 심으며 입을 연다. 그녀의 이런 반응을 즐기지만, 나로 인해 그녀가 그녀답지 못한 것은 싫으니까.



"넌 너로 있으면 돼, 여기에."
"기, 기분나쁘니까 그렇게 웃지마"
"솔직하지 못하다니깐, 뭐 그런 모습도 좋아하ㅡ"
"됐어, 방해되니까 나가"



책으로 얼굴을 밀어내는 모습에 한마디 더 할까 했지만 오늘은 이만 하기로 한 채 의자에서 몸을 세운다. 조금전까지보다 집중한 채 수학책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발길을 돌린다. 어쩐지 기분만은 상쾌하다.















(2013/07/04 21:33)